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원 목사 [송축교회]
운동경기 중에 구기경기를 하시는 분들이 꼭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시작하고 5분, 끝나기 5분 전을 조심하라고 합니다. 무엇이든 끝낼 때, 시작할 때 잘해야 함은 불변의 철칙이 되었습니다.
겨울이 끝나고 새 봄이 시작되었습니다. 새 봄, 들녘으로부터의 영성은 참 소망스럽습니다.
논둑 길, 밭 가 길을 걸어가노라면 뺨에는 아직도 차가움을 담은 바람이 스치지만 발밑에는 초록을 머금은 온갖 싹들이 올라옴을 보게 됩니다. 이 작은 것이 어떻게 이 딱딱히 굳고 얼은 땅을 헤치고 올라왔을까 대견하고 신기하기만 합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한 봄 기운이 흐르는 춘분을 전후로 해서 우리나라에는 추위가 한 번 씩 몰려옵니다. 이 추위는 신기하게도 봄의 리듬을 탄 이 3월에 찾아오고 꼭 한 번은 눈이 되어 우리에게 옵니다. 함박눈인 경우도 있고 진눈깨비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한 번은 내립니다. 이 눈은 그리 오래 쌓여있지를 않습니다. 내리면서 녹아버리는 경우도 참 많습니다. 녹으면서 만들어지는 물, 눈 물입니다.
봄기운이 대지를 덮어가고 있는 지금, 이 대지 위로 흐르는 눈 물은 겨울 가뭄을 끝내는 생명의 물이기도 합니다. 이 3월의 눈 물을 담은 추위를 우리 선조들은 꽃샘추위라고 불렀습니다. 기상 캐스터들이 이즈음 가장 많이 쓰는 표현이 ‘아름다운 꽃이 피는 봄이 오는 것을 시샘하는 것일까요?’ 하면서 갑자기 차가워지는 날씨에 대한 예보를 하고는 합니다.
혹독했을 긴 겨울을 이기고 얼어붙었던 대지 위로 냉이와 달래가 싹을 낼 무렵 갑자기 찾아든 차가움에 올라온 새싹들은 어리둥절, 움츠러듭니다, 긴 잠깨고 밖으로 나오려던 개구리들은 다시 들어가야 하나? 하는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차가운 바람에 성미 급하게 고치를 빠져 나온 나비의 연한 날개 짓이 안쓰럽기만 합니다.
코로나의 긴 겨울을 지내며 백신을 세 차례나 맞고 이제는 견딜만한 맷집도 가졌다 싶어 이제는 봄이려니 할 무렵, 오미크론이라는 꽃샘 바이러스가 다시 창궐하여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합니다.
평화의 봄을 원하는 세상에 느닷없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전쟁 피난민, 전쟁 희생자, 전쟁으로 인한 파괴 속에 보이는 3월의 눈 물 소식은 우리를 다시 움츠러들게 합니다.
한 겨울에도 푸르름으로 뒤덮여 있던 동해를 따라 뻗은 산간을 중심으로 일어난 화재 소식은 열흘 이상이나 우리를 눈물 나게 합니다. 예상치 못했던 3월의 눈물입니다
동무들, 선생님들을 얼마나 보고 싶어했던 우리 아이들이었는지요. 학교가 열렸다는 소식에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달려간 그곳에서도 매일 같이 들리는 어린아이들의 감염 소식에 눈물 흘리는 부모님은 얼마나 많은 지요 정말 예상치 못했던 3월의 눈물입니다.
나라의 정권이 새로운 리더십으로 출발하게 됩니다. 지방회마다 2022년도 회기의 리더십으로 새 출발하게 됩니다. 이른 감이 있지만 총회도 새로운 리더십을 준비하며 그 비전들을 이야기합니다.
눈 물에 젖은 들녘을 다시 돌아봅니다. 신기하게도 꽃샘추위가 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이미 싹이 난 대지의 작은 푸름, 그 연하디 연한 푸르름이지만 결코 죽지 않습니다. 좀 움츠러들지는 몰라도 그대로 죽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눈 물 담긴 꽃샘추위를 이겨내고 그대로 봄을 향하여 달려갑니다.
겨울이 끝나면서 끝나기 5분을 조심하는 것처럼, 새 봄이 시작되면서 시작하고 5분을 조심하는 것처럼, 우리의 믿음의 자리를 조심해서 돌아봅니다.
기도의 싹으로 움돋고, 말씀으로 꽃을 피우기를 기대하며, 성령의 열매가 가득한 소망으로 우리의 교회들이 꽃샘추위를 이기고 새 봄 맞이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몇 계단 올라와 자리잡고 있는 현관 강화유리문을 타고 흐르는 3월의 눈 물이 겨울가뭄, 거룩한 은혜의 가뭄을 끝내는 자양분 많은, 새 은혜를 가득히 품은 하나님의 이른 비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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