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다임’은 사전적 의미로 “어떤 한 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근본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테두리로서의 인식의 체계. 또는 사물에 대한 이론적인 틀이나 체계”를 말한다. 여기에 ‘전환’이라는 단어가 덧붙여지면, 기존에 개인이나 집단이 가지고 있던 사고나 행동양식을 오늘 시대에 맞게 바꾸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여기에는 미래를 향한 변화도 포함되며, 이런 변화는 사려 깊은 판단과 과감한 결정으로 결실을 보게 된다.
90회기 총회를 앞두고 있다. 해결되어야 할 과제가 여전히 우리 앞에 놓여있다. 원로들의 숫자가 증가하면서 새롭게 대두되기 시작한 대의원권 논쟁, 개선되지 않는 회의문화, 과열로 치닫는 임원선거 등 더 늦기 전에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들이다. 패러다임의 전환 없이는 더 발전적인 총회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들이 많다. 본지의 패러다임 전환 특집지면을 통해, 다양한 대화의 물꼬가 트이기를 기대한다.

1. 대의원권 해법 마련돼야

▲중소지방회 대의원권= 88회기 총회시 충서·충북·경기동지방회에서, 대의원 선정방법을 변경하는 헌장개정안을 상정했다. ‘세례교인 150명당 1인 대의원 파송’을, ‘목사안수 15년 이상 근속 목회자’로 변경하는 안이다. 89회기 회의벽두에 처리될 예정이었으나, 임원선거가 먼저 시행되면서 올해 다시 다뤄지게 됐다. 당시 천안아산지방회는 ‘세례교인 1500명 이하 지방회는 세례교인 70명당 1명씩, 2000명 이하는 100명당 1명씩 파송’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중소지방의 경우, 세례인 감소 및 정체로 인해 수도권 대비 파송대의원의 수가 너무 적다는 것이 주 이유였다. 그러나 올해도 어떤 결론이 도출될지 미지수이다. 대의정치의 근간을 훼손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번번이 기각됐기 때문이다. 중소지역의 경우 목회경력 20년 이상이 되어도 파송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특단의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지역 환경을 고려한 탄력성 있는 법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원로 대의원권= 지방회의 세례교인수와 관계없이 평생 대의원권이 주어졌던 원로 대의원권에 대해 원로회 내부에서조차 개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최근 조직된 원로목사회(회장 김소암 목사)에서는 “발언권은 기존처럼 유지하되 투표권은 갖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에 ‘원로목사, 장로는 한 교회에서 각 1인씩 대의원이 된다.

단 나이는 만 85세(호적상)까지 한다’는 개정안이 상정됐으나 처리되지 못하고 올해로 미뤄졌다. 많은 교직자들이 원로에 대한 예우와 존경은 갖되, 대의원권 문제는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원로들의 대의원권이 현행대로 계속될 경우, 몇 년내 한 교회에서 10명 이상의 대의원권을 갖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과 세례인수 증가로 인한 대의원수 증가보다 원로대의원들의 증가폭이 큰 것도 서둘러야 할 이유로 꼽힌다. 현재 원로대의원권 규정은 헌장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 조속히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 새로운 회의문화 절실

▲대의원은 막중한 책임감으로 끝까지 자리 지켜야= 항상 총회 폐회 후에는 여기저기서 회의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높다. 총회기간 내내 자리를 지키는 대의원은 소수요, 임원선거만 끝나면 물밀 듯이 빠져나가 정작 중요한 안건을 결의할 때는 정족수 미달로 보류되는 사태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작년 역시 같은 이유로 한건의 헌장개정안도 처리하지 못하고 1년간 그대로 유예조치가 내려졌었다. 대의원들의 직무유기이다.

총회 대의원의 권리를 누리기 위해 매년 ‘15년차 이상 근속자의 대의원권 부여’ 헌장개정안을 상정하고 있는 해당지방의 교직자들에게도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를 위해 지방회에서는 단순히 기수나 순차적인 순서를 따르기보다 마지막 폐회시까지 재석할 수 있는 교직자들을 파악하여 배정해야 한다. 또한 파송된 대의원들은 오늘의 참여와 결정이 교단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역사적인 사명감과 중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토론대신 의결총회로= 안건처리 과정에서도 지루한 핑퐁식 토론보다는 의결총회로 진행될 수 있도록 스스로 발언을 자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의장은 원활한 회의진행을 위해 과격하거나 반복되는 발언권은 탄력적으로 제한하는 엄정한 질서를 세워야 한다. 헌장에 적시된 대로 ‘누구든지 하나의 사건에 대하여 3회 이상은 발언하지 못하게 해야’ 하며, ‘회원 중 발언하고자 하는 이는 반드시 일어서서 회장을 부르고 허락을 받은 후에 발언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지켜져야 한다.

▲산하기관 서면보고 사라져야= 둘째 날 이뤄지는 각 산하기관 보고 중 유지·은급재단, 교육기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기관이 생략되고 있다. 소위 “OO에서 OO까지 유인물로 대체하자(보고 받자)”는 동의와 함께 재청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각 기관들의 고충과 애환이 서면보고 속에 묻히는 순간이다. 파송주체로서 총회 고유의 기능인 관리감독의 권리와 의무를 스스로 박탈해버린 것인지 되물어야 한다. 하위순서에 있는 기관들은 단상에 나와 언제 기관보고와 감사보고를 했는지 기억조차 하기 어렵다. 대의원들의 진지한 성찰이 뒤따라야 한다.

