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태 목사 [하늘빛교회 / 본지 편집위원]

하지만 우리 사회의 죽음관의 절대적인 영향은 유교적 죽음관으로 성리학을 집대성한 주자가 주장한 이기설(理氣設)로 인간의 사생관(死生觀) 뿐만 아니라, 모든 사물의 생성변화를 설명한다. 사람이 태어난다는 것은 하나의 기(氣)가 일어나 모이는 것이며, 생명은 기(氣) 가운데 맑고, 곱고, 빼어나고, 온전한 기(氣)가 모이는 것이다. 죽는다는 것은 모였던 기(氣)가 일정기간 존속하다가 흩어지는 현상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흔히 죽은 조상을 보았다는 인귀사상(人鬼思想)은 사람이 죽으면 기(氣)가 흩어져야 하는데 기(氣)가 오랫동안 흩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유교에서 죽음을 정상적인 죽음과 비정상적인 죽음으로 구분한다. 

정상적인 죽음은 결혼하여 자식이 있는 자, 천수를 다한 자로 이들은 유교적 절차에 따라 3년 상(27개월), 19대절차를 통해 마무리된다. 그러나 비정상적인 죽음은 자살자, 타살자, 익사자, 각종 사고자, 전사자, 원한을 갖고 죽은 자, 미혼자로 억울한 원혼을 무속에서 굿을 통해 위무한다. 따라서 인귀(人鬼)를 보았다는 것은 억울하게 죽은 자들의 기(氣)가 흩어지지 않아 예외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비정상적으로 죽음을 맞이한 자는 부정한 죽음으로 인식하여 집안으로 들이지 않고, 장례 절차를 진행하였다. 그 이유는 죽은 망자(亡子)가 객 귀신이 되어 후손들을 헤친다는 사상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집안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가? 과거에는 임종자들이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였지만 오늘날은 대부분 병원이나 노인시설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그런 의미에서 임종자들은 대부분 비정상적인 죽음을 맞이한 객사(客死)자들로 인귀(人鬼)세상에서 살아남을 자가 없을 것이다. 또한 자신의 생명과도 같은 후손들을 망자(亡子)가 헤친다는 것은 비도덕적인 사상이다. 특히 유교화 정책인 장자봉사(張子奉祀), 가묘제(祠堂文化), 3년 상과 남아선호사상(男兒選好思想), 풍수설(風水說, 명당문화(明堂文化))등은 허례의식과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으며, 부모님을 섬김이 효(孝)의 발로(發露)가 아닌 두려움으로 진행되고 있다.

참된 진리는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하지 않는 것이 진리이다. 하지만 전통적 죽음관은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하는 모순이 있는 불완전한 죽음관으로 우리가 인격적인 행위로 수용하고, 받아들이기 어렵다. 하지만 기독교의 죽음관은 인간의 불순종(하나님의 금기를 이기는 행위)을 통한 죄의 결과로 죽음이 찾아왔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보았다. 

성서 전체를 통해 일관되게 흐르는 핵심적인 사상은 “하나님은 죽은 자의 하나님이 아니요, 살아 있는 자의 하나님이시라. 하나님에게는 모든 사람이 살았느니라.”(눅20:38)이다. 하나님께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을 통해 피조물의 죄와 죽음의 역사가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있으며, 새로운 생명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사실 사람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 자체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죽음으로 지금껏 살아왔던 모든 것이 끝난다는 허무감과 안타까움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죽지 않으려고 하고, 영원히 죽지 않을 기념물을 만들었는데 이런 태도를 죄로 보았다. 그 이유는 내 삶의 주인은 하나님이 아니며, 자기 자신으로 생각하여 유한자인 나를 궁극적인 존재로 만들려는 노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하나님과 동행하면 나의 유한성을 깨닫고, 한계를 인정하며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며, 인도하심 따라 살 수 있다. 

 오늘날 잘못된 종교적 죽음관의 영향은 죽음이 변화의 단계가 아니라, 고통, 괴로움이 되고 있다. 그러나 바른 기독교적 죽음관은 자신을 유한한 존재로 인식하도록 하여 죽음을 변화의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수용하고, 맞이할 수 있도록 한다. 변화로서의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하나님 안에서 거룩한 자로, 새로운 피조물로 준비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