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은 여름과 겨울을 연결해 가는 계절이다. 9월의 햇살은 8월의 그것처럼 매몰차지는 않지만 여전히 따갑다.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도 한결 부드럽다.
가녀린 꽃대 위에 연분홍색 코스모스가 벌써부터 나와 9월을 기다렸다.
9월을 기다린 것은 땡볕, 폭염, 작살비 그리고 악독한 코로나로 지난여름 너무 많은 피를 흘리며 상처투성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제 혀로 상처를 핥아 아픔을 잠재우는 짐승들처럼, 기다렸던 9월에 상처가 아물고 치유되어 기력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9월의 넉넉한 햇살과 선선한 바람은 능히 지난여름의 상처를 아물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안도현의 ‘구월이 오면’이란 시에는,
“그대/ 구월이 오면 / 구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오는 소리를 듣는지요/… 그대/ 구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 그리하여 들꽃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라고 했다.
강물만 여물어 가는 게 아니라 봉지에 쌓인 포도송이도 9월 햇살 아래 단맛이 들고, 천둥 번개 태풍 서너 개 맞으며 선선해진 바람의 속삭임을 들으며 여물고 있다. 사랑도 그렇게 여물어 갈 것이다. 우리도 그렇게 여물어가면 좋겠다. 여물다 보면 좋은 열매가 되는 것이다.
9월(September)은 라틴어 일곱을 뜻하는 ‘Septem’에서 유래되었다.
B.C. 46년 율리어스 카이사르는 알렉산드리아의 천문학자 소스게네스의 조언으로 1년 365일로 하는 달력을 만든다. 그 이전에 사용했던 달력에서는 일 년의 시작을 춘분이 있는 3월로 보았고, 일곱 번째 달을 일곱을 뜻하는 September 라 했는데 율리어스는 아홉 번째 달을 그대로 사용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일곱은 행운의 숫자이자 완전수이다. 기왕이면 일곱 숫자처럼 단단히 여물어, 앞에 남아있는 코로나, 작살비 따위는 거뜬히 이겨내자..
“이러므로 그들의 열매로 그들을 알리라”(마7장20절) 했는데 9월에는 온갖 상처들이 치유되고, 단단히 여물어 창조주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좋은 열매 준비하는 계절이면 더 할 나위 없겠다.
淸水 ehc3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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