박용철 목사 [거제참좋은교회]
얼마 전 대통령 후보로 나온 이가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 “인문학은 대학생 때나 배우고 대학원에서는 필요 없다”는 발언을 대학생들과의 만남에서 하였다. 이 말은 한동안 필자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이건 어쩌면 이 시대를 투영한 발언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우선이 경제다. 정확히 말하면 ‘돈’이다. 꼭 그 의미는 아니겠으나 손발 노동을 해서 잘 먹고 잘살겠냐? 하는 것과 돈이 안 되는 인문학에 관심 갖기보다는 앞으로 먹거리를 가져다줄 기술과 과학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일찍이 성현들은 정신적인 가치가 물질적 가치보다 우선함을 간파하였다. 맹자(孟子)는 “사람들은 닭이나 개를 잃어버리면 곧 찾을 줄 알지만 잃어버린 마음은 찾을 줄 모른다. 학문이란 다른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데 있다(學文之道 無他 求其放心而已矣(학문지도 무타 구기방심이이의)”라고 했다. 맹자는 물질보다는 사람의 마음이 더 중요함을 알았기에 물질에 관심을 두는 삶이기보다는 바른 마음을 가지도록 권면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살고 있는 거제엔 많은 관광객이 찾는 두 개의 섬이 있다. 바로 외도와 지심도가 그곳이다. 외도는 한 부부가 그 섬을 사들인 후 여러 용도로 개발하다 모두 실패하고 식물원을 구상하여 45여년을 가꾸었고, 오늘처럼 이국적인 환상의 섬을 만들어 냈다. 지금까지 다녀간 관광객만 2천만 명이 넘는다고 하니 가히 대단한 일을 해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에 반해 동백으로 유명한 지심도는 그곳에 사는 몇 가구 외엔 외부인의 발길이 닿지 않던 섬이었다, 일제시대부터 오랜 시간 동안 군대가 주둔하는 군사적 요충지였다. 그러다 2천 년 대에 들어서면서 관광이 허용되고 요즘은 군소유지에서 민간으로 이양된 섬이 되었다.
이 두 섬은 너무나 다르게 꾸며졌다. 외도는 완전 인공적으로 가꾸어졌다. 우리나라 고유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여기가 지중해의 어느 섬이라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의 이국적인 섬이 되었다. 이에 반해 지심도는 사람의 손길을 최소화한 원시림 그대로의 섬이라 할 수 있다. 수 백 년은 되었을 법한 고목들로 울창한 숲에 단지 산책길만 다듬어 놓은 정도이다.
그 섬을 몇 번씩 다녀본 필자는 외도는 아름답고 화려하긴 하지만 너무 상업적이어서 오직 숲 밖에 없지만 마음에 평안을 주는 지심도가 훨씬 더 정이 간다. 외도는 한 번의 외식으로 족한 레스토랑이라면, 지심도는 우리가 늘 먹는 집밥 즉 푸근한 어머니의 정취가 살아 있다.
고도로 발달된 요즘의 삶이 왜 이리 팍팍하고 힘이 들까? 바로 물질만능주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비단 일반적인 삶뿐만 아니라 목회현장 내에도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것 같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을 맞으며 물질로도, 그 무엇으로도 예배의 소중함과는 바꿀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으며, 교회 건물이 아닌, 물질이 아닌 하나님을 더욱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코로나 팬데믹을 맞으며 한결 편해진 부분은 예배실에 자리가 듬성듬성 비어도 마음이 조급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자리나마 채워져 감사하다는 마음의 여유다. 교회에 또한 많은 행사가 있었고 이에 대한 경비가 많이 들어갔었는데 요즘 들어 행사도 없고 이에 대한 경비가 들어가지 않으니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많이 자유해졌다.
그러면서 올해 우리 교회는 일 년 내내 기도가 강조된 목회를 하고 있다. 아직 완전히 다 내려놓은 것은 아니나 돈 없어도 목회할 수 있겠다 싶고, 한 영혼이 얼마나 귀한지 다시 깨닫게도 되고, 기도에 집중하면서 마음도 다스리고, 영적으로 충만해 짐도 느끼게 된다. 돈보다는 마음과 영혼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지금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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