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소 목사 [예수사람들교회 /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
민간 주도 작은도서관 역사를 보면 1961년 엄대섭이 ‘농어촌 마을 문고보급회’를 설립하고 전국에 마을문고 운동을 전개한 것이 시초이다. 그러나 1980년대 초 보급회는 자금난으로 새마을운동본부에 흡수되면서 관주도형으로 바뀌었다. 이것이 새마을 문고의 시초라 할 수 있다.
그러다가 1990년대에 들어서 민간 부문이 주도한 작은도서관이 시민운동의 색채를 띠면서 전국적으로 생기기 시작했다. 이들의 궁극적 목표는 지역형 밀착 공간을 통한 도서관 서비스 제공과 지역 시민 단체와 연대를 통한 역동적인 문화 활동의 전개다. 궁극적으로 주민 주체 의식과 자아 개발을 강화하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2005년 국립중앙도서관에 작은도서관 진흥팀이 생기면서 작은 도서관 총서 발간 및 작은도서관 개념을 정리하였다. 그동안 정부 시각은 규모와 시설이 작은도서관이란 뜻의 ‘작은도서관’ 즉 문고의 개념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개념 정리를 통해 작은도서관을 규모와 시설의 개념을 뛰어넘어 작은도서관 운동의 한 결과로 보기 시작했다.
이러한 작은도서관의 성격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역 거점 역할을 하는 곳이다. 공공 도서관은 규모와 시설 면에서 여러 지역을 포함한 광의의 개념을 갖는다. 그러나 작은도서관은 지역과 생활공간 속에 위치하며 마을 공동체의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다.
둘째, 지역의 다양한 계층이 공유하는 곳이다. 공공 도서관이 수험생들 등 특정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는 공간이라면 작은도서관은 마을 어린이와 노인, 주부 등 모두가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문턱이 낮은 곳이다.
셋째, 마을문화를 생산하는 곳이다. 작은도서관은 대안 교육의 실험장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문화 생산과 평생 교육이 진행되는 곳이기도 하다. 넷째, 사람이 성장하는 곳이다. 공공도서관은 관장과 사서 등 공무원에 의해 운영된다. 그러나 작은도서관은 마을 주민들의 품앗이 형태로 운영된다. 마을 주민이 선생인 동시에 도서관 이용자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마을 어른들과 아이들이 이곳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역 사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이다.
작은도서관 안에서 다양한 지역 프로그램이 생산 확대된다. 독서 관련 프로그램뿐 아니라 주거 환경 개선, 마을 신문 만들기, 체험 교실, 문화·교육 프로그램이 주민 욕구를 통해 빠르게 적용된다.
그러나 작은도서관이 이러한 긍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작은도서관을 좀 더 깊이 살펴보면, 정부와 지자체에서 조성하여 운영하는 공립 작은도서관과 비영리 민간단체, 종교 기관, 아파트 조직에서 운영하는 사립 작은도서관 또는 민간 작은도서관으로 나눌 수 있다.
2011년 경기도는 등록된 1,094개의 작은도서관에 대해 전수 조사 및 평가를 실시했다. 이중 주소 불분명, 휴관, 평가 거부 등의 사유로 미평가된 232개를 제외한 862개소의 결과는 놀라울 정도였다. 6단계 등급에서 사립 작은도서관은 C등급 이상이 34%, D등급 이하가 66%로 운영 실태가 심각성을 나타냈다.
문제는 평가에서 제외되거나 D급 이하의 평가를 받은 대다수의 작은도서관이 종교 기관에서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2020년 실태조사에 의하면 총7,500개 도서관 중 휴·폐간 등 조사 불가 도서관은 1,026개로 이른다.
최근 북카페 설립에 관한 광고성 메일이 범람하고 있다. 교회성장, 전도, 수익 등 장점만 부각한 북카페설립 광고를 보면서 정말 이렇게 설립된 작은도서관들이 지역과 상생하는 좋은 교회상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교단 교회들이 이런 광고에 현혹되지 않고 제대로 된 도서관을 많이 운영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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