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조일구 목사 [광주 한사랑교회]

옛날 가난했지만 열심히 공부하여 급제한 신하가 궁중의 요직을 맡았다. 왕의 신임을 받게 되자 사람들이 시기하였다.

“전하, 그의 집엔 큰 자물쇠로 잠그고 보여주지 않는 방이 있습니다. 틀림없이 많은 재물이 감추어져 있을 것이니 조사해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왕은 신하들과 그의 집으로 가 집안을 두루 살피다 자물쇠가 채워진 방문을 열라고 했다.

“이 방은 열지 않게 해 주소서. 부끄러운 물건이 들어 있사옵니다.”

어명에 따라 방문을 열었는데 깜짝 놀랐다. 헌 옷 한 벌만이 상 위에 있었다. 왕은 궁금하여 물었다.

“벼슬자리에서 때로 분에 넘치는 마음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그 때마다 이 방에 들어와 이 옷을 바라보며 가난하던 때를 생각하며 검소하게 살고자 애씁니다.”

이 이야기를 안 들어본 분은 없을 것이다. 잘 나갈 때 초심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

1973년도에 입학한 제게 주님께서는 일찍이 군목의 길을 열어주셔서 남다른 경험을 하고 교회 개척과 건축, 신학대학원과 총회를 섬기는 기회를 허락해주셨다. 목사님과 장로님들의 사랑을 받고 대접을 받았다. 고급 승용차를 타고 호텔을 드나들고 해외에도 가고 높고 귀한 분들을 많이 만났다. 그때마다 예수님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狐假虎威)하지 않으려고 조심하며 초심을 찾았다.

9가지 성령의 열매는 그리스도인의 표시요 제자의 흔적이어서 얼마나 중요한가? 성결인이 생활 속에서 맺어야 할 열매들인데 그 중에 절제는 맨 끝에 나오는 은사이다. 절제가 없으면 더 이상 성령의 사람, 성결인이라 할 수 없다.

교회 개척 당시 군용차를 반납하니 마땅히 차가 없어 성도들과 상의하니 내 위치에 맞는 중형차를 추천하였다. 그때 교인들의 차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차를 생각하며 샀다. 광주교단협 임원회의에 참석할 때마다 주차장 한쪽으로 밀려났지만 그것도 감사하였다.

누가 뭐래도 우리는 경제적으로 많은 부를 누리고 있다. 이럴 때 성결인은 더욱 낮아지고 겸손해져야 한다. 개척하며 어려움을 겪는 후배들이나 해외에서 선교비가 모자라 너무나 어렵다는 호소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교단총무 할 때 S 총회장께서 회의 때마다 설렁탕집을 이용하고 호텔을 피하던 모습이 참 잊히지 않는다. 아들 덕분에 B-Class 좌석을 앉아보고 아내와 편하고 좋은 것을 느꼈다. 우리 몸은 자꾸 편한 것, 고급스런 것, 유명메이커를 선호하지만 주님은 평생 나귀새끼(pony) 밖에 타신 적이 없지 않은가? 아내와 자주 가는 외식집은 3,800원짜리 콩나물국밥집이다. 너무나 고맙다. 익산의 원로목사님을 만나도 그 집이다. 나를 위해서는 최대한 절제한다.

동생 장로가 병원장이면서 구두 굽을 몇 번이나 갈아 신고, 양복이 낡아지기까지 아껴서 선교하는 것을 보고 목사로서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성결인이라면 육체의 소욕을 따르지 말고 사명에 충실하고 성령의 절제를 받아들여야 한다. 남에게 보이려고 하지 말고 예수님을 모델삼고 고급운동이나 육체적 쾌락을 절제하게 하시는 성령님의 감동에 예민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