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화 목사 [벧엘교회]

목회자로 부름 받아 목회를 하면서 틈틈이 시간을 내어 노방전도를 시작한 것이 벌써 20여 년의 세월이 흘렸다.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슨 일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고전10:31)고 말씀하신 계명에 따라 오로지 복음을 전해야 겠다는 생각으로 전도팀을 구성하여 복음을 외쳤다.

14년 전 어느 날, 명동에서 노방전도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서울역을 지나가게 되었다. 차창밖에 보여지는 서울역 광장의 모습은 중앙의 시계탑을 중심으로 술에 취해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는 노숙자들, 계단에 앉아 있는 노숙자들, 차가운 바닥에 웅크리고 누워있는 노숙자들, 술을 먹고 서로 욕하며 싸우는 노숙자들, 지나가는 행인들을 붙잡고 구걸하는 노숙자들... 내 눈에 비춰진 이들의 모습은 우리사회에서 교회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고 전도되어야 할 소외된 영혼들이었다. 어떻게 하면 저들에게 복음을 전할까? 이러한 마음으로 그 동안 여러 장소를 옮겨 다니며 전도하던 것을 접고 서울역을 중심으로 노숙자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시작한 일이 벌써 14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동안 서울역도 대대적인 공사로 새롭게 단장하였고, 서울역 광장도 예전에 비해 환경정비가 잘 되었지만 여전히 노숙자들은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고 있다. 서울역 광장은 시시때때로 종교단체 및 선교팀들이 찾아와 노숙자들의 배고픔을 조금이나마 해결해 주기 위해 빵과 급식을 제공하고 복음을 전하고 있지만, 정작 그들은 배고픔에 굶주린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에 굶주려 있는 것이다.

노숙자들은 이 시대의 헐벗고 굶주리고 소외된 자들의 상징이다. 물질만능주의가 확연한 이 시대에 소외된 자들을 위한 자리는 어디에 있는가? 사회의 무관심속에 굶주려 있는 노숙자들을 위해 한국 교회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 땅에 복음이 들어온 지 130년이 지났지만 한국 교회가 사회에 소외된 자들을 위해 지금까지 무엇을 하였는지 묻고 싶다. 헐벗고 굶주리고 소외된 자들을 찾아오신 예수님처럼 오늘 날 교회는 우리사회에 헐벗고 굶주리고 소외된 노숙자들을 위해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는 사회선교를 펼쳐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교회는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기 위해 세계의 많은 나라에 선교를 해 왔다.

이제는 우리가 사는 이 땅에 소외된 자를 찾아 적극적으로 선교를 펼쳐야 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노숙자들을 돕기 위해 교회가 연합해서 할 수 있는 사회선교를 제안한다면, 서울역 주변이나 인근 지역에 노숙자들을 지원하는 선교센타가 절실히 필요하다. 현재 서울시에 등록된 서울역 노숙자 인원은 5,000명 정도이며 이들 중, 서울역 광장에서 하루 유동 노숙자 인원은 대략 1,000명에서 2,000명으로 잠정 집계된다.

그러나 이들에게 주어진 휴식공간은 서울시 희망지원센터 안에 5평 정도의 휴식공간으로 남ㆍ여 각각 4명 정도가 사용할 수 있는 목욕시설을 갖추고 있을 뿐 턱없이 부족하다. 일부 노숙자들은 서울역사 안의 화장실과 그 일대의 지하철 역사 안의 화장실에서 세정을 한다. 또한 이들의 취침장소도 마땅치 않다. 늦은 저녁이 되면 노숙자들은 취침을 위해 남대문시장과 남대문경찰서를 지나는 통로 바닥에서 무리지어 취침을 한다. 이러한 상태이다 보니 매년 겨울이 되면 일 년에 1~2명 정도 동사하는 노숙자들이 발생한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이들의 청결을 위한 세정시설과 잠자리를 위한 별도의 공간을 지원해줌으로써 집 없는 노숙자들을 돌보아주는 사회선교의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또한, 선교센터의 기능으로 노숙자들의 직업재활능력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기술이 없어 취직을 하지 못하는 노숙자들에게 특별히 전기, 목수, 미장, 설비, 도배 등과 같은 재능기부프로그램을 운영하여 기술을 배우게 함으로써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회선교도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