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민 목사 [한우리교회]
지금은 중단 되었지만 수년 간 ‘독기’ 모임에 열심히 참여했었다. ‘독기’란 독서와 기도를 줄인 말이다. 우리는 ‘독기’라 쓰고 ‘도끼’라 읽었다. 도끼가 나무를 베듯, 독기로 무엇이든 베어보자는 의미였다. ‘독기’는 내가 4년간 참석하던 목사들 독서 모임이다. 한 선배 목사님이 매 번 책 사주고 밥 사주며 이끌어 주던 모임이다. 그 배려가 감사했다. 그 모임이 좋았다.
독기 모임이 해체될 즈음 또 다른 독서 모임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역시 목사들 독서 모임이다. 독기에 비해 기도는 덜 하지만 책 나눔은 좀 더 깊이가 있었다. 모임의 이름은 ‘독사’다. 독사는 ‘독한 목사들의 모임,’ ‘고독한 목사들의 모임,’ ‘목사들의 독서 모임’ 이라고 우리끼리 농치며 말하지만, 모임을 주관하는 리더는 헬라어 ‘독사’의 의미를 재해석해서 ‘독서를 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자’는 의미라고 설명한다.
‘독사’는 월 1회 모인다. 매 월 정해진 책을 한 권이나 두 권 읽는다. 두 권을 읽을 경우 한 권은 시집을 읽고, 다른 한 권은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다. 목사는 편중된 독서를 하기 쉬운데 독서모임을 통해 여러 종류의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좋다. 특히 설교를 위한 독서가 아니라 오롯이 독서를 위한 독서를 할 수 있어서 더욱더 좋다.
어떤 의미에서 목사는 글 쓰는 사람이다. 한 주간 완성해야 할 글의 양이 만만치 않다. 목사는 보통 주일 설교를 비롯해 한 주에 열 번 이상 설교를 한다. 설교마다 원고를 작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두 번은 완성된 설교 원고가 필요하다. 적어도 나의 경우는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목사에게 글쓰기는 마다할 수 없는 짐이다.
존 F. 케네디의 조언자이자 대통령학의 권위자인 리처드 뉴스태드는 ‘대통령의 권력은 설득하는 힘에 있다’고 했다(강원국, ‘대통령의 글쓰기’). 뉴스태드가 말하는 대통령의 설득력은 말과 글이다. 설교도 말과 글이다. 목사의 권위는 설교에서 나온다. 목사는 설교로 회중을 설득하고, 설교로 회중을 위로한다. 간혹 즉흥 설교를 해야 할 때도 있지만 많은 설교는 원고로 준비된다. 그래서 설교는 말과 글이다. 목사와 설교를 따로 생각할 수 없듯이 목사와 글쓰기도 따로 생각할 수 없는 이유다. 목사는 자신이 설교하고자 하는 바를 조리 있게, 쉽고 간결하게 말하고 글로 쓸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글 쓰는 일이 쉽지 않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독서, 사색, 토론이 필요하다고 한다(강원국). 책을 읽지 않으면 사색할 수 없고, 깊이 사색하지 않으면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토론이 사색의 깊이를 더해줌은 물론이다. 결국 좋은 글쓰기의 출발은 독서인 샘이다. 그런 의미에서 매주 글을 쓰고 설교를 해야 하는 목사에게 독서 모임은 아주 유익하다. 독서 모임을 통해 정기적으로 폭넓은 독서를 할 수 있고, 토론을 통해 사색의 깊이를 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글쓰기에 큰 도움이 된다.
‘10분 말하려면 100분 공부해야 한다’고 한다(강원국). 그런 의미에서 ‘다독, 다작, 다상량 해야 좋을 글을 쓸 수 있다’는 말은 옳다. 목사는 독서 모임을 통해 이런 것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목사가 설교를 위해 기도하고 말씀을 묵상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하나님이 주시는 감동을 회중에게 더욱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헤아리고 또 헤아리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 독서 모임에 우선순위를 두고 참여하는 이유다.
돌아보면 주변에 목사들 독서 모임이 많다. 책 읽기 좋은 계절에 시간을 내어 독서 모임에 참여해 볼 것을 적극 권장한다. 독서 모임은 목회와 사역에 또 다른 힘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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