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첫날을 제주에서 맞았다. 오랜만에 찾은 제주는 공기마저 다른듯하다. 청정하고 맑고 화려하다. 본래 제주는 청정하고 맑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화려한 것은 봄꽃들이 활짝 꽃잎을 열었기 때문인듯하다. 벚꽃이 만개하였고, 철쭉꽃은 화려하고 유채꽃은 이미 절정이다.
섭지코지 올라가는 길 옆에는 노란 개나리가 곱다. 물안개 짙은 바닷가 카페에 앉아있노라니 진한 감성이 나의 영혼을 뒤흔든다.
전날 부활절에 받은 영성이 다시금 꿈틀거린다. 이렇게 아름다운 4월은 원어 ‘April’로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Aphrodite)에서 나온 말이다. 로마의 4월은 따뜻하다. 올리브 나뭇잎의 새순도 제법 영글고 꽃들은 피워 아름답고 대지는 생명으로 약동한다. 이토록 아름다운 계절을 사랑과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를 기리는 뜻을 담아 그리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4월이 되면 쉽게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시구를 떠올린다. 엘리엇(T.S Eliot)의 유명한 장편시 황무지의 첫 구절이다. 황무지는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 기억과 욕망이 뒤섞고 /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로 시작되기 때문일 것이다. 겨울은 죽은 땅처럼 모든 움직이는 것들이 정지되었다.
그런데 봄비가 내리며 잠든 뿌리를 휘젓고 나니, 죽은 땅은 꿈틀꿈틀 흔들며 라일락을 피워내야 했다. 그것은 몸서리치는 힘겨움이었으리라. 그래서 엘리엇은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 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그것은 예수그리스도가 무덤을 깨뜨리고 부활하신 것에 빗대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장사지낸 지 사흘째 되던 날 새벽에 마치 죽은 땅에서 라일락이 피어나듯 예수그리스도는 부활하셨다. 부활은 온 땅에 빛과 생명이 부어진 크고 놀라운 사건이다. 세상에 이보다 더 역동적이고 충격적인 일이 또 어디 있을까?
봄꽃 한 송이 한 송이가 꽃잎을 열고 피어나는 것도 부활이 아닌가? 4월은 아프로디테를 기리는 달이 아니다. 그리스도의 부활을 찬양하고 증거하는 계절이 되어야 할 것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 (요 11:25-26)
淸水 ehc3s@ham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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