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호 목사 [부산늘사랑교회]
사순절을 보내고 있는 요즘, 내가 생각하는 사람은 가롯유다다. 평소에 꼬아서 보기를 좋아하다보니 글의 소재를 구해도 꼭 이런 소재만 구하게 되나보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내게 이런 화두를 던져주셨다면 그것도 다 뜻이 있어서 주신 일이라 생각한다. 가롯유다가 인간 말종이요, 태어나서는 안 될 못된 족속이라고 욕이란 욕은 다 퍼부으면서도 정작 자신은 예수님 쪽이 아니라 가롯유다 쪽에 서 있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모범적인 그리스도인은 어떤 모습인가. 예배와 기도를 궐하지 않고 약한 사람을 돌아보며,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일은 용기 있게 밀고 나가는 정의로운 사람이다. 이 정도면 종교적으로나, 명목상으로 딱 맞지 않나? 이제 여기서부터 생각해보자.
가롯유다는 예수님과 함께 지냈다. 그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라 3년이다. 훌륭하지 않은가? 그리고 한 여인이 향유를 예수님 발에 붓고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닦았을 때 유다가 무엇이라고 말했나? “저럴 돈으로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이 더 낫다”라고 말했다.
가난한 사람을 생각하는 이 정신, 존경스럽지 않은가? 그뿐이 아니다. 유다는 로마로부터 이스라엘을 해방시키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닌 사람이다. 요즘으로 치자면 운동가? 뭐 이 정도로 비유할 수 있겠다. 멋지지 않은가?
그런데 이쯤 되면 뭔가 이상해지기 시작한다. 예배와 기도에 열심이고, 자선사업에도 관심을 가지고, 또 사회정의에도 무관심하지 않은 사람. 이런 사람이 우리가 생각하는 모범 그리스도인인데, 그렇게 따지자면 우리는 가롯 유다도 우리가 본받아야 할 그리스도인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우리가 ‘모범적인 그리스도인’이라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예수님을 배반한 사람의 삶과 그다지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고 나면 이제 다시 고민을 해봐야 한다.
그럼 뭐가 달라야 하나? 예배와 기도, 자선사업, 사회정의에 무엇이 더 있어야 가롯 유다와 달라질 수 있는가? 가롯 유다는 그 당시 예수님에 대한 위협이 점점 더 거세어지는 가운데 그래도 끝 무렵까지 그리스도와 함께 했다. 그랬다는 것은 그가 단순히 주머니에서 돈 빼 쓰는 재미에만 맛이 들려서 쫓아다니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는 한 때, 용기 있고 신앙심이 깊은 사람이었다. 문제는 용기와 신앙심을 결합시킬 때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의 뜻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판단한 정의와 옳음을 앞세웠다는 것이다.
그가 예수님과 3년간 함께 했고, 사회 정의를 부르짖으며 가난한 이들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이 모든 일들이, 하나님께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로 향해버렸던 것이다.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이러한 기준을 세워놓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내가 옳다고, 내가 정의라고 생각한 것이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의 뜻이냐 아니면 내 뜻이냐를 늘 비춰보고 반성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기준을 밖으로도 돌려야 한다.
2000년간 수많은 고비를 성령의 함께하심으로 넘기며 굳세게 유지되고 있는 교회에 대해 안팎에서 점점 더 많은 공격이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밖에서는 코로나19를 매개로 교회에 성령이 함께하신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역사에 대해 왜곡되고 거짓말로 이루어진 공격이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이 공격은 무서울 것이 없다. 성령께서 함께하시는 교회는 외부의 공격으로 허물어질 만큼 허약하지 않다. 더 큰 공격은 안에서 일어난다. 자신의 뜻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우기며 교회를 분해하고 분쇄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하나님을 앞세우기보다 자기 자신을 앞세우고 자기 자신만이 하나님 뜻에 잘 맞는다고 말한다.
2020년에도 가롯유다는 이 땅에서 작은 그리스도로 살아가려고 애쓰는 사람들을 적들의 손에 넘겨주려고 하고 있다. 위기의 때다. 그럴수록 나의 신앙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는 신앙이어야 한다. 이것이 2000년 동안 교회를 지켜왔고 앞으로도 지켜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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