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형창 목사 [드림교회]
4월 17일은 2022년 부활주일이었다. 기독교의 부활은 생명의 주관자이신 하나님 안에서 경험하는 다시 살아남과 영원한 생명에 관한 이야기다. 한편 부활은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죽음이 없다면 부활도 없기 때문이다. 부활절은 죽음에 관해 깊이 생각하고, 그 깊이만큼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선물로 얻은 새 생명의 본질을 통찰하는 기독교의 절기다. 난 부활절을 맞을 때마다 부활의 소망을 굳건히 하면서 인생의 근본 문제 중 하나인 죽음을 깊이 생각하게 된다.
죽음이란 주제는 워낙 인생에서 중요한 주제이므로, 죽음에 관한 많은 정의가 있다. 그러나 내가 아는 최고의 정의가 있다. 아들이 7살 무렵 내 물음에 했던 대답이다. 7살은 아이들에게 아직은 직관에서 오는 천재성이 남아있는 시기다.
우리 아들도 그랬던 거 같다. 오래전 어느 날, 아들을 차에 태워 어린이집에서 집으로 데려오는 길이었다. 뒷좌석에 앉아있던 아들에게 신앙과 인생을 가르치려는 목사 아빠가 자못 진지하게 물었다.
“아들, 죽음이 뭐야?”
아들이 머뭇거리거나 빤한 답을 할 차례였다. 그러면 목사 아빠는 이제 죽음에 관해 한 수 가르칠 생각이었다. 그런데 조금 열린 창틈으로 바람을 맞으며 밖을 보던 아들이 시크하게 대답하는 게 아닌가.
“비켜주는 거야!”
“응? 비켜주는 거?”
“응. 사람들이 태어나기만 하면 지구가 좁아지잖아. 죽음은 다른 사람들이 지구에서 살 수 있도록 내가 비켜주는 거야!”
목사 아빠는 그날 아들에게 죽음에 관해 가르치지 못했다. 목사 아빠가 말하려던 이러저러한 죽음의 정의보다 훨씬 근사했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로 나는 죽음을 생각할 때마다 ‘죽음은 다른 사람을 위해 비켜주는 것’이라는 이 말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다른 사람에게 비켜주기보다는 다른 사람을 제치는 과정이 인생이며, 다른 사람을 제치고 선두에 서는 것이 성공이라고 배웠고 그렇게 살아왔다. 심지어 신앙생활조차 이 방식의 종교적 변형일 때가 많다. 지금 이 세상엔 죽지 않으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비키기 싫은 사람들, 비키지 않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나도 그 사람들 가운데 하나란 걸 부인할 수 없다. 그 결과 이 세상은 사망의 권세가 왕노릇하는 어둠의 땅이 되어버렸다.
이런 시대 안에 살면서 부활을 생각한다. 죽은 사람만이 진짜 죽는다. 죄가 죽은 사람만이 너와 더불어 살기 위해 비켜줄 수 있다. 부활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죄가 죽었기에 더불어 살기 위해 비켜주는 성숙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부활은 죄가 죽은 사람, 날마다 십자가에서 자기중심성이 죽는 사람만이 경험할 수 있는 새 생명의 경험이다.
부활 신앙은 장차 살아날 것에 관한 확고한 믿음이면서, 지금 여기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관한 태도의 선택 문제다. 죽으려 하는데, 죽기가 쉽지 않다. 죽어야 진짜 사는데, 죽기가 싫다. 하지만 부활의 소망으로 오늘도 죽음을 연습하고, 연습한다. 죽음으로 죽음을 이기는 역설을 배워간다. 이 연습과 배움이 나의 부활 신앙이다. 오, 성령님! 연약한 나를 도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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