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2월경 처음 중국을 방문했다. 중국 천진시 종교국의 초청을 받아 목사의 직함으로 입경했다. 천진시 종교국의 승인 아래 천진 빈장로 교회와의 교류 협력에 관한 회의가 여행의 주된 목적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중국 선교에 대한 비전을 품는 중요한 계기가 되는 여정이었다.
천진시 중심가에 위치한 빙장로 교회는 문화혁명 기간 중 다른 교회들처럼 폐쇄되어 있었는데, 개혁개방정책에 따라 다시 문을 열고 그동안 수감 되었다가 풀려난 쉬 목사님 중심으로 교회가 운영되고 있는 천진시의 대표적인 삼자교회였다. 주일 아침에 방문한 빙장로 교회는 700여명의 신자들이 모여 있었다.
강단 중앙에 큼지막한 글자 ‘以馬內利’가 붙어있었다. 그 본뜻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안내하던 박환우 선교사님에게 그 뜻을 물었더니 ‘임마누엘(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이라는 것이다. 임마누엘의 은총을 구하는 저들의 뜨거운 소망과 믿음이 거기에 담겨 있었다.
28년 전 중국은 지금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도시는 굴뚝마다 내뿜는 매캐한 석탄 매연으로 음침하고, 사람들은 궁핍하게 보였고 얼굴빛은 어두웠다. 지금도 그렇지만 삼자교회는 종교국의 철저한 관리 감독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하나님이 함께 하시기를 간절히 구하며 두 손 모으는 중국인 신자들의 간절한 소망이 교회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임마누엘의 은총을 구하던 28년 전 중국인 신자들의 간절한 소망이 2022년 새해를 맞은 우리의 소망 아닌가? 악한 바이러스는 누룩처럼 번져 온 세상에 엉겨 붙었고, 사람들은 뒤뚱뒤뚱, 두려움으로 서로를 밀어내고 얼굴조차 가려야 하는 마스크 세상, 진노의 잔이 쏟아진 세월이었으리라.
갈 곳이 처음인 새날이 밝았어도 설렘이 없는 것은 여전히 동토(凍土)의 세상 이어서일 것이다. 그러나 오늘 떠오른 태양은 어제의 그 태양이 아니다. 신발끈 다시 동여매고 시온 산을 오르자. “다시 포도나무를 심자. 심는 자가 그 열매를 거둔다 했으니”(렘 31:5)
영암골을 찾는 독자 여러분에게 ‘以馬內利’하는 새해가 되기를 두 손 모은다.
“내가 모세와 함께 있었던 것같이 너희와 함께 있을 것임이니라 내가 너를 떠나지 아니하며 버리지 아니하리라” (수 1:5)
淸水 ehc3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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