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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첫날 새벽기도 나가는데 비가 오고 있다. 봄이 시작되는 3월 첫날 찾아온 새벽 비가 오랜 친구가 온 듯하여 반갑다. 온갖 시름 걱정 근심, 특히 코로나의 불안이 씻겨가고, 빗줄기 닿는 곳마다 얼음이 녹고 생명이 움틀 것이다.

이제 제비가 날아오고 산비탈에는 여린 쑥이 머리를 들 것이며, 길섶에는 나 여기 있었다는 듯 들풀들이 고개를 내밀 것이다. 남쪽 섬진강 가는 산수유, 매화로 봄날을 노래할 것이다. 이렇게 봄날을 예찬하는 것은, 지루하고 끈질긴 코로나바이러스가 유난히 추웠던 올겨울을 더 몸서리치도록 춥게 했기 때문이었으리라. 3월의 영어는 농업과 전쟁의 신 ‘마스(Mars)’에서 비롯된 ‘March’인데 여기에는 ‘행진, 진격’ 등의 뜻도 담겨있다.

로마제국시대 지중해는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이 만나 문명이 충돌하고 패권 다툼으로 열강의 각축장이었다. 그 지중해도 겨울에는 거센 바람으로 항해가 불가능해 무역선도, 군함도 항구에 단단히 묶어둔다. 휴식기인 셈이다. 3월, 바다가 풀리고 올리브 나무에 연한 새잎이 눈을 뜨면, 마스에게 제사를 지내고 농부들은 풍년을 꿈꾸며 밭으로 나간다. 지중해는 짐을 가득 실은 무역선, 적진으로 향하는 군함들의 아우성 치는 소리로 들끓어 마치 용수철이 튀어 오르듯 했다.

이곳저곳에서 ‘행진’, ‘앞으로’라는 소리가 드높았다. 여기서 3월과 행진을 뜻하는 ‘March’ 가 나오고, 그리고 봄을 뜻하는 ‘Spring’도 이런 배경으로 되어 진 것 일게다.

‘Spring’은 꼭 봄만을 뜻하지 않는다. ‘튀어 오르는 용수철의 뜻’도 있다. 겨우내 움츠렸던 자연환경이 용수철 튀어 오르듯 치고 올라오는 때여서 그럴 것이다. 땅 밑 얼음이 녹아 부드러워지면서 잠자던 짐승들, 개구리, 그리고 얼음장 밑 물고기들도 튀어 오르고, 겨우내 움츠렸던 나무들도 눈을 뜨고 용수철처럼 튀어나올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맑은 향기, 청아한 꽃망울을 터트리며 고결한 자세로 봄소식을 전해오는 매화의 자태는 압권이다.

김용택 시인은 ‘봄날’에서 “나 찾다가 / 텃밭에 /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 / 예쁜 여자랑 손잡고 / 섬진강 봄물을 따라 / 매화꽃 보러 간 줄 알그라” 했다.

올봄에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섬진강 변 매화꽃 보러 갈 수 있을까?

淸水 ehc3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