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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준환 선교사 [소데가우라그리스도교회]

선교를 이유로 일본에 온지 30년이 지났다. 30년이라는 세월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겠지 한다. 신학교를 막 졸업한 20대 중반에, 아내는 20대 초반에 일본 땅을 밟았다. 30년이라는 세월은 그 당시 우리 나이 또래의 첫째 딸과 둘째 딸을 둔 중년으로 바꿨다.

신혼부부가 일본에 도착해 아이들이 태어나고 그 아이들이 초등학생, 중학생에서 어엿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동안 앞만 보고 달렸다. 믿건 안 믿건 한 사람이라도 더 예수님을 올바로 믿게 하자는 마음뿐이었다.

한 사람의 개인사는 긴 시간이 흐른 것 같은데 세상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일본 선교사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시간동안 일본 사회를 생각해 보면 참 변한 것이 없다. 정치, 경제, 사회, 교육, 종교 등 각 분야별로 따져보면 조금씩 변한 것은 있지만 거의 그대로다.

그중 몇 가지를 보면 이전보다 더 나빠진 것도 있다. 개방과 이해로 향하는 시대적 흐름을 거슬러 간다는 느낌이다. 대표적인 것이 정치다. 아베 신조 총리를 중심으로 일본의 보수를 형성하는 자민당은 극우 일변도의 행보를 보이며 과거 침략전쟁이나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사과를 거부하고 있다.

아베 총리의 신년사를 보면 이번 달 치러질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3선을 달성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보인다. 장기집권을 하겠다는 마음이다. 또 다시 아베가 당선되면 2021년까지 집권이 보장된다. 그야말로 장기집권의 꿈이 이뤄지는 셈이다. 아베는 이런 자신의 야망을 위해 일본사회를 극우로 마취시켜 왔다. 한일관계를 더 악화시키고 과거에는 찾아보기 힘든 혐한 분위기를 부추겼다.

일본 왕가를 보면 30년 전 쇼와(昭和) 일왕 히로히토 왕이 죽고 그의 아들인 아키히토 왕세자가 왕으로 즉위했다. 당시 새 왕이 즉위하면서 연호도 바꿨다.

쇼와(昭和)에서 헤이세이(平成)로 정해졌었다. 전쟁 후 혼란을 딛고‘평화를 이루었다’는 의미라고 했다. 헤이세이(平成) 아키히토 왕이 즉위한지 30년이 지났다. 내년 4월 30일 아키히토 왕이 퇴위한다. 아키히토 왕을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인연이 있는 것도 아니다. 나와는 아무관계도 없다. 그런데 그가 즉위할 쯤 일본에서의 삶을 시작했다는 억지 인연(?) 때문인지 그의 퇴위소식에 쓸쓸한 생각이 든다.

하루는 일본 성도가 이런 질문을 했다.“목사님은 일본을 좋아하세요?”이렇게 대답했다.“일본이 좋아서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이 좋아서 선교한다면 나중에라도 일본이 싫어지면 선교를 중단해야 하는 거잖아요. 일본이 좋아서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있으라고 해서 있는 것입니다”

30년이라는 세월동안 선교사라는 이름표를 달고 살아오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선교에 가장 필요한 것은 복음에 대한 사명과 믿음을 통한 인내다.” 최초 선교사로 불리는 사도 바울 역시 이런 마음이었겠지 생각한다.

오래 전 내게도 갈등과 고민이 있었다. 스스로 답을 찾아가면서 쓴 시다.

왜 선교사가 되려고 할까?

선교는 멋있는 것도 아닌데

선교는 재미있는 것도 아닌데

선교는 힘든 것인데

선교는 외로운 것인데

선교는 삶을 보장해 주는 것도 아닌데

선교는 걱정만 쌓이는 것인데

왜 선교사의 길을 선택하고 가는 것일까?

주님이 하라고 하시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