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1장 31절은 창조당시의 세상을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전해준다. “하나님이 지으신 그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는 여섯째 날이니라.” 창조주 하나님께서 친히 ‘지으신 모든 것’을 보시며 ‘심히 좋았다’고 말씀하신다. 인간의 욕망이 내재되지 않은 태초의 산과 강, 바다를 떠올려 보라. 나뭇잎을 흔드는 산들바람도, 이른 새벽 풀잎에 맺힌 영롱한 이슬방울도 하나님의 사랑을 온 세상에 전해주었다.

하나님께서는 창세기 1장 26절(“하나님이 가라사대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그로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육축과 온 땅과 땅에 기는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하자 하시고”)을 통해 자연의 정복자가 아닌, 자연의 청지기로 우리에게 다른 피조물들과 창조 세계를 돌보도록 하셨다. 성결가족들이 본지의 환경 관련 기획을 통해, 태초부터 아름다웠던 지구별에 자유와 희망을 주는 그리스도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본지에서 지구 온난화에 관련된 환경 특집을 시작할 무렵, 서울 경기지역에는 국지성 집중호우가 산하를 강타했다. 산이 무너지고 강이 넘쳐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언론매체에서는 피해를 불러온 주범으로 ‘지구 온난화’를 지목했다. 지구가 더워지면서 대기 중에 수증기가 늘어나고, 비구름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더 많은 수증기를 흡수해 폭우로 돌변한다는 것이다. 물론 지구 온난화의 원인은 인간에 의해 파괴된 환경 때문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상생의 정신 새길 때

‘자연’을 이해하는 관점 중에 ‘구원받은 인간을 위한 배경’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자연이란 인간이 주인공인 연극무대에 배경으로서 존재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자연보다 우월하고, 자연은 단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소모품처럼 여기는 관점이다. 그러나 다른 피조물보다 더 낫다는 인간우월주의에 빠져있는 한, 우리는 결코 지구에 희망을 줄 수 없다.

성경을 통해 나타난 태초의 자연은, 사람과 함께 하나님이 기뻐하셨던 창조물중의 하나로 소개된다(창 1:31). 바울은 더 나아가 자연도 인간과 함께 구원을 고대하고 있다(롬 8:19,22-23)고 말한다. “피조물이 고대하는 바는 하나님의 아들들이 나타나는 것이니”라는 로마서 8장 19절은 자연이 단순히 배경이나, 소모품이 아님을 의미하는 말씀이기도 하다.

우리 시대만큼 환경파괴가 급속하게 이뤄진 시대가 없다. 흐르는 강과 그것에 기대어 살아가는 동식물들, 그리고 자연이 우리에게 허락해 준 지구 자원들은 우리의 개발이익이나 욕구에 따라 마구 훼손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만드셨고, 사랑하신 대상이다.

자연을 내 몸처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갈 때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 “인간은 자연 위에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다. 다른 피조물들은 오직 인간의 의도에 봉사하는 목적만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환경신학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때다. 자연과 함께 사는 ‘상생’의 정신이 필요하다.

적정기술에 대한 논의 이뤄져야
환경문제가 대두될 때마다 ‘개발과 보존’ 담론은 칼의 양날과 같이 항상 대립각을 세워왔다. 개발의 한계는 어디까지이고, 보존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린다. 생각해보면 이런 난제는 역사 이래로 계속되었고, 그때도 해답 찾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환경문제와 오늘의 환경문제는 그 진폭이 다르다. 과거에는 오늘날처럼 대규모 개발이나 무분별한 훼손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오늘날은 규모가 다르다. 지난 특집에서 보도했듯이 지구의 허파역할을 하는 아마존의 산림이 1초에 축구장 하나크기씩 사라져가고 있다. 기술문명의 발전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한 학자들은 “생태계의 수용능력에 맞추어 생산과 소비가 이뤄지는 소위 ‘적정기술’에 대한 논의나 합의가 우리사회에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런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전 세계가 신자유주의 경제와 개발정책을 지향하는 만큼 환경파괴가 더욱 심화될 것이며, 나중에는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불가피하게 개발을 결정한 경우, 환경을 고려한 적정한 기술에 따른 개발이 이뤄져야 하며, 이때에도 생태계의 수용능력을 감안한 최소한의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현재의 이익을 좇는 근시안적인 접근이 아니라 거시적 차원에서 개발과 보존의 문제에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렇게 될 때 불필요한 환경파괴를 막고, 사람의 편의를 위한 일정부분의 개발도 협의를 통해 가능하게 될 것이다.

느림과 작음의 미학

‘더 빠르게’, ‘더 많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경계하고 내쳐야 할 계명과도 같다. 잠시 숨을 고르고 강물의 리듬에 맞춰 천천히 인생을 음미하며 걸어보자. 강가에 피어있는 들풀도 바라보고, 발밑의 개미도 살피며 걸어보자.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부지런히 달리다가도 문득 그 자리에서 멈춰 서서 영혼이 따라오기를 기다린다고 한다. 조급증에 걸린 우리가 가져야할 인디언의 지혜이다. 이완규 시인은 “빠르다는 것은 직선의 마음으로 오직 결과와 표적지, 그리고 죽음뿐”이라고 했다. 시인은 “직선과 곡선의 조화 없이 어찌 그림이 되고, 속도와 반속도의 조율 없이 어찌 노래가 될 수 있겠느냐”고 되묻는다. 느림의 미학이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또한 사람들은 최근 작음의 미학을 주목하고 있다. 독일 경제학자인 프리츠 슈마허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 인간중심의 경제학’이라는 책에서 “서구 과학기술의 ‘규모’에 문제를 제기하며 ‘거대주의’(giantism)를 버리고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는 철학으로 돌아갈 것”을 호소한다. “큰 것만이 위대하거나 세계적인 것이 아니라, 작은 것이라도 내가 그 대상에 소중한 가치를 부여할 때 귀중한 것이 되며, 그 작음의 의미를 찾아가는 작업이 더욱 아름다운 삶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역설한다. 개발지상주의, 외형주의, 규모예찬론자들에게 던지는 일침이다. 생태계의 위기 속에서 이런 작음의 미학이 오히려 큰 울림이 되고 있다.

창조시각에서 환경 바라봐야

환경보호의 첫걸음은 우리 삶의 스타일을 바꾸는 것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생태여성신학자 구미정 교수의 말처럼, 환경의 문제는 단지 과학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인간 욕구의 문제요 영성과 윤리의 문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제는 성서적 관점에서 생태계를 바라볼 때이다. 환경을 환경 자체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 자연은 사람과 함께 하나님의 창조물이요 작품이다. 자연의 정복자가 아닌 자연의 청지기로서, 하나님의 대리자로서 지구를 보존하고 돌볼 책임이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

아시시의 성자인 프란체스코는 아침마다 새소리를 들으면서 그의 형제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작은 날개를 가진 우리 형제들이 벌써 창조주를 찬양하며 그들 위에 빛나는 새로운 하루를 감사하는 노래를 부르고 있군요. 그런데 어찌 늦게 일어남으로써 새들에게 부끄러운 행동을 보이렵니까?” 프란체스코는 하늘의 새들을 형제라고 부르며 자연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실천했다. 이번 환경기획을 마치며, 독자들이 환경문제와 관련해 행동하고 실천하는 그리스도인으로 세움 받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