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세밀하게 다시 생각해 보면 그 같은 질문은 매 시대마다 교회 밖에서 교회를 경책한 내용이었고, 또한 교회 안에서도 시대마다 교회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 왔던 내용이므로 딱히 새로울 것이 없는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기우이기를 바라지만 교회와 종교지도자들의 고민이 어디에 있는지 또한 그 고민의 정도가 교회 밖에서 느끼는 우려의 온도를 정확하게 체감하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음이 안타까울 다름이다.

George Santayna는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과거를 반복하는 저주에 휩싸이게 된다”는 말로 시대를 읽어내지 못하는 사람들의 무지를 비판했다. 또한 Alfred North Whitehead는 “과거를 어떻게 보존했는가 하는 것은 미래를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 하는 물음과 동일하다”라고 지적했다.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 조나단의 비상이나, ‘트리나 폴러스’의 나비가 된 애벌레, 자기 몸을 부서트리며 급류를 거슬러 올라가서 알을 낳는 ‘안도현’의 연어가 보여주고 있는 수고로움은 과거를 반복하는 저주에 휩싸여서 현실에 안주하는 어리석음에 대한 경종의 울림이며, 남들이 보지 못한 세계를 본 존재만이 도전할 수 있는 일종의 무모함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볼 때 하나님의 역사에 line up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무모함의 대가들이었다. 그들은 마치 골리앗을 향해 돌팔매질한 다윗의 손에 들려졌던 작은 돌멩이처럼 너무 작아서 드러나지도 않았지만 영원불변하는 하나님의 로고스 앞에 겸손히 무릎 꿇고 역사를 관통하고 시간을 거역하여 성령의 역사를 사모하며 기다렸던 하나님이 대안되어 주셨던 작은 돌멩이들이었지 ‘물질전능주의’에 깊이 침전해 있는 다수의 대중들은 아니었다.

만에 하나 우리의 믿음이 우리의 삶의 의미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를 설명해내지 못한다면 아주 조만간에 우리의 믿음은 ‘습관적인 믿음으로 바뀌게 될 것이며, 시대에 대한 책임과 삶의 의미를 설명해 주지 못하는 종교는 반드시 도태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 동시에 우리의 믿음과 복음이 이 시대와 성도들의 삶의 의미를 정확하게 해석해 나가고 있는지를 세밀하고 진지하게 살펴야 한다.

이 시대 교회가 하나님의 존재방식으로 존재하며 다음 시대를 책임지고 하나님의 역사에 line up 할 방법은 과연 무엇인가? 새해 벽두에 생명의 빛으로 오신 주님께서 이시대의 미명을 한 꺼풀 벗겨주시기를 주님 앞에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