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많은 시인 가운데 기인(奇人)으로 꼽히는 천상병이란 시인이 있다.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독일에 유학을 다녀온 엘리트로 푸르른 꿈이 가득했던 젊은 어느 날, 그에게 간첩 혐의가 씌어졌다. 후에 모든 혐의가 벗겨졌지만, 군사 독재정권 시절 독일 유학생들이 북한과 연루되었다는 억울한 누명을(동백림사건) 쓰고 국가 이적 행위자로 몰린 것이다.
그는 모진 고문의 후유증으로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폐인이 되었다. 억울하고 분한 절망과 고통의 나날이었다. 푸르른 꿈을 펼쳐 보지도 못한 채 시들어갔고, 술로 세월을 보내면서 제정신이 들면 시를 썼다. 어느 날, 죽음이 자신에게 가까이 왔음을 알고 돌아갈 하늘나라를 생각하며 한 편의 시를 남겼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 하며는 //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 귀천(歸天)
소풍 가는 날의 추억은 유년 시절 기억의 한 모퉁이에 자리 잡고 있는 아름다운 추억이다. 고난의 터널에 갇혀 좌절하고 절망과 분노의 화살을 쏘아대며 살 수밖에 없는 환경이지만, 그는 그것을 승화시켜 ‘소풍 가는 날’처럼 하루하루를 살았던 것이다.
낙천적인 삶의 모습은 사람들을 퇴보시킨다고 하지만, 주어진 환경에 감사하며 즐겁고 기쁘게 사는 모습은 남 보기에도 좋고 스스로에게도 유익한 삶의 모습이다.
고난을 자기 삶의 성숙의 기회로 삼고, 고난의 터널 한가운데서 들려오는 하나님 음성에 귀를 기울이며 자기 삶에 대한 성찰과 함께 새로운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찾는다면 더 나은 미래로 우리를 안내할 것이다.
모두가 힘들고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럴수록 소풍 가는 날처럼 하루하루를 살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뜻이니라” (살전 5:16-18)
淸水 ehc3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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