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기 장로 [성결대 교수/독일교회]
세기의 혹서(酷暑)도 입추가 지나니 한풀 꺾기는 기세다. 더위로 시들시들한 수목(樹木)을 적셔주는 단비가 필요하듯 무더위로 지친 심신에도 촉촉한 단비가 필요할 듯하다. 지친 심신을 위한 단비는 성도들과 이웃의 위로와 응원이 아닐까한다. 심신이 지친 이유는 사회가 지나치게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4차 산업 혁명시대 일주일은 과거 십년의 변화와 버금간다. 그러다보니 하루에도 수많은 신기류 같은 디지털 논리가 쏟아져 나오다 사라진다. 그 많은 신기류는 「재미」라는 무지개로 채색되어 있지만 인간의 근본적인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다. 4차 산업혁명의 시류에 편승해서일까? 상당히 많은 교회에서 재미를 꾀하는 놀이중심으로 여름연수를 꾸몄다고 한다. 재미와 쉼도 좋지만 뒤돌아보면 어릴 때 여름성경학교 성경공부가 어른이 되어도 귀한 은혜로 남아있다.
필자의 경우 제일 먼저 외웠던 말씀이 敬畏上帝(경외상제) 智慧之本(지혜지본)이었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은 지혜의 근본이다.”(잠언 9:10)라는 말씀이다. 그 다음이 手惰者貧(수타자빈)이요 手勤者富(수근자부)였다. “손이 게으른 자는 가난하고 손이 부지런한 자는 부자가 된다.”(잠언 10:4)라는 말씀이다.
많은 사람들이 소년시절 성경학교를 통해 배운 말씀들이 삶의 지침이 되었다고 한다. 기독학생은 하나님을 경외함이 우선이 되어야하며 당연히 부지런해야한다고 배웠다. 재미를 통해 교인들의 관계정립을 추구한 교회도 있지만 이번 혹서(酷暑)는 야외 행사를 교내 행사로 변경하여 집중 성경공부와 며칠 동안이라도 책읽기를 통해 독서의 습관을 키워주려 했다는 반가운 소식도 있다.
많은 교회에서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한자공부 놀이를 통해 풍성한 단어를 접하는 노력도 곁들였다고 한다.
예로부터 교회는 배움을 세우는 중심이었다. 심훈의 『상록수』 내용에 주재소가 한글 공부를 방해하려는 의도로 80명만 공부시키라는 명령으로 인해 예배당 담 밖으로 쫓겨난 아이들은 고개 내밀어 “누구든지 학교로 오너라.
배우고야 무슨 일이든 한다.” 내걸린 칠판에 쓴 글을 목청을 다해 읽던 내용을 생각해보면 가슴이 저며 온다. 무더위 속에 도서관 자리를 잡지 못해 돌아서며 넉넉한 공간을 가진 인접교회의 교육관을 우리들에게 개방한다면 좋겠다는 친구의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더위를 피하여 교회 내에서 독서를 하고 한문과 서예, 도예와 음악을 배우는 신세대 상록수의 꿈을 키워봄은 어떨까한다.
예로부터 교회학교는 복음뿐 아니라 학식을 도탑게 하는 진리의 전당이었다. 사회에는 나이 불혹(不惑)이면 인문학에 투자하라한다. 이웃이 자유롭게 왕래하며 주민을 위한 인문학과 평생교육의 장을 교회에서 허락하면 좋겠다.
버트런드 러셀은 『행복의 조건』에서 “아이들이 오락과 유흥에 치우치면 미래의 성취보다는 순간의 쾌락에 쏠리게 된다.”고 했다. 이 말은 교회학교의 역할을 깨닫게 한다. 혹서(酷暑)와 혹한(酷寒)뿐 아니라 교회가 도서관처럼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드는 이웃의 모임방이 되어 책을 읽고 성경을 탐독하고 필사하며 건강을 챙기고 음악과 도예를 배우고 기도하는 이웃과 융합하는 교회, 협력하는 교회로 재탄생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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