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영 목사 [새소망교회]
90학번으로 신학교에 입학하였다. 그때에 많이 들었던 단어가 포스트모던이라는 단어다. 앞으로 포스트모던시대를 맞이하여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토론이 많이 있었다. 푸코, 라캉, 데리다와 같은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은 이성의 종말, 주체의 종말, 대학의 종말, 지식 시대의 종말, 전문가 시대의 종말, 결정권자 시대의 종말을 말했다. 그때에는 무슨 말인지 잘 인식하지 못하고 포스트모던은 다양성, 개별성, 타자성, 현재성을 강조하는 개념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 포스트모던이 생활 속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잘 인식하지 못하고 무의식으로 살았다.
최근 광화문 집회로 인하여 코로나19가 다시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접어들었다. 이 중심에는 교회가 포함되어 있다. 이 교회는 마치 근대시대의 이성주의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성은 기원전 4세기에 아리스토텔레스가 《오르가논》에서 동일률과 모순율을 기반으로 구현되는 확실성의 장점을 기반으로 르네상스 이후, 이론적으로는 합리주의와 계몽주의에 의해 견고해지고, 실천적으로는 과학혁명과 산업혁명을 통해 힘을 얻어 19세기 초부터는 신격화되었다.
그 과정에서 ‘구분’과 ‘판단’에 관한 확실성이 ‘획일성’, ‘전체성’, ‘주체성’, ‘역사성’이라는 사회적 옷을 걸치게 되었다. 그러자 오랜 세월 동안 내재되어 있던 폭력성이 밖으로 드러났다. 분명 교회가 고수해야 할 본질인 진리는 포기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보여 지는 양상은 본질이 진리인지 아니면 근대적 이성주의의 폭력성인지 의심케 한다.
프랑스68혁명으로 시작된 포스트모던의 삶이 기대한 만큼 변혁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가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이하여 정보혁명의 힘을 덧입어 발현되고 있다. ‘신인류’로도 불리는 우리 아이들은 아무 스스럼없이 근대적 이성이 쌓은 성벽들을 하나씩 무너뜨리고, 그것이 지배했던 영토들을 차츰 점령해가고 있다. 2011년 9월 미국 뉴욕 맨해튼 주코티 공원에서 시작한‘반월가 시위’가 그 한 예다.
인터넷이, 네트워크가 마침내 다양성, 개별성, 타자성, 현재성을 구현할 수 있는 통로를 연 것이다. 이들이 손에든 정보기기 안에 내장된 검색엔진과 네트워크가 그것을 가능케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터넷과 정보기기가 스스로 근대적 이성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안에는 ‘획일성’, ‘전체성’, ‘주체성’, ‘역사성’에서 기인한 폭력성이 존재하지 않는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시대인 4차 혁명의 시대에는 이번 코로나19를 통해 포스트모던의 특징들이 경험된 것처럼, 다양한 삶의 영역에서 갈등과 분쟁의 요소가 될 것이다. 이때에 바른 판단과 선택의 지혜가 있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포스트모던시대 속에서 4차 산업시대가 요구하는 소통, 창의성, 협동, 비평적 사고를 키울 수 있을 것인가? 김용규의 《생각의 시대》에서는 메타포라, 아르케, 로고스, 아리스모스, 레토리케 등으로 가능하다고 제안한다.
우리말로는 각각 은유, 원리, 문장, 수, 수사로 번역되는데, 이것들이 당시 서양문화의 기원을 이룬 그리스인들에게 창의력, 상상력, 문제 해결 능력, 비판적 사고력, 그리고 의사소통 능력을 제공했다.
은유 훈련으로 시는‘은유의 보물창고’이다. 때문에 시를 읽고 또 외우는 것이다. 원리 훈련으로는 가추법 향상을 위해 코넌 도일, 애드거 앨런 포, 애거사 크리스티와 같이 뛰어난 작가들이 남긴 작품인 ‘탐정소설 읽기’이다.
문장 훈련으로는 소리 내서 ‘책을 읽어주기 및 독서하기’이다. 수 훈련으로는 ‘피타고라스 따라 하기’이다. 마지막으로 수사 훈련은 연설문 암송 및 필사이다. 이것으로만 어떻게 충분하겠느냐만 구체적 대안의 시작이 될 것이며, 우리 아이들에게 바른 판단과 선택의 지혜를 제공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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