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원 목사 [송축교회]
끝없이 흐르는 한강하구의 조강과 염하강을 타고 흐르다가 마주하는 저 임진강 너머에도 성탄의 감격과 기쁨이 임하옵소서. 동강난 허리를 둘러 가시 돋힌 철책과 차가운 총과 칼로 마주하고 있는 이 땅의 남과 북에 예수님의 탄생이 오랫동안 둘이었다가 하나가 되는 기쁨을 누리는 경험을 하고 싶습니다.
땅위에서 군림하는 위정자들과 갑의 자리에 있는 이들에게 오신 주님과 을의 자리에서 뼈아픈 발버둥을 쳐도 여전히 을의 자리에 있는 서글픈 서민들에게 오신 주님이 동일한 주님임을 보고 싶습니다.
남반구의 뜨거운 태양 아래 반팔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흰 방울 달린 긴 산타 모자를 쓴 채 열사의 바람 아래서 캐롤 송을 불러야하는 그들의 마음만은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이는 화이트크리스마스이게 하소서, 그리고 북반구에서 털장갑을 끼고 차가운 손을 호호 불며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는 이들에게 가장 따뜻한 주님의 품을 맛보는 성탄절이게 하소서.
이슬람이라는 이름으로 유대 땅의 회복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메시아로서 예수가 탄생한 참 기쁨이 임하게 하소서. 종교화합이라는 이름으로 성탄에 기쁘다 구주 오셨네 현수막을 걸고 있는 부처의 제자들에게 영생구원의 감격이 임하는 역사가 일어나는 성탄절이게 하소서.
소도미의 비극적 역사를 소수인권이라는 이름으로 재현하고 있는 이들에게 진정한 하나님의 사람으로서의 인권을 찾는 성탄절이게 하소서. 정치의 중심으로 예수님의 자리를 내어 드릴 수 있는 성탄절이게 하소서. 경제의 목적으로 예수님의 자리를 내어 드릴 수 있는 성탄절이게 하소서.
오실 주님을 기다리는 사람의 무리에서 떨어지지 않게 하시고 오신 주님 앞에서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바라만 보아야 하는 아픔을 경험하지 않도록 우리가운데 오시옵소서. 그렇게 오셔서 주신 주님의 사랑을 내 품에서 이웃의 품으로 제 때 옮기지 못하여 내 안에서 상해가는 일이 없도록 나누어야 할 때를 잃어버리지 않게 하소서, 나누는 사랑에 뿌듯하여 자칫 내 것으로 내가 나눈 것으로 착각하지 않게 하소서, 시간이 한 참 흐른 뒤에 나눌 수 있었던 것을 찾아낸 뒤에 허탈한 웃음을 가질까 두렵습니다. 아직도 이 땅에 줄 수 있는 사람보다 받을 사람이 더 많은 것을 알게 하소서.
높은 십자가 탑 아래 어두운 그늘이 있음을 알아 십자가의 그림자에 가리어진 추운 곳을 보게 하소서. 반짝이는 추리들 앞에서 우리가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동안 LED조명을 만드는 노동자들이 밤새워 물량을 채워야하는 땀의 반짝임도 보게 하소서. 이른 새벽에 작은 리어카를 끌고 빈 박스를 올리는 할머니의 마음에 소망과 위로의 예수님이 안기게 하소서.
갓 난 아가의 울음과 웃음 속에, 어린아이의 뜀박질 속에, 질풍노도의 학생들 비전 속에, 지성의 상아탑에서 미래를 꿈꾸는 청년들 속에, 조국이라는 이름 아래 푸른 제복을 입고 외로운 긴장과 싸움을 하는 이 땅의 아들 딸 들 가운데 그리고 잉태하여 해산을 기다리는 처음으로 아빠 엄마가 되는 이들에게, 늦은 저녁까지 돌아올 식구들을 기다리는 어머니들에게 오시는 주님이시옵소서.
그리고 성탄의 기쁨으로 큰 즐거움을 누린 성도들이 돌아가고 난 빈자리를 바라보는 강단위의 목회자들에게도 오신 주님만이 감격이 되어 뜨거운 눈물로 흐르게 하소서. 달력이 아닌 역사 속에 그날이 되어 색이 바라지 않는 생명이 꿈틀 살아나는 성탄절이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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