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영 목사 [신수동교회]
너희가 일찍 일어나고 늦게 누우며 수고의 떡을 먹음이 헛되도다 그러므로 여호와께서 그의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시는 도다(시 127:2)
이 말씀은 새벽기도 알람을 찾아 더듬어 끄며 속으로 수없이 내뱉은 말씀일 것이다. 참으로 피곤한 영혼에게 단비가 되는 말씀이다. 그런데 시편의 이 말씀은 참으로 피곤한 영혼의 잠(쉼)을 위한 말씀일까? 본 절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 우리는 1절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며 여호와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수꾼의 깨어 있음이 헛되도다(시 127:1)
1~2절의 말씀을 통해 헛된 것 세 가지를 찾을 수 있다. 여호와께서 세우지 않는 집의 건설, 여호와께서 지키지 않는 성의 파수, 일찍이 일어나고 늦게 누움을 통해 먹는 수고의 떡이다. 그리고 세 가지 헛된 것과 더불어 한 가지 하나님이 주시는 것을 대비시킨다. 이러한 대비를 통해 시편의 기자는 명확한 의미를 전달한다.
사람이 집을 세워야 한다. 그러나 그 일에 하나님의 세우심이 함께 있어야 한다. 파수꾼은 성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하나님의 지키심이 없다면 파수꾼의 지킴은 허사이다. 사람은 노동을 통해 수고의 떡을 먹어야 한다. 그러나 ‘하나님의 지키심이 없다면…’(시편 본문에서 언급되지 않은 부분). 여기서 ‘하나님의 지키심이 없다면…’에 해당하는 말씀을 찾아 넣을 때 본 절의 진정한 의미가 찾아진다.
그래서 2절은 다음과 같이 다시 읽혀진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저녁에 늦게 눕는 노동을 통한 생산보다(수고의 떡) 네가 잠시 잠을 자는 동안에 베푸시는 하나님의 풍성하게 하심(은혜의 떡)이 너의 삶에 더 크다. 하나님의 풍성하게 하심이 네 삶에 없다면 아무리 일찍 일어나고 늦게 눕는 노동을 한다고 할지라도 그 수고로 말미암아 먹는 떡은 헛되다.’
이것을 인정할 수 있는가? 떡 먹을 세상에서 노동의 대가로 먹는 수고의 떡보다 하나님의 공급하심으로 먹는 은혜의 떡, 그것이 우리 삶에 참 떡임을 인정하는가? 이 말씀은 어떤 측면에서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도전하심이다. ‘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떡 먹을 떡의 세상을 정신없이 달리던 삶을 믿음으로 멈출 수 있을 것인가를 묻는 물음이다. 이것은 광야의 길에서 부르신 그리고 전쟁의 상황을 앞 둔 당신의 사람에게 요구하시는 신을 벗으라는 요구다.
광야의 길에서 신발 끈을 풀고 벗는 것, 전쟁을 앞둔 상황에서 더 조여 매도 시원찮을 샌들 같은 신발의 끈을 풀고 벗는 것이다. 그래서 이것은 미래의 삶에 있어 하나님에 대한 전적인 의지와 고백이 된다.
그렇다고 이것은 단순히 풀어 놓아진 손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신의 끈을 풀고 벗는 것은 창조의 세계, 안식의 땅으로 진입을 앞두고 미리 안식을 결정하고 살아내는 것이다. 아직 안식이 없는 이곳에서 하나님의 의지로 말미암은 질서와 채움의 공간을 꿈꾸며, 창조로 말미암아 주어질 안식의 공간을 꿈꾸며 지금 나의 안식을 결정하는 믿음의 행위다.
당신은 이러한 믿음의 행위로 지금 안식하는가? 아니 적어도 일주일에 하루는 안식의 날로 지켜 살아내고 있는가? 또 다른 노동의 시작을 위한 쉼의 날이 아니라, 안식이 없는, 곧 어그러진 창조의 세상에 속해 있음에도 창조의 세상을 꿈꾸고, 완전한 안식이 주어질 날을 대망하며, 하나님 앞에서 안식을 결정하고 내 손으로 만들려는 안식의 환상을 멈추고 있는가?
떡을 손에 움키기 위해 떡 먹을 세상에서 달리듯 바쁜 삶으로부터 멈춰 서서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요 여호와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사는 줄을”(신 8:3) 믿는다 외쳐보자! 떡에 시선을 온통 빼앗겨 돌덩이를 손에 쥐고 떡이 될 줄 믿습니다! 외치는 떡 먹을 신앙에서 우리에게 만나를 먹이신 이유를 깨닫고(신 8:3) 말씀의 세상으로, 믿음의 세상으로 떡 먹을 세상, 떡 먹을 믿음의 세상을 뒤집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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