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소 목사 [에수사람들교회]

이후 대학생들을 위한 책읽기 교재로 발간된 이 책은 1940년부터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다양한 언어와 판형으로 번역되었다. 이 책에는 분야별로 다르게 읽는 독서법에 대한 소개가 잘 되어있어 독서지도자들의 필독서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애들러는 여기에서 참으로 다양한 책읽기를 소개했다. 수학 서적 읽는 법은 방식 외우기와 문제 풀기에 익숙한 우리에게 수학책 읽기라는 새로운 도전을 던져준다. 수학은 문제를 푸는 것이지 어떻게 읽으라는 것인가? 라는 의문은 이 책을 읽으면서 곧 풀리게 된다. 우리의 독서가 얼마나 왜곡되었나를. 비평적으로 읽기나 통합적 읽기 수준에 이르면 우리 독서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우리 독서 또한 초등학교 수준에 머물러있다는 인정과 반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유진 피터슨의 ‘이 책을 먹으라’는 책 또한 ‘렉치오 디비나(lectio divina)’라는 독특한 경전 읽기를 가르치고 있다. 기록된 말은 모두 죽은 말이다. 무미건조하게 도서관에 묻혀있는 말들. 그 말들에 물을 주고 살아있는 말들을 위한 생명수와 같은 독서법이 바로 ‘렉치오 디비나’라고 했다. 그는 이 독서법을 또 다른 표현으로 ‘지독한 훈련’이라고도 했다. 

‘렉치오’는 텍스트 읽기다. 있는 그대로 텍스트를 읽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은 ‘메디타티오’로 텍스트 묵상하기다. 글이 쓰인 과거로 되돌아가는 과정이다. 다음이 ‘오라티오’다. 즉 텍스트로 기도하기다. 텍스트를 내 것으로 만드는 심화된 독서 작업이다. 마지막은 ‘콘템플라티오’로 텍스트의 말씀대로 사는 것을 의미한다. 종교인들은 이러한 독서법을 배울만하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 이 독서법의 독특한 강조이기도 하다. 

 유진 피터슨의 렉치오 디비나 독서법은 오랜 종교 역사 위에 만들어진 독특한 독서법이다. 그런 면에서 수많은 종교와 관련된 경전 읽기의 도전도 필요하다. 분야별 다르게 읽어야하는 독서는 그래서 훈련이 필요하다. 

최근에 내가 관심을 갖는 독서법은 마지널리아(marginalia)이다. 여백에 긁적거리기 쯤으로 해석할 수 있는 이 독서법을 직접 행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마지널리안(marginalian)’이라고 부른다. 

평론가 김병익은 마지널리아적 독서를 통해 12,500장 정도의 포스트잇을 활용해 여백에 느낌을 적었다. 그리고 그 포스트잇을 정리해 또 한 권의 책을 냈다. 가볍게 정리된 이 책은 그의 정통적 평론집보다 더 팔리는 기현상을 나타내 그 또한 놀랬다고 한다. 

여백을 활용한 마지널리아 독서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독서법이다. 지금 우리가 읽는 책 여백에 느낌과 생각의 깊이를 더해 긁적거린 한 순간의 기록이 누구에게는 도전이 되고, 멘토와 멘티의 역할을 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새해가 시작됐다. 목회자의 서재를 정리하고 오래전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 읽어보자. 사색의 깊이를 더하기위한 새로운 독서법에도 도전을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