3. 실질적인 연차대회 열려야

교단총회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정확한 명칭은 ‘104주년 연차대회 및 제90회 총회’이다. 매해 맞이하는 새해가 사람의 마음에 새로운 결심과 기대감을 갖게 하듯, 교단의 새 분기점인 교단총회 역시 성결가족들에게 희망과 설렘을 던져주고 있다.

그러나 연차대회는 명목상 일뿐, 실상은 회무처리를 위한 총회만 열리고 있다. 이전의 몇몇 총회장들이 연차대회의 활성화를 강조하고 시도했지만,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연차대회의 향수를 갖고 있는 많은 교직자들은 “굳은 틀에 묶여 무미건조하고 소모적인 회의일변도의 총회보다, 좀 더 생산적이면서도 영성을 일깨우는 연차대회 쪽에 무게감을 두어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대의원 대회원 구분 없이 함께 성결을 노래하고, 비전을 이야기했던 과거의 시절을 그리는 발언들이다.

100주년 연차대회처럼 영성집회, 감동적인 선교보고 등 성결가족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교단총회가 펼쳐지길 기대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90회 총회는 104주년 연차대회로 명명될 수 있는지 자문자답해봐야 한다.

4. 세상과 함께하는 총회

우리 교단총회는 세상과 동떨어진 우리들만의 축제가 아니라 사회와 같이 호흡하는 섬김과 나눔의 총회가 되도록 해야 한다, 100주년 행사처럼 매년 총회시마다 사회단체나 복지기관에 정성을 모아 기부하거나, 재정적 여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헌혈행사나 장기기증 등의 행사를 통해 대사회 봉사활동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이다. 기독교가 위기를 맞고 있다. ‘세상의 소망’이 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총회임원 선거제도 개선 시급
음성화된 선거운동 제도적으로 양성화해야

공명선거 운동을 표방한 우리교단의 선거 규정은 별도의 선거운동원을 두지 않고 선거공고와 선거관리위원회 주최의 정견발표회 등만을 허용하고 있다. 심지어 출마를 앞둔 상황에서는 이메일이나 문서를 통한 홍보, 집회 및 부흥회 인도는 고사하고 예배 순서를 맡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선거법 강화에도 불구하고 매년 선거운동은 과열되고 후보들은 선거 직후 선거제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고백을 쏟아내고 있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도 현행 우리의 선거제도 개선 필요성을 느끼고 그 구체적인 방안 등을 연구하고 있다.

▲선거운동기간의 축소= 올해 선관위에서 공고한 임원선거의 공식선거운동기간은 지난 3월 30일부터 시작하여 오는 5월 29일 자정까지 무려 59일간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선거법에는 대통령 선거는 22일 그 밖의 다른 선거는 모두 13일로 규정하고 있다. 2배, 4배 이상의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선거운동기간이 길수록 선거운동은 소모전 양상으로 치닫게 되며, 종국에는 흑색 비방 선전으로 변질될 우려가 매우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후보들에게도 경제적, 심리적 부담만 크게 안겨줄 뿐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선거운동기간을 대폭 줄이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단독후보의 무투표 당선= 장로부총회장처럼 장로후보자는 장로회전국연합회에서 경선을 통해 단일후보를 공천하고 있다. 이는 장로를 제외한 다른 대의원들의 참정권이, 타인에 의해 제한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몇 해 전부터 나오고 있다. 선거의 근간인 대의정치에도 어긋나고, 전체 대의원들의 가부조차 묻지 않고 당선된 후보가 교단 임원으로서의 대표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편으로는 단일후보를 통해 선거과열을 막을 수 있다는 순기능을 이야기 하지만, 목사후보는 전체 대의원의 경선을 통해 당선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단독 후보에게도 대의원의 의견을 묻는 투표 제도가 필요해 보인다.

▲음성화된 선거문화 합법적 양성= 현행선거법은 선거운동원을 두고 개별적 접촉을 통한 선거운동을 금하고 있다. 하지만 후보들은 별도의 선거캠프를 마련하여 선거운동원과 함께 대의원들과 개별접촉을 통해 지지호소를 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선거를 볼 때 후보들의 활동은 선거법을 벗어난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현실적으로 이러한 방법에까지 법의 잣대를 대고 제한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들이 지배적이다. 선관위도 특별히 고소 고발이 없으면 묵인하고 있다.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재이다. 선관위 주도하의 정견발표회 외에는 이렇다 할 선거운동이 없는 현실에서 후보들의 표심잡기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이럴 바에야 과감하게 제재를 풀어, 예비 범법자들을 줄여가는 것이 더 현명하고 합리적으로 판단된다.

▲지역별 정견발표회= 현행처럼 개최되는 지역별 정견발표회는 불필요한 재정과 시간의 낭비라는 지적이 매년 거론되고 있다. 선관위도 이를 의식하듯 선거 때마다 수정 보완하여 개최하고 있으나 결과는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올해 정견발표회의 경우 총회장, 부총회장후보를 제외한 여타 후보들에게는 정견발표의 기회조차 제공되지 않고 있어 불만의 소리는 더욱 뜨겁다.

후보들이 합법적으로 대의원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정견발표회가 홍보부족과 유권자들의 무관심으로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 또한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하여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음성적 일들이 바른 선거를 흐리게 만들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선거가 공명하고 차분한 가운데 진행되기 위해서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유권자들의 의식개혁과 제도개선에 대한 열망도 간과할 수 없다. 이제는 교단의 선거관리에 획기적인 정책과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