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6일부터 사흘 동안 계속된 집중호우는 서울과 경기도 강원 북부를 쑥대밭으로 만든 그야말로 ‘물폭탄’이었다. 서울 도심에서 시간 당 100mm가 넘는 비가 집중적으로 쏟아졌고 27일 하루 동안에만 지역에 따라 300~400mm 이상의 비가 내렸다.

서울의 경우 하루 강수량으로는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양의 비였다.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인해 서울 강남을 비롯한 도심 곳곳이 물바다가 됐는가 하면 지반 약화로 산사태가 일어나는 등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번 국지성 집중 호우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대기 중에 수증기가 늘어나면서 구름이 커지고, 비구름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더 많은 수증기를 흡수해 폭우로 돌변한다는 것이다.

2. 신음하는 피조물에게 자유와 희망을

UN 미래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지구촌 최대의 문제를 ‘기후 변화’로 보고 있다. 물과 식량 부족, 환경문제 모두가 기후 변화와 연관된 것으로서, 현재 상태로 기후 변화가 지속된다면 2100년에는 지구 온도가 5~6℃ 높아지고, 2130년에는 빙하가 모두 녹아 해수면이 75미터 상승해 20억 명이 대피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지상에 메탄가스가 많아지면서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어 결국에는 대규모 지진과 홍수, 산사태로 전 세계에 큰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보고서는 예측하고 있다.

신음하는 피조물
아름다웠던 자연이 파괴되어 가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번 서울 우면산 산사태도 개발위주의 정책이 참사를 불러왔다는 이야기가 초기부터 나왔다. 인공연못을 만들고 난개발이 이어지면서 큰 피해를 불렀다는 것이다. 지난 7일에는 먹이사슬이 끊어진 멧돼지가 도심을 활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인명 재산피해도 있었다. 동양최대의 철새도래지로 천연기념물 제179호로 지정된 낙동강 하구의 환경도 훼손됐다. 낙동강 중·상류나 부산 주변의 공업단지에서 배출되는 여러 가지 오염물질과 농업 및 생활폐수의 유입, 인위적인 남획 등으로 철새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환경 피해는 포유류까지 확대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베를린동물원에서 사육되던 북극곰 크누트가 죽은 사건이 있었다. 예사롭지 않은 죽음에 대해 “동물까지 자살하는 시대가 되었느냐”는 충격적이고 우려스런 입장까지 나왔다. 동물원의 마스코트로 자리 잡았던 북극곰이, 관람객들이 보는 가운데 연못에 들어가 죽은 채로 떠오른 것이다.

이 북금곰은 사육사가 죽고 같이 있던 북극곰마저 죽은 후,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인간으로 볼 때 우울증 증세를 보이다가 생을 이상한 방법으로 마감했다. 실제 동물원에서 키우는 어미 북극곰들 대부분이 제정신이 아니라는 관찰 결과도 나왔다. 좁은 곳에 갇혀있다 보니 비정상적인 사고와 행동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자기가 갓 낳은 새끼까지 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간의 웃음소리 때문에 피조물의 신음소리를 듣지 못했을 뿐, 여기저기서 피조물들이 신음하고 있다.

브레이크 없는 인간의 탐욕
산업혁명 이후 국가들마다 신자유주의 경제를 지향하면서, 인간의 탐욕은 바벨탑만큼 높아져 가고 있다. 더 많은 개발이익을 얻기 위해 아마존의 숲도, 서해의 갯벌도 마구 훼손하고 있다. 그간 숲은 인간의 허파와 같은 역할로 신선한 공기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런데 지구촌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의 숲이 현재 1초마다 축구장 하나크기만큼 사라져가고 있다.

이렇게 지속된다면 지구의 생명유지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한 노폐물을 거르는 신장역할을 감당한 갯벌이 간척지로 변하게 되면서, 이제 생활하수가 바다로 직접 유입되는 것을 막을 길이 없어졌다. 그러다보니 바다의 부영양화가 급속히 진행되어 바다 생태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환경보다 개발을 우선시한 결과이다.

