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박기영 목사 [성결대학교 교수 ]

어느날 사회복지사가 사례관리 대상자인 한 여성내담자와 함께 필자가 근무하는 센터에 심리상담 의뢰를 위해 방문했는데, 상담을 받지 않겠다고 태도가 바뀌었다. 자신은 크리스천이기 때문에 자기 문제를 상담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자체가 신앙적으로 마음에 내키지 않기 때문에 혼자 기도하면서 해결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필자는 목사라는 신분을 밝히고, 크리스천으로써 상담을 받는 것이 과연 믿음이 없는 행동인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필자가 그 여성 내담자와 1 시간 정도 대화를 나눈 뒤, 그 내담자는 필자에게 상담을 받겠다고 재 결심을 하고, 그 후로 10회기 동안 기독교상담으로 진행한 적이 있었다.

과거에 성도가 몸이 아프면 기도를 해서 고쳐야 하는데, 약을 먹거나 병원에 가는 것은 믿음이 없는 행위라고 설교를 하시던 목사님들이 있었다. 사실 약을 먹으면 금방 회복될 수 있는 병임에도 불구하고, 약을 복용하지 않고 고통을 참아가며, 기도로 낫는 것만이 믿음의 행위라고 인식되었다.

물론 그렇게 해서 질병이 호전되기도 하고, 건강상태가 더욱 악화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크리스천 가운데 몸이 아플 때에 현대의학에 의지하는 것을 보고, 믿음이 약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왜냐하면 현대의학도 하나님이 주신 지혜로 만들어진 일반은총의 결과라고 믿기 때문이다.

몸이 아플 때에 약을 복용하면 믿음이 없는 사람인가? 마음이 아플 때에 상담을 받는 것은 어떤가? 인간은 영(靈)과 육(肉)과 혼(魂)의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고 이들은 서로 유기적인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에 영이 병이 들면 육체나 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편 육체가 건강하지 못하면 영성생활이나 마음이 우울하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심리 정서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혼이 건강하지 못하면, 신앙생활이나 육체적인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서 심리상담은 인간의 혼(魂)에 해당하는 부분을 심리학이라는 과학에 근거하여 마음의 역동을 통찰하고 돌보는 것이다. 예수님은 심리상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예수님이야말로 인류의 구원자이실 뿐 아니라 인간의 마음을 꿰뚫어 보시는 최고의 심리학자이셨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제자들의 마음을 다 아시고 그들을 공감하시면서 그들과 동거동락을 하셨기 때문이다. 신구약 성경에 마음이라는 단어가 1천 번 이상이 나와서 성경의 매 장마다 한 번씩 언급될 정도로 마음을 관리하고 다스리는 것은 성경의 매우 중요한 주제이다.

그런 마음을 성도는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다스려야 한다. 그런데 그게 잘 안 되는 사람은 어떻게 할 것인가? 믿음이 독실하고 성령이 충만한데도 자주 화를 내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런 경우에는 육체의 건강을 위해서 의학의 도움을 받듯이, 심리적 건강을 위해서 심리상담을 통해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신앙이 독실한 성도라고 할지라도 마음속에 깊은 상처가 있을 때에 심각한 우울증을 겪을 수 있다. 그런 경우에 기도를 통해서 심리 정서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성도로서 바람직한 방법이지만, 회복이 되지 않을 경우 다양한 심리기법을 통해서 우울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움을 받는 것도 하나의 지혜라고 할 수 있다.

크리스천의 입장에서 인간을 이해할 때 우선 신학적인 인간이해가 가장 중요하지만 거기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나의 신체와 생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의학적인 인간이해가 필요하고, 내 마음의 역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심리학적 인간이해가 필요하다.

그렇게 할 때에 영·육·혼이라고 하는 인간의 세 가지 구성요소를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몸의 건강을 위해서 의학을 활용하듯이, 내 마음을 좀 더 잘 돌보기 위해서 심리상담을 받는 것은 비신앙적인 모습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하나님이 주신 일반은총을 잘 활용하는 것이다. 크리스천이 어떤 신앙적 관점을 갖느냐에 따라 삶속에서 자유함을 얻을 수도 있고, 자신을 속박할 수도 있다. 크리스천에게 상담이 필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