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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일 목사 [안양교회]

많은 인터넷 신조어들이 유행한다. 도대체 어느 나라 언어인지 정신이 혼미할 정도다. 한편으로는 국어 파괴를 염려하는 기성세대도 있다. 세대 간 대화 단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젊은이들의 신조어는 거기에 비친 기성세대를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귀담아 들을 필요도 있다. 왜냐면 어쨌거나 말의 변천은 사회와 문화의 흐름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감정, 삶의 모습, 그 시대의 문화를 투영하는 거울임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의 인터넷 용어의 가장 큰 특징은 ‘축약’에 있다. 뭐든 줄여 쓴다. ‘내일은 내 생일 파티가 있는데, 내 생일 선물 뭐 줄 거니?’를 신조어로 번역한다면 어떻게 될까? ‘내일 생파, 생선 뭐 줌?’ 이렇게 될 거다. 좀 난이도를 높여서, 이것은 무슨 뜻일까? ‘빼박캔트 뇌피셜은 이제 그만.’ 빼도 박도 못할 사실이니, 네 뇌 속에서 만의 공식적인 생각은 이제 그만하라. 즉 분명한 팩트가 있는데도 너만 옳다고 고집부리지 말라는 뜻이다. 여기서 ‘빼박캔트’는 빼박+can't의 줄임말이고, ‘뇌피셜’은 뇌+오피셜(official)의 합성어다. 실로 기발한 것을 넘어서 해괴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젊은 세대의 인터넷 용어가 짧아지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뭐가 급하다고 저러나 싶지만, 그들의 심장은 우리보다 빨리 뛴다. 10대의 평균 심박수는 분당 80-84, 나이 들수록 자꾸 떨어지다가 60대면 64-60정도로 심장이 뛴단다.

무슨 말인가? 이 안에서 쿵쾅쿵쾅 빨리 뛰고 피가 빨리 도는데, 그렇게 빠르게 쓰지 않고는 못 견디는 거다. 빨리 뛰는 심장 때문에 노래를 불러도 빠른 박자여야 직성이 풀리고, 핸드폰에 카톡을 써도 다다다닥 써버려야 하는 거다. 그러니 다 줄여 버려서, ‘내일 생파, 생선 뭐 줌?,’ 이래야 하는 거다.

최근에 들은 건데 입에 아주 착착 달라붙는 인터넷 신조어가 있다. ‘낄끼빠빠 좀 해라!’ 무슨 뜻일까? 낄 때 끼고, 빠질 땐 좀 빠질 줄 알라는 뜻이다. 이건 축약을 넘어서 기성세대에 대한 젊은 세대의 불만이 담겨있다. 왜냐하면 몇 해 전에 대학생들이 어른들의 학교 운영에 못마땅해서 <낄끼빠빠 집회>란 것을 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눈에 우리 기성세대의 하는 짓거리가 어떻게 비쳐지고 있었을까? 바로 제자리 못 지키고 쉴 새 없이 오지랖을 떠는 오지라퍼들로 비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괜히 이곳저곳 기웃거리지 말고 자기 자리나 지키라는 말이다. 그래서 공자는 일찍이 논어에서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라고 했던가.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아비는 아비답게, 자식은 자식답게… ‘다움’이 뭔가? 나무도 그 자질에 따라 동량, 들보, 추녀, 서까래에서부터 화목까지, 그 쓰임새가 천차만별이듯이 각각의 이름이나 신분에 따라 마땅히 지켜야할 도리가 있다. 이 ‘다움’의 도리를 잘 지킬 때 평안한 사회가 세워진다는 것이다.

끝에 ‘목목(牧牧)’을 첨언하고 싶다. ‘목사는 목사답게…’ 목사가 목사답지 못하니까 교단이 이렇게 어지러운 거 아닐까? 목사다운 것은 그럼 뭘까? “오로지 기도하는 일과 말씀 사역에 힘쓰리라” 했던 예루살렘 교회 사도들의 결심이 아니겠나? 예루살렘 교회 공동체에 혼란이 생겼다.

잘 나가던 교회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사도들은 고심을 한다. 그리고 결심한다. 구제하는 일까지도 평신도에게 맡겨버리기로 했다. 그리고 그들은 본질에 집중했다. 비본질에 기웃거리지 않고 ‘낄끼빠빠’ 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들이 ‘낄끼빠빠’ 하기로 결심했을 때 예루살렘 교회 공동체는 다시 평안을 되찾았고 장애물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잠언 22:28에 이런 말씀이 있다. “네 선조가 세운 옛 지계석을 옮기지 말지어다.” 영역을 구분 짓는 경계선을 마음대로 넘나들지 말라는 뜻이다. 한 마디로 ‘낄끼빠빠’ 좀 제대로 하고 살라는 당부의 말씀이다. 사울이 왜 하나님으로부터 버림받게 되었는가? 아무리 전쟁이 급하다 해도 하나님이 세우신 사무엘이 인도하는 번제와 화목제를 지내고 출정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사울은 자기의 신분을 잊고, 사무엘이 할 일까지 해버렸던 것이다. 하나님이 정해 놓으신 자기 자리와 위치의 경계선을 마음대로 넘어버린 것이다. 이레가 아니라 70일이라도 기다렸어야 했다. 하지만 사울은 하나님이 아닌 백성을 두려워한 나머지 낄끼빠빠하지 못했던 것이다. 우리 역시 하나님께 버림받지 않으려면 낄끼빠빠 해야 할 것이다. 교단도 낄끼빠빠, 교회도 낄끼빠빠, 목사도 낄끼빠빠. 제발 우리도 ‘낄끼빠빠’ 좀 하고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