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지 목사 [양문교회]
지금 우리 사회는 굶주린 맹수처럼 사회적 잇슈가 생기면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들어 문제를 파헤치고 비판하고 불평하고 책망하고 돌을 던지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또 그 일에 대해 신문이나 매스컴은 너무 지나친 과열 취재 경쟁으로 인해 또 한 사람의 죄인을 커다란 죄인으로 만들어 도저히 일어설 수 없을 정도로 밟아 짓이기는 모습을 보면서 교회를 섬기는 목사로서 마음 한구석이 씁쓸하다 못해 고통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 시대는 예언자적 사명을 가지고 잘못된 문제를 낱낱이 파헤치는 책망하고 정죄하는 일도 필요하지만 예수님처럼 그 죄를 씻어주고 덮어주고 용서해주는 그리고 십자가를 지고 그 죄를 대신 짊어지는 사람이 진정으로 필요한 시대입니다.
우리 중에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습니까? 다 상처투성이인 이 시대에 이웃에게 사랑으로 접근하지 않고 공의의 잣대와 칼로 재단하고 정죄하는 것이야말로 어리석은 인간의 교만입니다. 평소에 이웃에 대해 배려하지 못하고 문제가 터지면 그 때에서야 그들에게 대해 관심을 갖는 척하며 비판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예수님처럼 그들 속에 들어가 함께 있어주고 그들의 아픔과 어려움을 이해하고 함께 웃고 함께 울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예수님은 그리스도인에게 세상의 빛의 사명을 주셨습니다.
그런데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빛으로서 사명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함으로 어둠이 온 세상이 지배하고 있는데 빛이 누구를 원망하겠습니까? 이런 때 일수록 나 자신을 돌아보고 하나님 앞에 울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요즘 저는 욥기를 묵상하면서 많은 깨달음을 받고 있습니다. 욥이 심각한 고난 중에 있을 때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그의 아내, 그리고 그를 위로하러 왔던 세 친구, 정말 사랑해야 할 진정한 관계가 아닙니까? 그런데 그의 아내는 욥에게 “자기의 온전함을 굳게 지키느냐 하나님을 욕하고 죽으라”고 저주를 퍼부었습니다. 욥의 친구들은 한 주일동안 할 말을 잃고 지켜보고만 있더니 드디어 말을 시작하는데 그것은 자기 입장에서 상대방을 판단하고 훈계하고 비판하고 결국 정죄하는 편에 섰었습니다.
이것이 이성적 인간의 한계인 것같습니다. 이 모든 사건 속에 하나님의 오묘한 섭리가 들어있는데 그것을 볼 수 있는 눈이 없었던 것입니다. 이 때 하나님의 시각에서 욥을 보는 것이 절실하게 필요한데 그들에게는 그런 믿음의 눈이 없었습니다. 그러기에 보이는 것만 평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현실을 냉정하게 비판하며 도식적이고 인과응보적인 관점으로 판단하는 친구들은 지금의 고난은 욥이 저지른 죄악의 결과라고만 단정하였습니다. 결국 이 시대의 고통은 하나님의 깊은 섭리를 깨닫지 못하고 이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저 보이는 것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 시대에 저 하와이 몰로카이 섬의 데미안신부처럼 예수를 보여주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데미안신부는 한센스 환자의 섬인 몰로카이에 파송되었습니다. 그는 건강한 선교사로 들어가 전도의 한계를 느끼고 자기 몸에 한센스 병을 옮겨 그들과 같은 몸이 되어 함께 울고 함께 웃을 때 그들은 데미안신부에 대해 남이 아니라 ‘우리’로 받아들이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데미안신부의 삶에 베어 있는 예수를 보고 예수를 만나고 그들과 진정으로 하나가 된 것입니다. 훗날 그가 세상을 떠나 장례식하는 날 온 몰로카이섬의 사람들이 함께 슬퍼하며 찬송을 부르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문제를 파헤치고 돌을 던지고 비판하는 사람보다 감싸주고 이해하고 치료하고 그들 속에 들어가 함께 울고 함께 우는 예수가 필요합니다. 그리스도인은 현존하는 예수입니다. 세상에 예수를 보여주고 예수처럼 살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예수가 우리 안에 현존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통해 나타내고 싶어하시기 때문입니다. 저는 목사로서 해야 할 일은 물론 강단에 서서 설교도 해야겠지만 문제를 안고 있는 교인들을 찾아가 문제의 정답을 주기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회를 향해서도 그리스도인으로서 그들 속에 들어가 그들의 아픔을 함께 하고 그들과 함께 울어주는 것이 오늘 교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신문이나 방송도 너무 문제만을 부각시키고 비판하고 정죄하기 보다는 좀 더 그들 속에 들어가 그들을 이해하면서 대안을 제시하고 희망을 제시하는 매체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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