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협의회(WCC) 중앙위원회는 WCC 제10차 총회를 2013년 한국의 부산에서 열기로 확정하여 발표하였다. WCC 총회의 한국유치 발표 이후 WCC 문제는 한국교회의 중요한 이슈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WCC 총회를 유치하면서 이 총회를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했으며, WCC 총회를 이념을 초월한 기독교 올림픽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특히 NCCK는 이 총회를 한국교회 전체가 참여하는 총회로 만들려고 계획하고, 한국교회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복음주의 교회들에게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NCCK는 한국교회 대부분 교단들의 반(反) WCC적 정서를 의식해서인지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을 통하여 WCC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확산시키려 분주한 상황이다.

WCC 선교론의 변천과 논제
WCC를 바라보는 복음주의 교단들의 시선은 매우 따갑다. NCCK에 가맹되어 있지 않은 대부분 복음주의 교단들은 WCC 총회 유치 반대 내지는 WCC 비판론을 성명서를 통해 발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시점에 지난 4월 ‘한국복음주의 역사신학회’에서 개최한 WCC 문제에 대한 복음주의신학자들의 논문발표회는 한국 복음주의적 교단들의 확실한 입장 정리의 차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음은 WCC 선교론의 변천을 가져온 중요한 대회들의 특징을 정리하여 소개한다.

에딘버러 회의(1910) : 범세계적인 최초의 선교회의
에딘버러 회의(Edinburgh Conference)는 1854년부터 뉴욕과 런던 등에서 개최된 과거의 선교대회 등으로부터 계승되었다. 이 최초의 세계선교회의에서 던져진 중요한 질문은 ‘어떻게 선교할 것인가?’라는 것이었다.

이 대회는 교회의 범세계적인 선교의 강조, 신생교회라 불리는 선교지 교회의 발전, 그리고 교회간의 협동과 연합운동 등, 이러한 주제들은 이후 교회연합운동의 발전에 특별한 기여를 하였다. 그런가 하면 더욱 포괄적인 신학, 그리고 더욱 넓고 포용성 있는 대회의 개최를 주장하여 결국 진보적인 신학과 더 나아가서는 제설혼합주의를 향한 문을 여는 계기가 되었다.

예루살렘 대회(1928)
예루살렘 대회는 에딘버러 회의의 결과로 1921년에 조직된 국제선교협의회(IMC; International Missionary Council)가 개최한 최초의 세계대회였다. 이 대회는 복음의 선포 자체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더 관심이 많았으며 행위가 선포에 선행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결국 복음적인 의미에서의 영혼 구원의 관점보다는 그 대신 사회복음이 강조되었으며, 타종교에도 어느 정도 구원의 빛이 있는 것으로 설명하였다.
 
WCC 창립 총회(1948)와 Missio Dei
1948년 암스테르담에서 세계교회협의회(WCC; World Council of Church)의 창립총회를 하게 되었다. 이 대회는 ‘인간의 무질서와 하나님의 계획’ 이라는 주제를 내걸고 147개 교회 대표들이 4개 분과로 나누어서 모임을 가졌다. 암스테르담 총회는 모든 교회들이 이 세상에서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일에 공동전선을 펴야 할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암스테르담 총회 이후 WCC의 선교론은 복음주의 선교관에서 지나쳐 이른바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의 신학을 형성하게 되는데, ‘하나님의 선교’란 선교가 세상을 향한 하나님으로부터의 운동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선교를 향한 하나의 도구일 뿐 이며, 선교가 있기에 교회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과거의 전통적 선교사상을 거부해야 하며, 개인의 개종과 구령(救靈)만을 최고로 삼는 전도나 신조를 피해야 하며, 개교회 중심과 개교파 중심의 선교사상과 운동을 지양해야 한다는 취지의 ‘하나님의 선교’는 오늘날 세계교회에 큰 영향을 주었으며, 이 신학은 이른바 ‘행동신학’의 기초를 제공하였고, 결국에는 보편구원설과 상황화신학의 전제가 되었다.

뉴델리 대회(1961)와 상황화 신학
WCC 뉴델리 대회에서는 복음을 전한다는 선교의 성격보다는 봉사적 차원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인 경향들이 나타났다. 따라서 이 회의에서는 신앙에 관한 논의보다는, 세계 도처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기아와 빈곤의 문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WCC에서 이러한 경향은 이후 훨씬 더 분명하게 나타났는데, 나이로비(1975) 총회에서는 총회가 민간인 게릴라 활동을 위한 경제지원을 승인하는 것을 보장하는 것에 대해 지지를 보내기 까지 하였다.

뉴델리 대회의 가장 큰 신학적 문제점은 보편구원설의 경향성이 그 이전 어느 때보다도 많이 보였다는 점이다. 이러한 보편구원설은 교회와 세상 사이, 기독교와 이방종교들 사이, 그리고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과 신앙이 없는 사람사이의 구별을 거의 없애버리고 말았다.

상황화 신학=
1972년 WCC에서 공식적으로 ‘상황화’(狀況化)라는 개념이 대두되었는데, 상황화신학에서는 지나간 시대의 신학은 기독교가 지배하던 콘스탄틴 이후의 크리스텐돔(Christendom) 신학이었다고 본다. 그래서 이 같은 전통적인 신학에 도전하여,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아시아 교회의 문화적, 상황적 질문을 그들의 시각에서 보고 성경을 읽는 새로운 방법이 대두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서 정치신학, 해방신학, 흑인신학 등의 토의에서 상황화의 주제와 방법론이 두드러지게 다루어져 왔다.

대화적 대화의 문제와 종교혼합주의
WCC의 세계선교와 복음화 위원회(CWME)는 종교간 대화 프로그램을 구체화하면서 종교 간의 대화의 정신은 내 종교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상대방의 종교적 관점 속에서 내 종교의 특수성을 파악하고 표시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후 대화의 신학은 종교다원주의 시대에서 저마다 절대적 신념을 고집하고 있는 세계의 여러 종교들 간의 매개역할을 시도하였으며, 그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는 결국 종교혼합주의가 되고 말았다.

종교혼합주의=
1975년의 나이로비 총회는 로만 가톨릭, 불교, 힌두교, 이슬람교, 유대교 등의 대표자들이 참관자로 참석하여 혼합주의의 색체를 강하게 띠었다. 이어서 1983년의 뱅쿠버 총회에는 동구 공산권과 제 3세계의 대표들이 상당수 차지했으며, 힌두교, 불교, 유대교, 이슬람교, 시크교 등 다섯 개 세계종교들의 지도자들을 초청하여 공식적으로 연설하게 하였다. 또 타종교와의 대화를 모색함으로서 타종교도 역시 하나님께로 가는 다른 길들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였다. 이후에도 WCC 총회에서 나타난 종교혼합주의적 색채는 여전하였다.

이처럼 WCC 총회에서 참 복음선교의 비전은 사라지고, 세속적 비전 즉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논제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였으며, 그들이 의도하던 안 하던 간에 WCC 선교론의 행보는 세계 종교의 단일화를 향한 발자취가 그들의 역사 속에 점차 선명해져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