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훈 목사 [고온교회]
필자는 26년 이상을 농·어촌의 시골교회에서 사역하다 보니 자연스레 교회 앞에 화단을 만들고 가꾸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그 가운데 지난봄 교회 화단에 첫 꽃으로 피어난 할미꽃이 너무나 고맙고, 신비롭기까지 했다.
예전에는 흔했으나, 이제는 제법 보기 어려워진 꽃이 할미꽃이다. 그래서 이 할미꽃이 왜 하필 이름이 할미꽃일까? 그 꽃 이름의 유래를 자료들을 통해 찾아보게 되었다.
이 꽃 이름의 유래는 옛날 산골 마을에서 고생하며 일찍 부모를 잃은 손녀 셋을 어렵사리 키워서 시집보낸 할머니가 시집간 손녀들을 그리워하며, 홀로 살다가 늙고 힘이 없어져서 그리운 첫째를 찾아가 며칠을 함께 보냈으나, 할머니를 귀찮아하는 손녀의 눈치에 슬며시 집을 나와 둘째 손녀를 찾아갔으나 이번엔 아예 문전 박대를 당하고 힘들게 셋째 손녀를 찾아가다가 산중에서 동사하고 마는 할머니! 그런데 셋째 손녀는 할머니를 그리워하며 아침마다 동산에 올라 할머니가 사시던 산 아래 동네를 바라다보며, 그리움을 달래며 살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그날 아침 다시 할머니의 집을 바라보기 위해 동산에 오르다가 길에 쓰러져 동사한 할머니의 시신을 발견하고 서글피 울며 남편과 함께 양지바른 곳에 할머니를 장사하였고 이듬해 할머니의 무덤에서 피어난 꽃이 바로 할미꽃이라고 한다.
코로나19로 자주 만날 수 없고, 함께 할 수 없는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때 자주 볼 수 없는 이 어려운 시기에 손녀를 그리워하는 할머니의 마음과 같이 오늘도 우리를 애타는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시고 애달픈 마음으로 기다리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생각해 보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평소엔 깊은 교제도 나누지 못했고, 큰 관심도 가지지 못했던 사람들까지 그리워지는 지칠 대로 지친 모든 사람에게 우울감이 있다고 한다. 특히 매주 많은 성도들과 예배하고 심방하며 사람들을 만나던 목회자들의 우울감이 크다고 한다.
나도 요즘 아침저녁으로 산책과 자전거를 타고 시골길을 달리며 우울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 중인데, 어느 날 저녁 산책길에 바라본 바다에 비친 어슴푸레한 달빛이 눈에 들어온다. 달빛과 바다! 구름 사이로 빼꼼 얼굴을 내밀어 비치는 달빛이 어둠이 깔린 밤바다에 비치는 것이 너무 운치가 있어 걸음을 멈추고 셔터를 누른다. 달빛과 밤바다 사실 기대하거나 깊게 생각해 보지 않은 조합인데, 이리 운치를 낼 줄이야! 상상을 초월한다.
그 가운데 우리 교회를 생각해 본다. 기대하지 않았던 성도의 헌신과 섬김 이런 것들이 모여서 교회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었었는데, 성도들이 무척 그리워진다. 그들의 빈자리가 그들의 웃음소리가 그들의 찬양 소리가 모두 사무치게 그리워진다. 어서 소중한 일상들과 특별히 우리의 예배가 회복되어 밤바다를 비추는 달빛과 같은 역할도 그 달빛을 품어 운치를 내는 바다와 같은 역할도 다시 모여서 교회가 교회의 역할을 성도가 성도의 역할을 다하는 그런 날을 기도한다.
우리는 그런 날을 기대하며 이 암울해 보이는 시기를 다음 사역을 준비하는 소중한 기회로 선용하는 지혜로운 성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도 이 어려운 시기를 보내며 계속해서 빵을 굽고 또 구우며 메뉴를 다양하게 계발하고 있다. 조만간 옹기종기 모여 맛난 빵을 나누며 교제할 날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필자는 어찌 보면 열악해 보일 수 있는 어려운 여건에서 목회하면서 가진 신념이 있다.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안 해 본 것이다.”이다. 우리가 붙잡는 하나님의 말씀 가운데 계 2:10절에는 “죽도록 충성하라”라고 말씀하고 있는데, 아무리 힘들어도 죽을 만큼은 아니지 않았는가? 그러면서 다시 힘을 내곤 한다.
‘위기를 기회로’ 라는 말처럼 우리 성결 가족은 이 어려운 팬데믹 시대에 더 힘차고 멋진 다음 사역을 준비하는 지혜로운 성도와 사역자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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