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기 목사 [성결대 겸임교수]
칼빈의 말에 의하면 인간은 미궁(迷宮, labyrinth)에 빠졌다. 이에 대처할 아무 계획도 사람에게는 없다. 그래서 아무리 길을 찾아 그 속에서 뛰쳐나오려고 애써도 언제나 실패한다. 인간은 자기 힘으로 하나님을 알 수가 없다.
인간의 죄가 인간을 이끌어 무지에 빠뜨린 까닭이다. 인간의 잘못된 생각이 인간으로 하여금 하나님에 대한 참된 생각을 할 수 없도록 방해한다. 인간의 생각자체가 미궁이다. 인간은 신비스러운 모든 것으로 포위되어 헛되이 더듬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하나님에 대하여 이해하지 못 할 뿐 아니라, 그가 살고 있는 세상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가 어디서 왔는지 왜 살고 있는지 어디로 갈 것인지 알지 못하고 있다. 이제 바깥으로부터 무슨 도움이 오지 않는 한 그는 결코 하나님을 알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인간에 대한 사랑의 관심으로 이 미궁에 갇혀 방황하고 있는 인간에게 오셔서 길을 인도하는 말씀을 주셨다. 인간은 하나님의 말씀의 실마리를 더듬어 나가면서 이 무지의 미로를 빠져나가 하나님을 알게 되고 자기 자신을 알게 된다.
칼빈은 ‘기독교 강요’ 서두에서 “인간의 참되며 본질적인 지혜는 주로 두 부분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 하나는 하나님에 대한 지식이요, 다른 하나는 인간에 대한 지식이다. 그러나 이 두 지식은 서로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우리자신에 관한 지식은 하나님을 찾는 데 자극을 주는 동시에 발전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데 상당한 도움을 주는 것이다.
한편 사람은 먼저 하나님의 얼굴을 응시하고 나서 그 다음으로 자신을 살피는 일을 하지 아니하면 자신에 대하여 참된 지식을 가질 수가 없다. “인간을 알기 위해서는 하나님을 알아야 한다”는 칼빈의 말은 인간을 바로 아는 것은 인간의 기원 즉 창조주를 알아야 하며 창조주를 알려면 계시한 말씀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 없이 인간을 통찰 할 때 하나님의 형상으로서의 진정한 존엄성을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인간의 타락성과 부패성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인간에 대한 지식은 하나님에 대한 지식과 관련되어 있다. 신 인식과 인간 인식은 하나가 다른 하나를 전제로 하는 만큼 서로 뗄 수 없는 상호 관계 속에 놓여 있다.
시편 8편에서 하나님이 창조하신 천지의 아름다움과 인간이 창조물 중 가장 으뜸가는 존재인 것을 말하고 있는데 칼빈은 주석하기를 “이 세계의 전 질서는 사람에게 위로와 행복을 줄 수 있도록 조절되고 설정된 것이며 사람이 하나님을 대신해서 이 세계를 다스릴 권리를 부여 받았다”고 말하였다.
즉 “하나님은 모든 것을 사람을 위하여 지으셨다는 것은 바로 창조의 순서에 의하여 제시하였다.”고 말한다. 반면에 이 세계와 인간은 그 자체를 위하여 창조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찬양하고 섬기도록 치밀하게 창조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인간 자신에 대한 지식은 세계와 하나님에 대한 인간의 관계를 필연적으로 내포하는 것이다.
토렌스(Torrance) 교수는 칼빈이 인간 창조의 교리를 통하여 강조하는 점을 셋으로 구분한다.
첫째는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하신 것은 인간의 고귀성을 말한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은혜를 따라 사는 사람은 진실로 인간이 되는 것이고 만일 그의 은혜에 배반하고 사는 사람은 짐승의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둘째로 인간은 피조물이라는 것이다. 진흙으로 만들어진 존재라는 것이다. 오직 하나님의 은혜가 떠나면 영혼도 육신과 같이 진흙에 불과한 것이 될 것이고 따라서 인간은 전적으로 하나의 허무한 존재로 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셋째로 인간이 창조되었다는 진리는 인간의 특수한 존엄과 피조성이 하나님의 말씀과 특별한 관계를 통하여 오는 것임을 가르친다. 인간의 이 특수성이란 것은 하나님의 형상을 받은데 있는데 그것은 하나님의 말씀과 특별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피조물도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형상이기도 하나 인간은 어떤 다른 존재보다 더 높은 정도로 하나님의 형상이 되는 까닭은 사람은 하나님의 단순한 말씀의 명령대로 사는 것이라기보다는 하나님의 말씀과 교통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인간이 하나님의 진리와 자비와 은혜를 알게 되고 예배하며 감사하며 순종하는 생활을 할 수 있게 된 것을 말한다.
더 나아가서 하나님을 아버지로 모시고 의지하며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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