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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귀수 목사 [선목교회]

한국교회의 미래를 생각할 때 많은 분들이 근심하고 걱정하는 것이 사실이다. 필자 또한 다르지 않다. 한국기독교는 선교 130년 동안 세계 교회사에 유례가 없는 부흥과 성장을 이루어 왔지만 오늘의 한국교회의 현실은 미래가 아닌 과거로 뒷걸음치고 있는 것 같다.

오늘의 한국교회가 우리 사회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어느 때부터인가 밀물처럼 밀어닥친 세속주의와 맘몬이즘, 지도자들의 도덕적 해이 등 지금 한국교회가 겪는 세속화 현상은 이미 1세기 고린도교회도 겪은 문제였다. 고린도교회는 분쟁과 음행, 도덕적 방종, 우상숭배, 부활을 부정하는 이단 등으로 교회의 참 모습을 서서히 잃어갔다.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교회의 참된 힘은 세상과 다른 거룩한 차별성을 확보하는데 있지만 고린도교회는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윤리적 영적인 문제들로 인해 그것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교회는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부르심을 받은 거룩한 공동체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교회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세상이 교회를 변화시키는 세속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세상이 교회 안에 깊숙이 파고 들어와 교회가 세상인지 세상이 교회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교회와 세상의 경계선이 모호해져가고 있다. 교회는 세상을 변화시킬 능력을 상실한 채 도리어 세상의 지탄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

교회가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상황에 이르렀다면 누구를 탓하기 전에 먼저 내 모습을 돌아보고 회개해야 한다. 그리스도인들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모든 영역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도 이 사회가 점점 기독교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은 바로 내 잘못이고, 내가 맡은 바 사명을 감당하지 때문이다.

한국교회가 외형적으로 비대해지면서 세상을 향해 예언자적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연합’이다. 기독교는 가톨릭과 같이 일원화된 조직이 아니라 개교회의 전통과 선교를 존중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산 속에 숨어 자아성찰만 하는 종교가 아니라 세상 속에 복음의 씨앗을 뿌리는 ‘찾아가는 종교’이다. 그런데 교단마다 교회마다 제각각 소리를 낸다면 성도들은 물론 사회도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개교회주의가 강하더라도 한국교회가 연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람들은 교회연합과 일치 운동을 마치 모든 교단·교파를 섞어 하나로 만드는 운동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교회 연합과 일치를 ‘혼합주의’라고 매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진정한 교회일치와 연합운동은 각각의 교단과 교파의 전통과 특색을 존중하면서 하나의 방향성으로 나아가는 운동이다. 여기서 이단사이비는 해당되지 않는다.

한국교회는 몇 년 어간에 연합기관 마저 분열되는 안타까운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그리고 여러 갈래로 나뉜 연합기관을 통합하는 작업에 힘써왔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그 성과가 빛을 보는 듯 했다. 그러나 하나 되기는커녕 결국 또 하나의 단체가 늘어나는 후퇴를 되풀이하고 말았다.

이런 결과를 놓고 어느 한쪽의 잘못이라고 일방적으로 매도할 수는 없다. 모두의 책임이다. 교단이든 개인이든 내 눈 앞에 이익만을 쫓는 손익계산을 포기하지 않는 한 연합은 이루어지기 힘들다. 우리 모두는 누구랄 것 없이 자신의 잣대로 상대를 단정 짓는 잘못을 반성해야 한다. 정치적 이기주의에서 파생된 교파주의와 이념의 골은 성도들이 아닌 교회지도자들이 책임져야 할 몫 임을 뼈저리게 자성해야 한다. 그것이 성령께서 인도하시는 길이다.

유명한 독일의 사상가 실레겔은 “역사는 회고하는 예언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희망은 역사보다 더 앞서고 위대하다. 역사가 희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희망이 역사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이 지나고 1000년을 향해 가는 첫 해에 한국교회가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고 새롭게 출발하는 희망의 원년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