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구 목사 [광주한사랑교회 ]
며칠 전 「루터 Luther」 영화 시사회에 다녀왔다. 당시 교황청의 잘못을 지적하며 비텐베르그 성문에 비장한 각오로 95개의 주제를 게시하는 것이 감동이었다. 31일이면 종교개혁 500주년이 된다. 희년은 모든 것을 재정리(re-set), 재출발(re-start)하는 의미가 있다. 종으로 팔렸어도 자유를 얻어 집으로 돌아가고, 경제적으로 어려워 토지나 가옥을 팔았어도 되돌려 받아 평등하게 재출발하였다. 원점에서 새출발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성경의 정신과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라고 10번이나 기회를 주셨으나 세월이 흐르는 만큼 성경에서 멀어져 더욱 변질되었다. 한꺼번에 변하면 잘못을 금방 알 수 있으나 조금씩 변하면 동화되거나 순응하고 만다. 한 때 우리나라 기독교인이 1200만에 달하여 세계적인 이목을 끌었으나 이제는 겨우 800만을 유지하고 있다. 약해지고 축소되어지는 이유가 무엇이며, 왜 한국교회는 국민들로 외면당하고 존경과 신뢰를 잃어가고 있을까?
우리교단은 일제강점기에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성경적 신앙을 고수하다 순교하거나 교회 문이 닫힌 적이 있었다. 믿음의 가치를 성경에서 찾고 말씀대로 사는 것을 보배로 여겼었다. 세상의 흐름을 거슬러 올곧게 살았기에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었다. 교회가 탐심은 우상숭배(골3:5)라는 가르침을 망각하고, 경건보다는 물질에 눈이 어두워져 세상풍조를 수용하고 편리와 쾌락과 풍요를 따라가게 되었다. 가시적 신사는 과감하게 거부하더니 맘몬에게는 넙죽 절하고 풍요와 세속화를 축복이란 이름으로 받아들였다. 이것이 우리의 부끄러운 현실이다.
작년 총회에서 C지방 k목사가 ‘선거에 단독후보로 나서니 식사대접도 못 받고 봉투도 없어 싱거웠다.’는 발언을 아무 거리낌 없이 하자 K지방 S목사가 ‘그 발언은 취소하고 회의록에서 삭제하여 달라.’고 요구하였다. 이것이 부끄러운 현주소이다. 저는 1973년 신학교에 들어가 1977년부터 목회하여 현역 목회자의 1%안에 들어가는 선배인데 선거운동하며 선교비라는 미명하에 봉투를 건네고 격려한답시고 접대하며 부끄러운 짓을 하였다.
교단이 잘못 가는데 내가 중심적인 위치에 있었음을 회개하며 이제라도 용서를 빈다. 선배들이 잘못하고도 전혀 느끼지 못하고 무감각하였다. 정신 차리고 성경으로 돌아가야 그나마 희망이 있다.
이 시대에 세례 요한의 영성이 필요하다. 사가랴 제사장의 아들로 혈통을 따라 제사장의 화려한 의복을 입고 금수저를 쥘 수 있었으나 안정된 삶을 포기하고 광야로 나가 약대털옷을 입고 메뚜기와 석청을 먹으며 당시 지도자들에게 회개하라 외치며 개혁을 주도하였던 세례 요한. 호화로운 문명의 혜택을 과감하게 포기했던 그의 결단이 한없이 존경스럽고 부럽다.
총무 재직시 S교회에서 연무대교회 건축헌금 1억 원을 총회에 전달하였다. 사회적 위치가 있음에도 장로 4분이 소형차를 타고 오셨다.
목사(장로)는 종으로 섬겨야하는데 신분상승한 줄 알고 대접 받는데 익숙하다. 예수님은 친히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셨다.
지난여름 얼마나 무더웠던가? 비지땀을 흘리며 일하고 얻은 것으로 헌금하는 것을 보며 고급화에 익숙해진 내가 부끄러웠다. 골프장에서 운동하고 호텔에서 회의하고 고급식당 출입하는 것을 포기하고 참 목자답게 예수님을 본받아 절제하고 검소하며 기회 있는 대로 이름 없이 힘껏 섬기며 살자. 혁명은 남을 변화시키는 것이고 개혁은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이란 말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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