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만의 사람들이 모여 자기들의 땅을 뜯어 고치고 그 땅에 아무것도 나오지 못하게 애쓴다 하더라도, 또 솟아 나오는 풀을 한 구석에서부터 뽑아버린다 하더라도, 석탄과 석유와 연기로 그슬려 놓는다 하더라도, 유원지의 잔디는 물론이요, 길바닥에 깐 돌 사이에도 풀은 파릇파릇 솟아나기 시작하였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소설 ‘부활’의 첫 부분이다. ‘부활’은 귀족 청년 네흘류도프와 창녀가 된 가츄사가 정신적으로 부활하는 과정을 통해 당시의 러시아 사회구조에 대한 비판과 인간에 대한 사랑을 근본으로 하는 톨스토이 사상을 담고 있다.
소설의 첫 부분은 억압과 핍박으로 인해 죽은 것처럼 된 땅 위로 새 생명이 힘차게 솟아오르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부활’이란 단어를 절묘하게 해석한 내용이라고 여겨진다.
춘분이 지난 첫 만월 후 맞이하는 주일을 부활절(서기 325년 니케아 종교회의에서 결정)로 지키고 있는데 금년 부활절은 4월 첫날이다. 봄 색이 완연한 계절 한 가운데 부활절을 맞는다.
‘봄’을 상징하는 단어 가운데 가장 적합한 단어가 있다면 ‘생명’일게다. 앙상하게 메마른 가지에 물이 차오르고 가지 끝에서 꽃망울이 터져 나오는 것을 보면 ‘생명’의 신비로움이 있다. 솟아나는 생명을 누가 막으랴.
봄에 맞는 부활절은 생명을 공유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부활절에 나누는 선물 가운데 으뜸인 것이 달걀이다. 껍질을 깨고 병아리로 나오는 새 생명의 신비를 담고 있기 때문일게다.
그런데 유감스러운 것은 생명으로 충만해야 할 금년 봄은 오히려 음침하고 어둡다. 황사, 미세먼지로 하늘은 칙칙하고, 저출산으로 인해 뛰어노는 아이들이 없다. 해소되지 않고 있는 청년실업 문제로 청년들은 꿈을 잃어가고 있다.
테러의 소식은 끊어지지 않고 전직 대통령이 두 사람이나 수감되어 있다. 미투운동은 계속되고 있으며 도덕과 윤리는 땅에 떨어지고 사람들은 자기 사랑에 빠져있다.
이 황폐하고 어두운 세상을 밝힐 수 있는 처방전이 있다면 무엇일까?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하심으로 이루신 ‘생명’이다. 억압과 절망과 전쟁으로 인해 죽었던 것들이 파릇파릇 솟아오르듯,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심으로 세상에 부어진 생명이 모든 사람들 가슴에 부어지는 부활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요 11:2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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