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부품 납품·검사비리로 인해 일부 원전이 가동을 중지하면서 올 여름 전력수급에 적신호가 켜졌다. 일찍 찾아온 장마로 인해 잠시 누그러졌지만, 올해 여름은 전력 비상사태 보도가 연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 소비 36년간 22배 늘어= 201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1인당 전력 소비량은 8271kWh이다. 미국은 1만2828kWh, 호주는 1만1174kWh, 우리나라가 세계 3위이다. 프랑스(7014㎾h), 독일(6630㎾h), 이탈리아(5252㎾h)는 물론 가까운 일본(7548㎾h)보다도 많다. 이 같은 1인당 전력 소비량은 1973년 375kWh에서 2009년 8323kWh로 36년간 22배 늘어났다. 같은 기간 동안 일본은 1.9배, 독일과 미국은 1.5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경제 및 환경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산업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기업수요가 많이 발생한 것을 주요인으로 꼽으면서도, 경제성장과 함께 찾아온 사회 전반의 소비주의 문화와 개인의 무분별한 낭비주의가 이 같은 수치의 증가를 가져온 것”으로 보고 있다.

◇얻은 전기만큼 잃은 것도 있어= 에디슨에 의해 전기가 발명된 이후 인류사회는 비약적인 문명시대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인류가 치른 대가도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 총 전력생산량의 약 60%를 화력발전으로 생산하고 있다. 이 과정 중에 이산화탄소,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탄화수소 등이 발생되어 공기를 오염시켰으며, 이는 결국 산성비와 지구 온난화를 불러왔다.

화력발전의 단점 때문에 원자력 발전의 비중을 높이자는 목소리가 커지지만 원전사고의 위험성은 더 큰 재앙을 예고한다. 이미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지진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으며, 내진설계가 6.5로 맞춰 건설되었기 때문에 그 이상의 지진이 엄습할 경우, 언제라도 대형사고의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전기 줄이는 삶 선택할 때= 교계 일각에서는 올해 전력수급 문제를 바라보며 “이제 전기 없이 살아가는 삶까지는 아니더라도 전기를 줄이는 삶의 방식을 고민할 때”라고 말하고 있다. “전기가 삶에 편리를 가져왔지만,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불야성 같은 도시 속에서 소비와 향락을 부추김 받아왔으며, 또 밤이 낮처럼 밝아지게 되면서 사람들은 쉼과 평화를 잃었고, 휴식 없는 노동이 일상화되었다”는 지적이다.

전기가 속도, 효율, 경쟁을 우리에게 강제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한 대학원생은 “이번 전기 부족사태의 아우성은 그동안 절제 없이 무한의 전기를 먹고 기형적으로 커버린 전기괴물이 된 우리들에게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 죽비소리처럼 들려온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하나님께서는 햇빛을 주시고= 하나님께서는 햇빛 에너지를 악한 사람이나 선한 사람 모두에게 비추어 주신다(하나님이 그 해를 악인과 선인에게 비추시며, 마5:45). 우리나라에 비치는 햇빛 1m의 면적이면 연간 1,300kwh의 전기를 생산해 낼 수 있다. 이것을 석유로 환산하면 130리터가 된다. 우리나라 땅에만 1년간 쏟아지는 햇빛을 다 합하여 환산하면 무려 800억배럴(1배럴=159리터)이 되는데, 이는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석유 양의 100배가 된다.

새롭게 전기를 생산해내기보다 수력, 풍력, 지열과 태양열을 활용해 전기를 줄이는 방안이 연구돼야 할 이유이다. 교회건물을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을 할 경우 자연 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은 어떨까? 이화여대 장윤재 교수는 “지금 우리는 에너지 과다소비 사회로 갈 것인지, 아니면 재생가능 자연에너지 중심의 지속가능한 생태사회로 갈 것인지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생명을 향한 결단을 촉구했다. 최근의 전력수급 문제를 지금까지 풍요와 편리를 위해 전기(화석연료와 원자력)에 과다하게 의존해 온 우리의 삶을 돌이켜 보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