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영 목사 [거룩한 씨 성동교회]
2006년 여름부터 2009년까지 성동교회의 청년부에 부흥이 있었다. 부흥의 때를 살았지만, 스스로는 부흥인지 알지 못했다. 그것이 부흥이었다는 것을 안 것은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였다. 그 때 청년들은 하나님과 친밀하지 못하다는 거룩한 불만을 가졌고 더욱 친밀해지기 위한 몸부림이 있었다. 경건한 삶을 훈련하고 나누기 위해 6명씩 조를 짜서 교회에서 합숙훈련을 자원할 정도였다. 42일간이나 이어지는 합숙이었지만 수년간 이어졌다.
마틴 로이드 존스가 말하는 부흥의 특징들을 기억한다. 시작과 끝이 명확하고, 부흥을 얻기 위한 뚜렷한 근거가 없음에도 주어졌으며, 사람들은 하나님에 취해 있었고, 사람의 문제, 조직의 문제들은 걸림돌이 되지 않는 것이다.
부흥은 교회를 통해 비춰지는 하나님의 영광의 모든 사람의 일을 압도는 일이다. 이 일이 그 기간에 있었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문제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몇 개월 간 연락이 안 되는 청년회장이 있었고, 각종 다툼과 알력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 속에게 흐르던 은혜는 사람의 일로 위축되지 않았다. 사람의 일이 문제가 된 것은 부흥의 때가 끝이 나고 여진만 전해질 때 부터였다.
느닷없이 부흥을 말하는 사람과 조직의 문제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 교단이 있다. 따지고 보면 교단 내의 갈등은 항상 있었다. 등장인물만 바뀌었을 뿐이다. 분노하는 목소리, 실망하는 목소리, 변명하는 목소리들도 늘 있었다. 모든 이의 고민거리지만 여전히 사랑의 대상인 우리 예수교대한성결교회를 생각한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의 난제는 위원회 활동이나 각종 대회로 풀릴 것 같지 않다. 인물이 바뀌고, 정책이 바뀐다고 유력한 변화가 일어날 것 같지 않다. 우리에게 무엇보다 절박한 것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다시 등장하시는 일이다.
이 사실을 겸손히 인정하고 그에게 무릎을 꿇는 일, 이 일이 무엇보다 우리에게 우선되어야 한다. 우리에겐 본질로 승부를 걸겠다는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이판사판(理判事判)이라는 말이 있다. 막다른 궁지에 몰려서 어쩔 수 없이 도전한다는 뜻이다. 한말의 국학자 이능화(李能和)가 쓴 『조선불교통사(朝鮮佛敎通史)』에 이판사판의 정확한 풀이가 나온다. 이판은 속세를 떠나 수도에 전념하는 승려를 말한다. 반면에 사판은 절의 재물과 사무를 맡아 처리는 하는 승려이다. 이들 중에서 불교를 불교 되게 하는 이들은 두말할 나위 없이 이판승들이다. 불교의 본질은 이판승들이 지고 가기 때문이다.
우리 성결교회의 본질을 누가 지고 가는가? 그것은 우리 중의 ‘이판 목사’들이라고 믿는다. 사판의 일은 재미가 있다. 남의 돈을 가지고 이래저래 쓰는 맛이 있다. 사람을 여기저기에 앉히며 힘자랑도 하고, 친분을 쌓는 재미도 있다. 시의적절한 대의명분으로 달음질하는 의기도 있다. 게다가 사람들 사이에서 얻는 갑의 지위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하나님이 사판의 일로 부흥을 주신 예가 없다. 하나님의 갑작스런 등장, 그의 영광을 교회를 통해서 보여주시는 부흥은 ‘아직 뭘 몰라서’ 본질에 충실하던 사람들에 의해서 임했다. 그들은 거룩을 위해 기도하고 말씀에 집중하였다.
이것이 우리를 거룩하게 하는 신앙의 핵심 사역이기 때문이다(딤전 4:5). 너무 평이하여 다른 이의 주목을 끌기조차 버거운 이야기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부흥의 때를 만났던 사람들은 혼자든, 모여서든 기도와 말씀에 집중하였다는 특징이 있었다. 그들은 우리의 이판들이었고 거룩한 씨였다(사 6:13).
어떠한 때에라도 거룩한 씨들이 남아있었다. 하나님은 이들을 통해 어느 날 갑자기 다시 등장하셨다. 그러면 모든 것이 살아나고, 사람과 조직의 문제는 다시 하찮은 것이 되었다.
여전히 가슴을 저미며 기도하는 거룩한 씨들이 우리 교단 여기저기에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기에 오늘도 낙심하지 않고 나의 길을 가겠다. 누가 무슨 일을 하여도 함부로 실망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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