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종관 목사 (세움교회 )

용기의 심리학자 아들러(Alfred Adler)는 “인생이란 누군가 정해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무엇인가를 선택할 용기가 없는 사람들은 “불안해서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게 아니라 거꾸로 밖으로 나갈 용기가 없어서 불안한 감정을 지어내는 것”이라고도 했다.

결국 자유롭지 못한 인생을 살아가는 근본적인 이유는 ‘용기’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요즈음 ‘용기’ 신드롬 이라고 할 만큼 용기에 관한 책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용기에 관한 책과 글들이 인기를 모으는 이유는 ‘용기’는 인간의 정신이 모든 미덕을 현실생활에서 제 기능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근원적인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이 용기를 가지고 있지 못할 때 본질적으로 삶의 가치를 실천하거나 이행할 수 없다. 용기는 인생에 절망이 찾아 올 때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인생의 과제에 도전하게 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능력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성찰과 성장은 우선적으로 용기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용기에는 저돌성과 머뭇거림이 병존(竝存)한다는 역설이 담겨 있다. 왜냐하면 자기성찰적인 머뭇거림이 없이 저돌적이기만 한 용기는 일종의 만용(蠻勇)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무의식적인 두려움이나 절망을 은폐하기 위한 가짜 용기다. 그럼에도 용기를 가질 때, 그 용기는 커지게 된다.

우리 시대에 중추(中樞)라고 할 수 있는 젊은 세대들이 용기를 잃어가고 있다. 3포(抛) 세대를 넘어 5포(抛) 세대, 그리고 7포(抛) 세대도 모자라 9포(抛) 세대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무기력해진 젊은 세대들의 희망 없는 삶에 대하여 무엇으로 용기를 주고 현실을 마주하라고 격려해야 할지 난감할 뿐이다. 이것은 우리 시대가 삶을 실현할 건강한 용기를 잃어 가고 있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언제 부터인가 우리는 타자를 동료로 보지 않고 경쟁자로 보게 되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언제나 거만하기 그지없는 중요한 역할을 하려는 사람이 되라고 스스로 가르쳐 왔다. <미움 받을 용기>의 저자인 기시미 이치로는 결국 이러한 삶의 방식은 어떻게 하든지 남보다 내가 더 우월해져야 한다는 경쟁의 구도를 만들게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구조화된 경쟁적 삶은 극도의 긴장감을 유발시켰고, 타인과의 끊임없는 비교의식을 통한 자기 우월성을 표현해야 했기에 어떤 쉼도, 어떤 평온함도 없는 삶의 양상을 만들었다.

그렇게 스스로 운명을 선택하게 하는 동안 사회의 비정상적 구조를 고민하지 않게 되었고, 그 결과가 지금의 우리 사회의 심각한 통증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도 자유롭지 못하다. 교회 교육이 성경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이지만, 입시 철이나 진급 철, 그리고 입사 철이 되면 교회는 특별 집회 등을 통해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야 하는 공존의 조건을 받아들이도록 안내하는 일에 비켜나 있었다. 오히려 다른 이들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할뿐만 아니라, 그것을 더욱 확실하게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신앙을 강요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볼 때다. 남들만큼의 성실한 노력 없이 특정한 결과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하나님의 은혜라고만 말하기에는 뭔가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 참된 성취의 열매는 일정한 시간과 과정이 포함되어져야 한다.(눅 8:15)

성경도 사람과 사람의 경쟁이라는 대립적 관계를 통하여 만들어 내는 결과에 대하여 부정적이지 않다. 그러나 대립적 관계는 언제나 타자의 존재가 전제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이것은 다른 말로 공헌을 위한 타자성에 대한 인식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타자에게 베풂으로써 자신을 완성시키고, 동시에 타자에게 받음으로써 또한 자신이 타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느끼게 되는 자기 수용적 태도를 가지게 되며, 바로 이것 때문에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존재가 인간이다. 인간이 홀로 존재하는 것이 하나님이 보시기에 불편(창 2:18)했기 때문에, 하나님은 서로 닮은 타자(하와)를 만들어 주셨다. 마주 보며 살아가게 하신 것이다. 그것이 삶이며, 그것이 은혜다.

하나님이야말로 우리들의 진정한 타자이시며, 진정한 공헌을 위한 타자로 우리들과 함께 계신다. 사이(間)의 존재로서의 인간은 타자에 대한 공헌의 삶을 살 때 진정으로 용기 있는 존재가 된다. 그러므로 진정한 용기란, 타자를 수용하고, 그 속에서 나의 나됨을 만나는 것이다. 이러한 용기는 자기연민이라는 유약한 변명의 삶을 극복하는 가장 적극적인 방식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땅의 교회로서 나와 너, 그리고 우리가 참된 타자적 공헌감, 즉 ‘용기’(勇氣)를 선택한다면 이 가을이 주게 될 풍요만큼이나 세상은 훨씬 더 아름답게 물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