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끝 곧 극동(Far East) 아주 먼 곳으로 세계인에게 인식된 이 땅에 1884년 알렌과 맥클레이(Robert S. Maclay) 1885년 장로교의 언더우드와 감리교의 아펜셀러(Henry G. Appenzeller)를 통하여 그리스도의 복음이 전파된 지 138년이 흘렀다. 알렌, 맥클레이, 언더우드, 아펜셀러 등 외국 선교사에 의해 복음이 전래된 공식적인 선교 기록 외에도, 1883년 5월 16일 황해도 장연군 대구면 송천리에 서상륜 서경조 두 형제, 곧 선교사가 아닌 한국인에 의해 자생적으로 세워진 소래교회의 역사를 볼 때에는 복음 전래의 시기가 139년 전으로 더 앞당겨진다.
물론, 서상륜 서경조 두 형제에게 복음을 전해 준 선교사 로스(J. Ross)나 맥킨타이어(J. Maclntyre)로 거슬러 올라가면 복음 전래의 역사는 그 이전이 될 수도 있다. 말씀이 복음의 핵심이라고 확신했던 에딘버러 출신의 존 로스 선교사가 이응찬, 백홍준, 이성하, 김진기 등의 조력으로 1875년부터 1878년까지 누가복음 초역을 완성하였는데, 성경 번역에 참가했던 4인은 1879년 맥킨타이어 선교사에 의해 세례를 받아 최초 교인이 되었으며, 1882년 3월 24일 서상륜의 동역으로 한글 성경 누가복음이 출간되었다. 그 후 서상륜과 성경 인쇄 식자공인 김청송이 로스 선교사에 의해 세례를 받았다. 이들이 신앙공동체를 형성하여 정규적으로 설교와 예배를 한국어로 드렸으니, 복음의 전래는 엄밀하게 1879년 한국인 최초 수세일을 기준으로 보면 143년 전이라 할 수 있다.
성결교회 초기 복음 전래의 역사를 보면, YMCA 청년 운동에 열심이었던 김상준, 장로교 청년 지도자였던 정빈과 감리교 조사였던 이명직, 이명헌, 그리고 미국 유학을 준비하던 청년 이장하 등이 ‘존 웨슬리가 주창한 성서적 성결의 복음을 온 세계에 전하기 위하여 결성된’ 만국[사도]성결교회의 순복음(Full Gospel)을 배우고, 성결교회 신앙의 공동체를 시작하였다. 1905년 만국[사도]성결[연합]교회(1919년 만국성결교회 International Holiness Church로 명명) 해외선교위원회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양 선교를 위해 극동 총리로 찰스 카우만을 임명하였다.
카우만에 의해 설립된 동경성서학원에 1905년 입학하여 1907년 졸업한 김상준, 정빈은 그 해 동양선교회 총리 카우만과 부총리 길보른과 함께 경성에 와서 종로 염곡에 한국성결교회 최초의 교회인 동양선교회 복음전도관(Gospel Mission)을 설립하였다. 복음전도관이라는 명칭은 미국 만국성결교회의 교회 명칭으로서 카우만의 스승인 퍼거슨 목사의 교회 명칭에서 따 온 것이었다.
이 땅에 성결교회가 설립된 지 115년, 불과 사반세기 전만 해도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는 이 땅의 시대정신을 선도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작금의 한국 기독교는 사회에서 상당 부분 존경받고 있지 못할 뿐 아니라, 특히 젊은이들로부터는 기독교의 실질적 헌신조차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채, 현실기반 이상의 비난을 받는 처지에 이르렀다.
다원주의와 세속화로 인한 종교적 상황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하에서 저성장 사회로 변화되고 있는 현실이 기독교 안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일부 대형교회를 제외한 모든 한국 교회들이 이미 저성장의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외적 환경의 변화는 우리에게 보다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우리가 진정 믿고 있는 신앙은 무엇이며, 또 한국 사회에서 교회는 어떠해야 하는지, 또 어떤 방향성을 지향해야만 하는지 말이다. 그러한 방향성에 대한 갈망이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진정으로 잘해 왔는지, 지금 잘하고 있는 것인지, 또한 어떻게 앞으로 잘해 나갈 것인지를 말이다.
이 점에서 한국 성결교회의 새로운 방향성의 정립을 위한 노력의 초석은 우리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무엇을 지향했었는지 그 처음을 살펴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혼돈하고 길이 막혀 답답할 때, 멈춰 숨을 고르며, 내가 왜 이 길을 가고 있는지 살피면서 새 힘을 도모하는 것처럼, 우리 한국 성결교회의 처음을 살펴보고, 그 뜻을 두루 헤아려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성결교회를 장로교, 감리교 다음의 대표 교단이라 스스로 위로하며 옹색한 멈춤을 변명할 것이 아니라, 초창기 성결교회의 순수한 열정으로 세계를 품어 어두운 구한말 조선을 향하여 이 땅에 그 뿌리를 내리기까지, 초기 선교사들의 선교적 열정과 기개를 살피고, 우리 예성를 통하여 성결 복음의 세계화를 도모함으로써, 앞으로 우리 성결의 후세들에게 순복음 곧 사중복음으로 대표되는 신앙적 업적을 전수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성결교회의 특징과 정체성을 정확히 인식하고 체득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것은 보다 정확한 역사적 진실에 근거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의도적이던 비의도적이던 아전인수격인 사적 접근은 배제되어야 한다. 열린 마음으로 역사적 진실에 접근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한 가운데 발견해야 한다. 우리가 잘 하고 있는지를, 정확한 방향성을 잡고 잘 가고 있는지를 말이다.
정확하게 자기를 안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완전하지 않더라도 알려고 노력하는 자들의 자아 인식과 이에 대한 개념이 없는 자들의 자아 인식은 하늘과 땅 차이다. 우리 신학생들 그리고 심지어 교역자들도 점차 교단성이 사라져 감을 느낀다. 자부심은 정확한 자기인식에 기초한다. 그러면 우리 한국성결교회의 특징과 정체성은 무엇인가?
노윤식 목사 [주님앞에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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