환경전문가들은 작년 11월 우리나라의 축산농가를 울렸던 구제역 파동도 인간의 탐욕이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기존의 방목형 축산에서, 대규모 공장형 축산과 열악한 사육방식으로 전환되면서 필연적으로 생겨난 결과라는 것이다. 동물이 본래 가지고 있는 자연면역 및 치유력이 집단적·폐쇄적으로 사육되면서 저하돼, 결국 370만 마리의 생명이 살처분됐다.

지난 5월 25일에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광장에서, 환경문제에 관심 있는 교단과 단체들이 모여 환경주일 연합예배를 드렸다. 이날 참석자들은 “날로 심각해지는 전 지구적 생태계 파괴와 환경의 위기 앞에 한국교회는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지키라 명하셨던 피조물의 아픔에 동참하여야 한다”며 “성장과 발전을 위한 인간의 탐욕과 그로 인해 파괴되고 죽임당한 생명을 떠올리며 이를 우리의 죄로 고백하고 교회가 실천해야할 생명 운동을 펼쳐가자”고 다짐한바 있다. 일부의 작은 외침이 아니라, 오늘 환경재앙 앞에 서있는 우리가 마음에 새겨야 할 일침이다.

자연은 돌봄과 보전의 대상
창조명령 또는 문화명령이라고 불리는 창세기 1장 26절(“하나님이 가라사대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그로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육축과 온 땅과 땅에 기는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하자 하시고”)은 그간 주류신학에 의해, 인간의 자연정복 내지 자연착취를 정당화하는 본문으로 해석·인용되어 왔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환경문제가 대두되면서 다양한 신학적인 해석시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더글라스 할이라는 생태신학자는 “이 다스림은 정복과 착취, 압제가 아니며 ‘사랑과 존중에 의한 다스림’”이라고 말했다. 하나님께서는 자연의 정복자가 아닌, 자연의 청지기로 우리에게 다른 피조물들과 창조 세계를 돌보도록 하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장윤재 소장은 한 환경단체 세미나에서 “기독교가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야 하나님이 인간만을 위한 창조주가 아닌 우주 만물의 창조주임을 깨닫게 된다”며 “인간은 생태계의 주인이 아니라 겸손한 참여자요 관리자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다. 숭실대학교 구미정 교수는 “하나님께서는 십자가의 적색은총과 함께, 자연이라는 녹색은총을 우리에게 주셨다”며 “청지기로서의 자연관을 속히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6℃의 악몽 / 지구 온난화 시나리오

몇 년 전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지옥으로 가는 6단계(six steps to hell)라는 지구 온난화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지구의 온도가 1℃에서 6℃까지 올라가는 매 단계마다의 지구 기후변화 상태를 예측하는 내용이었다. 결국 6℃가 되었을 때는 지구상 95%의 생물종이 멸종 되어 생명체가 없는 지구가 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추세라면 2,100년에 6℃ 이상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지구 온도 1도 상승(1단계)= △아마존 일대의 가뭄 악화로 거대한 화재 발생. △열대우림에 저장돼 있던 대규모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 △네브래스카 등 미대륙 서부 가뭄 극심, 농경지도 황폐화 사막화. △사하라 사막의 강수량 증가 녹지 회복, 킬리만자로의 마지막 만년설이 녹아 내림.

◇지구온도 2도 상승(2단계)= △그린란드의 얼음이 녹아 평균 해수면이 7ｍ상승. △유럽의 날씨가 중동처럼 변해 폭서로 인해 수 십만명의 사상자 발생.

◇지구온도 3도 상승(3단계)=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 △해양에 녹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증가 바닷물의 산성화로 먹이사슬의 맨 아랫단계인 플랑크톤의 대규모 감소. △현존하는 생물의 3분의 1 멸종.

◇지구온도 4도 상승(4단계)= △북극 시베리아지역의 녹은 얼음 안에 갇혀있던 수천억 톤의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 방출. △북극곰 멸종. △남극의 얼음이 녹아 해수면 5ｍ 상승으로 모든 도서(섬)국가 수몰.

◇지구온도 5도 상승(5단계)= △아열대 생물인 악어와 거북이가 캐나다에서 서식. △남극 중앙에 숲이 생김. △해저에서 메탄하이드레이트가 분출되어 해저 붕괴로 대규모 쓰나미 발생.

◇지구온도 6도 상승(6단계)= △지구상의 95% 생물 멸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