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한익상 목사 [든든한교회]

30년이 조금 안되는 목회사역 속에서 감사하게도 필자는 왕왕 지역교회의 연합사역을 섬길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렇게 연합사역을 섬기던 와중에 있었던 하나님의 은혜와 지혜들을 나누고자 한다. 한국교회가 위기라고들 한다. 부디 한국교회가 하나 되어 다시금 평상 위에 둔 등불(마태복음 8장)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첫째, 연합사역은 희생을 필요로 한다.
연합사역을 이루어 가는 데 있어서 교회의 규모는 아무런 조건도 될 수가 없다. 가만히 살펴보니 사실 연합사역은 ‘희생하는 이’들을 통해 이루어진다. 사역자로서 쉼을 반납하고 며칠을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몇몇의 사역자들을 통해 이루어진다. 대형교회 사역자도 중형교회 사역자도 개척교회 사역자도 그 레벨은 결코 중요하지 않다. 개교회의 부흥과 각성 이외에 지역교회의 연합에 대한 십자가를 하나 더 짊어질 수 있는 그들을 통해 역사는 시작된다.

둘째, 연합사역은 창조적 발상을 필요로 한다.
최근 여러 지역교회에 창조적 사역에 대한 요구가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가장 창조적인 사역의 비결은 ‘성령’에 있다. 성령의 감동을 따라가는 것이 가장 창조적 발상이라 할 수 있겠다. 성령은 바람처럼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것이며, 그 안에 하나님의 깊은 것이라도 통달할 지혜가 있다.

셋째, 연합사역은 애통하는 마음을 필요로 한다.
연합사역에 있어서의 마음가짐의 문제다. 현대 한국사회에서 교회가 그 빛을 잃은 것에 분개하기 보다는 하나님의 영광을 잃어버린 교회의 모습에 눈물 흘릴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 중 연합사역을 시작하는 사역자가 이해해야 할 3가지를 나열하자면

먼저 연합사역을 하는 사역자는 ‘세대’를 이해해야 한다.
연합사역에 헌신하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윗세대와 아랫세대 사이에 다리가 될 수 있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세대를 아우르고자 하는 마음가짐이다.

둘째, 아픔을 이해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목회자의 아픔은 쉽게 오픈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목회자는 위로해주는 사람이지, 위로 받는 사람이 아니게 되곤 한다. 그렇다보니 어떻게 보면 외롭고 고독한 것이 목회자들이다. 목회자의 마음은 목회자가 잘 안다. 그런데 함께 아픔을 공유하는 데에서 새로운 시작이 일어날 수 있다.

셋째, 세상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어거스틴이 말하는 하나님의 도성에 사는 사람들이 아니다. 우리는 세상의 원리, 가치관에 따라 움직이는, 말 그대로 세상 한 복판에 서 있다. 그렇기에 세상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설 수 없는 부분이 상당부분 있다. 그런 연유로 연합 사역을 감당하다보면 왕왕 지역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눌 때가 있다. 매번 느끼는 사실이지만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들을 감싸 앉을 수 없다. 교회 내의 언어와 가치관에 익숙해져버려, 하나님의 ‘하'자도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어렵다면 그것은 목회자 스스로 다시금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마찬가지로 그들의 가치관이나 신념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저 세상을 적대하는 결과만을 초래한다. 기억해야 한다. 연합사역은 지역의 개교회로서는 닿기 어려운 곳까지 복음을 닿게 할 수 있다. 교회는 중세의 수도원이 아니다. 이 시대의 교회는 세상이라는 야생 한복판에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교회는 야생 한복판에 우렁차게 포효할 수 있는 맹수 같아야 한다.

연합사역을 하는데 있어서 가져야할 지침들은 이것들 이외에도 더 많이 있지만,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예수님이 하셨던 사역의 모습이다. 예수님은 십자가를 통해 하늘과 땅을 이으셨다. 땅의 아픔을 감싸 안으시고, 하늘의 위대한 사랑을 이 땅에 내리셨다. 십자가에서 이루신 이 위대한 희생으로부터 역사는 시작되었다. 연합사역을 감당하는 우리가 이 역할을 해야 한다. 각 지역에서 새로운 믿음의 역사가, 교회의 역사가 쓰여지기를, 그래서 교회를 통해 다시 한 번 쉐카이나의 영광이 이 땅에 비추이길 진심으로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