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규 목사 [사귐의교회]
시대의 일에 대한 평론을 다루면서 최근의 가장 핫한 이슈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아마도 최근에 있었던 ‘2021 재·보궐선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명절 민심’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처럼, 가족들이 오랜 만에 모이게 되면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경험하듯 가족끼리도 의견이 다릅니다. 어쩌면 결코 서로를 설득할 수 없는 일임에도 치열하게 이야기하는 주제인 것은 그 일이 국민 모두와 관련된 일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목회하고 있는 교회도 개척 후 시간이 흐르며 교회가 성장할수록 교회 안에 다양한 연령대가 생겨났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정치적·사회적 견해와 입장도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에게도 언제나 저의 입장과 생각이 있습니다. 저도 국가의 국민으로서, 또 누군가를 가르쳐야 하는 목사로서 사회의 이슈를 관심 있게 지켜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급적이면 저의 정치적 입장을 잘 이야기 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 이유는 교회 안에는 저와 다른 입장을 가진 성도들이 언제나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어떤 사안에 대해서 누군가 제 입장을 묻기도 하고, 이야기하게 되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와 전혀 다른 입장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다른 입장을 포용할 수 있고 존중할 수 있는 태도를 제 안에도 교회 공동체에도 갖도록 힘쓰고 있습니다. 그런 저에게 예수님의 제자 공동체는 좋은 모델이 됩니다. 마태(레위)는 세리였습니다.
세리는 로마 정부를 위해 세금을 징수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특별히 예수님 당시 세리는 ‘갑바이’(gabbai)로 불리는 일반세를 수금하는 세리와, 세관에서 일하며 관세를 받는 ‘목케스’(mokhes)라고 불리는 세리가 있었습니다. 이 중에 ‘목케스’라고 부르는 세리가 더 악질적으로 과다한 세금을 거둬들였는데, 바로 마태는 ‘목케스’에 해당하는 세리였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제자 가운데는 ‘열심당(zealot)’에 속한 시몬도 있었습니다. 열심당(셀롯)은 AD 6년, 헤롯 아켈라오의 실각 이후 로마가 유대 땅을 직접 통치하게 되면서 생겨났습니다.
로마 정부는 유대인들에게 호적 명령을 내렸는데, 이는 세금을 철저하게 징수하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이러한 로마의 지배체제에 대항하여 바리새파 중 강성파들이 모여 열심당을 만들게 됩니다. 즉, 열심당은 로마를 몰아내고자 무장 독립 투쟁을 하는 애국주의자들입니다.
마태와 시몬. 로마의 세리와 로마에 대항하는 열심당원. 어찌 보면, 당대의 가장 다른 정치적 입장을 가진 채 살아왔던 두 사람을 주님은 제자로 부르셨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주님 안에서 ‘형제’로서 새롭게 하십니다.
주님이 원하시는 공동체의 모습이 여기에 있습니다. 세상의 눈으로는 마땅히 대립하고 분열할 것 같은 사람들도 형제가 될 수 있는 그러한 공동체 말입니다. 세상은 점점 양극화로 치닫고 있습니다. 정치적 문제 뿐 아니라, 남녀가 나뉘어 싸우는 성별의 대결, 지역의 대결, 계층의 대결, 세대의 대결도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교회는 이러한 시대를 책임져야 합니다. 제자 공동체와 같이, 우리 또한 세상에 존재하지만 세상과 다른 ‘구별된 모습’이 깃들어 있어야 합니다. 분열과 대립은 언제나 있습니다. 예수님 때에도, 지금도, 미래 세대에도 계속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점점 더 심각해질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다양한 모든 사람들이 예수님 안에서 ‘형제’가 되기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복음은 모두에게 열려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주님은 그러한 제자들을 향해 말씀하셨습니다.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
초대교회 시대, 사도 바울이 강력하게 외쳤던 복음은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성경의 가르침이요, 우리의 고백입니다.
양극화의 시대, 분열과 갈등의 시대에 ‘다름’을 뛰어넘어, 존중하고 배려하며 함께 하나님 나라를 꿈꾸는 예수님의 제자 공동체. 그러한 교회의 본질이 이 시대를 책임지고 있는 모든 교회 안에 나타나기를 소망합니다.
.gif)
(2).jpg)
.gif){kind=smal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