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선 목사 [아름다운우리교회]

그러나 아무도 아직 걸어가 보지 않았던 여 목사의 길은 마음과 걸음이 엇박자였다. 마음은 한없이 기쁘게 힘 있게 달려가건만, 걸음은 한없이 느리게만 가는 것이다. 당장 개척이나 단독 목회 자리에 들어가지 않으면 목사 직분을 감당하기에 일터가 없었다. 우리 교단의 실정으로는 부목사의 자리가 없는 것이 남·여 모두에게 똑 같은 현실이지만, 여 목사에게는 더욱 그렇다.

올해로 목사안수 14년차를 맞이하면서 13년 동안 70-80여명의 여 목사가 배출되었다. 앞으로도 계속 안수자는 늘어날 것이다. 총회자료에 의하면 전국교회에 담임으로 교회를 세워가고 있는 여 목사가 50 -60여명으로, 각 지역에서 맡은 바 하나님의 나라의 일군으로 그 몫을 잘 감당하고 있다. 참으로 대견하고 감사하다. 같은 교단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지방회와 감찰회 안에서, 각 자의 목회현장에서 함께 할 수 있는 남·여 목사님들은 스스로 모두에게 참 중요한 후원자요, 기댈 수 있는 지렛대 역할을 해주기에 충분한 힘이 된다. 

나는 목사안수 2년차에 안수를 받고 올해로 담임목회 13년차가 된다. 여 목사 안수자로는 선배의 자리에 있다 보니 여러 목사님들의 목회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소식을 듣게 된다. 물론, 전체가 아닌 단편적인 부분이겠지만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을 때에는 마음이 참 아프다. 조직 안에서(총회, 지방회, 감찰회 등) 여성이기에 겪는 어려움, 힘이 없어서 당하는 억울함, 차별에 의한 편향성을 토로할 때는 같이 기도하며 울 수밖에 없다.

한 예로 어느 여 목사님이 감찰장직을 2년 동안 맡아 수고할 때가 있었는데, 어느 날 밤에 문자로 “감찰회 임원들 지금 빨리 우리교회로 오시오. 지금 안 오면 앞으로 좋은 일이 없을거요.” 라는 문자를 받고 겁을 잔뜩 먹고 바로 찾아갔는데 2시간동안 감찰회 불만과 나름 조언과 위협, 선배를 선배로 여기지 않는다는 개인적인 불만까지 추운 교회 안에서 벌벌 떨면서 충고 아닌 충고를 듣고 왔다는 말을 듣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감찰장이 남자목사님이었더라도 그랬을까?

그 목사의 인격이려니 하고 넘어가기에는 너무나 많은 생각이 몰려 왔다. 목회현장에서 만큼은 약하기에 눈물 흘려야 하는, 다르기에 어쩔 수 없이 무릎을 꿇어야 하는 일 들이 없기를 늘 기도한다.

함께 가는 목사의 길은, 힘이 없을 때 어깨에 힘도 넣어주고, 배고플 때 밥도 같이 먹어 주고, 눈물 날 때는 같이 울어도 주고, 기쁠 때는 같이 웃어 주는, 힘들 때는 같이 기도해 주는 목사의 길이, 목회현장이 되어 질 때, 하나님의 나라는 든든히 세워져 갈 것이며, 동역의 아름다움은 목회현장에서 꽃이 되고 열매가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