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하교회(하나님의 뜻인가?, 목사의 뜻인가?)
2011년 5월 7일 성남 모란의 상가 지하 2층에 전세(6천만 원)로 공간을 빌려 성남중앙교회를 개척하고 경기동지방 소속으로 설립예배를 드렸다. 개척지 모란역 주변은 주거환경이 아니고 윤락가, 시장터, 일용직 중국동포들의 거주권이여서 개척을 실패한 목회자들이 수도 없이 많다는 후담을 들었지만 어차피 나는 선교지에서 23년 동안 집시종족(일명 양아치들)을 대상으로 빈민구제사역과 문맹퇴치 교육사역을 중심으로 교회를 개척하고 목회해 왔기에 그런 조건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는 하나님의 뜻인가? 나의 뜻인가? 의 자문이었다.

나는 나이 50에 교회를 새로 개척하기 보다는 조직된 교회에 부임해서 기존 성도들을 선교적 교회로 체질을 변화시켜 ‘가는 선교사’의 역할에서 ‘보내는 선교사’로 빨리 탈바꿈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러나 불가항력적인 그분의 몰아가심으로 교회는 개척되었고 지금도 내 편에서는 이유 없이 몰려가고 있다.

2. 지상교회(하나님의 교회인가? 목사의 교회인가?)
드디어 국내사역은 시작되었고 매주 거리전도와 정철영어성경학교 등 남들 흉내를 다 내보며 열심을 낸지 몇 달이 지나면서 지하 2층에도 예배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40~50명 정도 늘어나면서 수지 죽전(지상 5층)으로 이전예배를 드리게 되었다. 지금은 80~90명이 모여 예배드리고 있다. 교회가 교회를 세워가는 일에 내부갈등과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하나님은 우리 자유의지의 선용과 악용 모두를 사용하셔서 그분의 나라를 이 땅에서 이루어 나가신다.

교회개척하면서 한국성도들과 해외선교사인 나는 교회론의 인식 차이로 인해 흔한 말로 시험 드는 일이 잦았다. 23년 만에 돌아온 나는 한국교회의 모습 속에서 마치 예루살렘을 바라보시며 우시던 주님의 심정이 읽어졌다. 성령을 돈 주고 사려했던 시몬처럼 돈에 병든 오순절교회, 매월 수억의 헌금이 건축이자로 지출되어 헤롯성전이라고 비난받는 싸움의 교회 등등. 일일이 열거하기에 부끄러운 공개된 비밀들로 인해 거리에 버려져 밟힌 소금 같은 우리교회들의 자화상을 보면서 말씀의 거울로 하나씩 씻어달라고 기도한다. 앞으로 기독교 매체에 교회세습, 교회매매 라는 단어들이 사라지길 소망한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다. 주님이 교회의 머리됨을 인정한다면 매매의 대가는 주님이 챙기셔야 한다는 난해한 이론이 성립된다. 어떠한 이유에서도 교회는 사적으로 부자지간에 세습되거나, 경제논리로 매매되거나, 합병을 이유로 돈을 요구하거나, “거룩한 부담” 이라는 미명하에 목사, 장로, 권사 임직에 성직매매가 자행되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한국교회사의 아픔이 존재하는 이유는 [교회론]과 [목사론]의 부재에서 기인되었다고 생각한다. 개척자는 실패가 있으나 개척교회는 실패가 없다. 개척교회의 실패는 성령의 허락 없이 세워졌거나 내 뜻을 성령의 뜻으로 착각한 감정몰입이기 때문이다. 성령의 몰아가심이 없이 개인의 의지대로 창업하듯이 교회를 개척했다가, 목사 마음대로 문을 닫는 일은 금해야 한다.

3. 천상교회(우주적 교회인가?, 지역적 교회인가?)
한국교회에 문 열린 교회가 많았으면 좋겠다. 아이러니 하게도 문화강좌를 비롯하여 지역주민에게는 관대한 교회들이 같은 지역교회와는 갈등이 증폭되어 있다. 이 땅에 본(本) 교회는 없다. 지역교회만 존재할 뿐이며 주님의 교회와 우주적 교회만이 하나님이 허락하신 본(本) 교회이다. 교회를 떠나는 성도들의 책임은 대부분 목회자의 부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목회자들에게 선한목자 이신 예수의 마음이 필요하다.

나는 개척 이후 두 차례 [다른 교회 예배 참석의 날]이라는 새로운 예배를 시도했다. 1년 52주 중에 1주 정도는 자기가 예배하던 교회를 떠나 다른 교회에서 예배함으로 지역교회나 교단교회를 뛰어넘어 우주적 교회, 성경적 교회로, 건물이 아닌 영혼을 세우는 교회로의 의식전환이 일어나길 소망한다. [흩어지는 주일]에는 예전에 섬겼던 교회, 또는 가서 배우고 싶었던 교회, 그리고 불신자 친인척과 친구들을 인도해서 그들의 거주지 인근교회로 전도하는 주일로 사용하는데 목적이 있다.

나의 목회의 꿈은 교인들이 행복하게 순교하는 것이다. 지금은 박해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한국에서 신앙생활 하다가 순교할 가능성은 제로다. 그러나 살아있는 동안 순교자의 영성으로, 복음의 빚진 자 답게 사는 것이다.

나는 국내교회 개척사역도 해외 선교사역의 연장선상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께서 물적, 인적 자원을 모아주시면 그들의 자녀들은 선교사로, 그들의 자금은 선교비로 연결시켜 놓고 다시 국내목회를 내려놓고 선교지로 나가는 꿈을 꾸고 있다.

끝으로 초대교회 성도들의 헬라어 인사말로 맺고자 한다. 그들은 만날 때는 “하나님! 영광 받으세요.”(Δοξα τω Θεο)라고, 그리고 헤어질 때는 “주님! 어서오세요.”(Μαραναθα) 라고 인사 했다. 그것은 인사가 아니고 당시 상황에선 순교적 예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