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 목사(유지재단 이사장/성동교회)

주변에 계시던 분들이 한 분, 한 분 우리 곁을 떠나십니다. 지난 6월 19일 손택구 목사님마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떠나셨습니다. 세월이 멈춤 없이 우리를 몰아갑니다. 성결교회의 자랑이며 버팀목이셨던 고인의 생존 시 모습을 돌아보며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떠 올려 보았습니다.

1) 고인은 일평생 사중복음을 입에 담고 살다 가셨습니다. 그가 어디에 계시든지 누구와 만나든지 대화의 주제는 사중복음이었습니다. 누군가 사중복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대화의 시간은 길어졌고 그의 말에는 영적인 힘이 실리고 표정은 행복함으로 가득했습니다.

30년이 넘은 이야기지만 고인께서 나의 결혼 주례를 맡아 주셨는데 주례사에서 사중복음에 대한 말씀을 30여 분이나 하셨습니다. 힘들기는 했지만 대단한 분이라는 인상을 안겨 주셨습니다. 그가 남겨 놓으신 “구원의 사중국면, 구원의 시작에서 결승점까지”의 도표는 사중복음을 토대로 한 구원의 과정을 한 눈으로 보고 확인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가 살아계시는 동안 입에 담고 사시던 내용이기에 후학들에게 남겨주신 복된 선물이 되었습니다.

2) 고인은 성결의 진리에 대하여 책임감을 가지고 평생 고민하며 살다 가신 분입니다. 모든 말씀이 동일하지만 특히 성결의 진리는 깨닫는 것도, 성결하게 사는 것도 중요해서 말씀과 행위가 일치되어야 합니다. 성결교회는 성결교회다워야 하고, 성결교인은 성결교인다워야 합니다. 고인은 자신의 삶에서 그리고 교회가 성결하지 못한 모습이 조금이라도 보일 때면 얼마나 괴로워하시던지 그가 우리에게 보여준 성결한 삶은 고민이었고 주 안에서의 승리였습니다.

3) 고인은 어쩌다가 교단이 나뉘는 아픔을 겪어야 했고, 교단 장으로, 신학교 교장으로, 후학을 가르쳐야 하는 스승으로, 16년을 충성스러운 짐꾼으로 사셨습니다. 1972년 그는 성결신학을 지키려 했고, 그 주장이 받아들여지기를 원했던 행동이 교단 분립을 가져왔습니다.

분립된 총회는 제51회부터 제67회 총회까지 이어졌습니다. 16년! 이 기간에 성결 신학은 정립되었고 수많은 후학을 배출했습니다. 훌륭한 제자들을 통해서 수백 개의 교회가 세워졌습니다. 고인은 정치적인 분은 아니었습니다.

고인은 1988년 11월 29일 임시총회를 열어 회원의 중의를 모아 하나 되어야 한다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같은 해 12월 13일 합동예배를 드림으로 16년 동안 나뉘었던 두 교단의 완전한 통합을 이루셨습니다. 당시 고인은 인사말에서 “지난 16년 동안 나뉘어 각기 열심히 일해 왔다. 이제는 그 힘을 합하여 나갈 때 급속한 부흥이 이루어질 것을 확신한다. 성결교회의 분명한 신학을 정립하는데 몸을 바치겠다.”라고 하셨습니다. 16년 동안 많은 일을 이루셨지만, 정치적인 고민을 품고 사신 속내를 보이셨습니다. 합동을 이룬 후 고인은 자유 함을 누리셨을 것입니다. 한국 기독교사에 양측 교단이 이렇게 하나가 된 경우는 드문 아름다운 일이었습니다.

4) 고인은 또 하나의 아름다운 모습을 우리에게 보이고 가셨습니다. 사중복음 회관을 건립하라는 목적으로 천안 부지 8천여 평의 부동산을 교단에 내놓으셨습니다. 예성 교단은 이 부동산을 기본 자산으로 유지재단 설립 허가를 정부로부터 받았습니다. 그리고 사중복음 회관 건립의 꿈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천안 부지는 자기의 모든 재산을 쏟아 부으시고 전국 교회에 호소하여 힘을 모았고 미국의 넓은 땅을 발이 부르트도록 다니며 이룬 것입니다. 고인은 자기의 모든 것 자기의 모든 노력과 땀으로 이룬 수 백 억의 재산을 주님의 것이라 하셨고 주저 없이 교단에 내놓으신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가난하게 남은 생을 살다 가셨습니다. 노구를 이끌고 성결대학교에서 강의하셨고 얼마 안 되는 강사료를 가지고 생활하셨습니다. 학교에서 강의 시간을 배정받지 못한 이후에는 유지재단 명예 이사장에게 드리는 품위 유지비로 의료비 지원을 받으셨습니다. 그럼에도 서운하시다는 한마디의 말씀도 없이 나날을 붙잡아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며 성결한 삶을 논하시다가 가신 큰 스승이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