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그들의 문화를 배우는 것이다" 등촌제일교회 손진락 목사가 20년이 넘는 해외사역 경험을 바탕으로, 타문화권에서의 언어습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1월 24일, 교단 해외선교사훈련원 강사로 나선 손 목사는 훈련생들에게 “언어를 배우는 것은 단순한 학문적, 지식적 활동이 아닌 사회적 활동이며, ‘언어 그 자체가 곧 사역’이라고 해도 과격한 표현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20년 이상 필리핀과 미국에서 사역한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여서 그 울림은 크게 느껴졌다.

손 목사에 의하면, 현지어에 능통하지 않은 선교사들은 통역을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교사가 영어로 말하면, 현지인 통역이 영어를 듣고 현지어로 말하는 구조이다. 이때 선교사나 통역의 영어실력이 충분하지 못하면 의사소통에 문제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게다가 여러 방언이 혼재한 지역의 경우에는 선교사와 제1통역 말고도 제2통역이 필요하게 되어 3중 4중의 언어변환이 일어나게 된다. 선교사의 처음 의도와 다른 메시지가 전달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게 된다.

선교사가 현지어 사용할 때 복음 뼛속까지 새겨져

손 목사는 구체적인 사례로 필리핀 선교사들을 대상으로 언어실력을 평가한 2001년 조사결과를 소개했다. 따갈로어(필리핀 공용어)를 사용하는 지역에서 사역하는 필리핀 선교사들 65명을 조사한 결과, 언어구사능력 1-5단계(수치 높을수록 실력수준 상) 중 3명이 1-2단계, 62명이 최저레벨인 0-1단계였다는 것이다. 측정지표가 엄격한 것도 한 이유일수 있으나 대부분의 선교사들이 자신이 체감하는 것과는 달리 언어능력이 상당히 저조했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왜 그런 결과가 나왔을까? 그만큼 언어를 습득하는 것이 어렵다고 전제했다. 새로운 언어를 익히고 사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쉬운 길을 선택하게 되는데 영어를 사용하거나 통역을 사용하게 된다고 한다. 또 다른 이유로는 단기간에 성과를 올리려고 하거나, 선교사 자신의 게으름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노력하지 않으면 당연히 열매가 맺히지 않는 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손 목사는 언어습득을 방해하는 가장 큰 이유로, ‘언어습득의 중요성’에 대해서 무지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영어나 통역을 통한 복음전달이 귀나 머리에 들려진다면, 선교사가 현지어를 사용할 때에는 뼛속 깊이 새겨지는데 이 언어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언어는 학교 아닌 현장에서 배워라

손 목사는 훈련생들에게 언어는 책이나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로부터 시장에서, 현장에서 배우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언어는 사람의 생각과 세계관을 담고 있기에 언어를 배우는 동안에 진정 현지인들을 이해하게 될 것이며, 언어를 익히는 동안 더 깊은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수님께서 하늘의 언어와 문화를 가지고 계셨지만, 성육신하셔서 말구유의 영성으로 인간의 언어와 문화 속에서 복음을 전하고 가르치셨던 것처럼 말이다.

손 목사는 University of santo Tomas에서 언어학과, 풀러신학교에서 선교학을 연구하면서 정립했던 언어습득 노하우를 전수했다. 앞 철자를 따서 만들어진 ‘GRASP’라는 5대원칙으로 ‘G’는 why(왜 배워야 하는가)로서 God and his kingdom(하나님과 그의 나라를 위하여), ‘R’은 where(어디서), when(언제)로서 Relationship in the New Community(지역사회에서 관계형성), ‘A’는 who(누가)로서 Approach and Attitude of Learner(언어습득자의 방법과 태도), ‘S’는 how(어떻게)로서 Strategy for Learning(언어습득 방법), ‘P’는 ‘what(무엇을)로서 Proc edures and Techniques(언어습득의 과정과 기술)이다. 각 단계별로 풍부한 설명을 통해 훈련생들의 이해를 도왔다. how부분에서 △필요한 것부터 시작할 것(인사 또는 가격문의 등) △한 번에 조금씩 배울 것 △반복적으로 사용할 것(가령 시장에서 40~50명의 사람들을 만나 배운 언어를 반복적으로 사용) △다음에 사용할 언어를 계획할 것(이미 알고 있는 것 외에 새로운 단어나 문장을 첨가하는 방법) 등을 강조했다. 어린아이처럼 실수할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