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신뢰도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성인 6명 중 1명 정도만 한국 교회를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교별 신뢰도는 물론 호감도에서도 가톨릭, 불교에 밀린 것으로 조사됐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사장 우창록)은 지난 12월 15일 '2010년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 발표 세미나'를 명동에 위치한 청어람에서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올해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동시에 지난 3년 동안 이뤄진 1단계 조사를 마무리하며 그 결과를 비교·분석했다.
●뒷걸음질치는 교회
'신뢰한다'의 응답 비율은 올해 17.6%(2008년 18.4%, 2009년 19.1%)로, 여전히 5명 중 1명 정도만이 한국교회를 신뢰하고 있었다. 올해 '신뢰하는 종교기관'을 묻는 질문에는 기독교(20.0%)로, 가톨릭(41.4%), 불교(33.5%)에 이어 세 번째였으며, '호감을 가지고 있는 종교'를 묻는 질문에서도 기독교(22.4%)는 가톨릭(35.5%)과 불교(32.5%)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또, 종교를 바꾸거나 포기하겠다는 기독교인의 비율도 3개 종교 중 지난해 대비 가장 많이 늘어났다. 결과적으로 첫해인 2008년부터 3년간의 조사결과를 분석할 때, 한국교회의 신뢰도는 보통 이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3년째 낮은 신뢰도
한국교회 신뢰도를 5점 척도로 환산하면 2008년 2.55점에서 지난해 2.82점으로 반등했다가 올해 다시 2.58점으로 떨어졌다. 3년 동안 계속 ‘신뢰하지도 불신하지도 않는’ 수준인 3점을 밑돈 것은 한국 교회의 낮은 신뢰도가 어떤 특정한 사건의 영향 때문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임을 시사한다고 기윤실은 분석했다. 응답자 특성별로 보면 ‘여성’ ‘60대 이상’ ‘수도권(서울, 인천·경기)’ ‘학력이 낮을수록’ 교회에 대한 신뢰도가 높았고, 불교세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는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더 낮았다.

●신뢰하는 기관으로선 1.8%로 국회 신뢰 정도 그쳐

특히 개신교인을 제외하고 가장 신뢰하는 기관을 묻는 항목에서 교회는 시민단체(59.5%), 언론기관(11.9%), 정부(9.8%)보다 한참 뒤떨어진 3.2%의 신뢰도를 얻었다. '신뢰하는 기관이 없음(6.9%)'이라는 항목보다 더 신뢰도가 떨어질 뿐 아니라 국회에 대한 신뢰도(1.4%)보다 겨우 1.8% 높았을 뿐이다.
이번 조사의 책임연구원인 김병연 교수(서울대 경제학부)는 “이번 연구조사는 수치 이상의 큰 의미와 과제를 우리에게 남긴 것”이라며, “성장지상주의에 함몰된 교회가 출석 교인 수를 증가시키는 것이 목적이 아닌 ‘바른 기독교인을 양육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한다”고 지적했다.
 
●언행불일치와 비윤리적 행동 비판
신뢰하지 않는 이유로 교회와 교인들의 행실을 꼽았다. 언행일치의 모습을 볼 수 없어서(15.6%), 교인들의 비윤리적 행동 때문에(14.9%), 타 종교에 대해 편파적이어서(7.7%), 교회의 전도 유치 활동이 심해서(6.6%), 목회자와 교인이 믿음과 신뢰를 못 줘서(6.3%), 돈에 집착해 이익만 챙기기 때문(5.5%) 외에 불투명한 재정 사용, 교회의 대형화, 형식적이며 사랑이 부족한 모습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응답자들이 사회봉사활동을 적극 수행하는 종교로 기독교(기독교 42.1%, 가톨릭 39.3%, 불교 10.6%)를 첫 번째로 꼽았음에도 불구하고 신뢰를 갖지 못하고 있는 점은, 그만큼 한국교회의 자정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하고 있다.

●한국 교회, 지도자들이 바뀌어야
예수의 가르침 및 행동에 대한 신뢰 정도는 40.2%로 나타나 한국 교회 신뢰도보다 월등히 높았다. 이 간극을 좁히고 교회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바꿔야 할 대상으로는 가장 많은 28.3%가 ‘교회 지도자들’을 지적했고 ‘교회 운영’(20.7%), ‘교인들의 삶’(18.8%) 등이 뒤를 이었다. 전술한 것처럼 교회지도자들과 교인들의 언행일치가 신뢰도 회복의 관건인 셈이다. 실제 개선돼야 할 부분에 있어 응답자 38.8%가 ‘교인과 교회 지도자들의 언행일치’를 들었다. 이어 ‘타종교에 대한 관용’(29.7%), ‘재정 사용의 투명화’(13.0%), ‘사회봉사’(12.3%) 등도 개선돼야 할 것으로 조사됐다.

●19세 이상 성인 천명 조사
이번 조사는 지난 11월 8일부터 10일까지 전국의 만 19세 이상의 남녀 천명(이 가운데 개신교인은 18.3%, 비종교인은 47.0%)을 대상으로 리서치 업체 GH코리아에 의뢰, 전화 설문조사를 통해 진행됐다(95% 신뢰 수준에 표본 오차 ±3.1%에).
이번 조사를 총괄한 GH코리아의 지용근 대표는 "신뢰도가 20%도 안 되는 교회는 기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라며, "(이번 조사로) 비종교인의 '절대다수'가 한국교회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고 말해 한국교회에 무거운 과제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