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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하며 가는 차 안, 라디오 FM 방송에서 샹송 ‘고엽(Autumn Leaves)’이 흘러나온다. 차분하고 친숙한 멜로디에 사랑과 이별, 그리고 인생을 진지하게 그려낸 서정적인 가사는 수십 년 세월이 흐른 지금도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이유일 것이다.

‘창가에 낙엽이 집니다 / 빨갛고 노란 낙엽들이 / 여름에 스쳐 간 당신의 입술을 봅니다 / 내가 잡았던 당신의 햇볕 그을린 손도 / 당신이 떠나고 나니 하루하루가 길게만 느껴집니다 / 머지않아 겨울 노래를 듣게 되겠지요 / 하지만 내 사랑 당신이 제일 그리울 거예요 / 낙엽이 지기 시작할 때면…’

만추(晩秋)에 이브 몽땅(Yves Montand)의 고엽을 듣는 호사를 누리니, 더구나 추수감사주일을 앞두고 고엽을 듣게 되니 이 가을이 더 풍성하다. 순간 지난 봄과 여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며 가을에 깊게 빠진다.

가을은 추수의 때이며 감사의 때이다. 애써 작물들을 가꾼 농부들은 기쁨의 단을 거두며 즐거워한다. 그리고 수확의 은총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땀 흘려 수고하였어도 이른 비, 늦은 비로 함께 하신 은혜가 있었기에 풍성한 가을을 맞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기에 만추의 계절은 추수의 계절이자 감사의 계절이다.

프랑스의 자랑인 밀레의 만종을 보면 저녁 노을 지는 들녘에서 하루 일과를 끝낸 부부가 고개 숙인 채 기도를 드리고 있다. 캐다가 만 감자가 바닥에 흩어져 있고 멀리 보이는 교회당이 정지된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거기에는 노동의 숭고함이 있고, 하루 일과를 무사히 마친 기쁨과 감사가 담겨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이때쯤이면 내가 수고한 것은 무엇이고, 그 수고의 무게는 얼마나 되며, 열매는 얼마일까를 생각한다. 땡볕 아래 개미가 열심히 일할 때, 놀며 지내다 추운 겨울에 당황하여 굶주림 속에서 후회하던 베짱이의 이야기는 남의 일만이 아니다.

내 삶의 여름은 결코 길지 않다. 우물쭈물하다 보면 벌써 가을이고 겨울이다. 시간을 아껴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주님이 주신 은총은 얼마나 될까?’를 생각한다. 내게 주신 은총의 분량은 얼마나 될까? 잠시만 헤아려 봐도 그것이 적지 않음을 알게 될 것이다.

그래서 만추의 계절은 추수의 계절이고, 감사의 계절이다.

淸水 ehc3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