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의 향기가 무르익어 수선화가 핀 자리에 금영화가 피어나고 개나리 들판에 라벤더, 수국이 수를 놓고 있다.
장미가 봄을 상징한다면 여름꽃은 역시 수국이 아닌가 싶다. 보랏빛 수국이 탐스럽게 피어나는 계절에 필자는 은퇴를 했다.
26살, 철도 덜 든 나를 하나님께선 급하셨나 보다. 핀셋으로 뽑아 세우시듯 들어 세워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지역에 교회를 개척하게 하시고, 44년을 한 교회 섬기도록 하셨다. 되돌아 생각하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다. 시련과 고난, 슬픔과 외로움이 올 때는 엎드려 기도하면서 이스라엘 백성을 가나안으로 인도하던 광야의 모세를 생각했다. 조롱의 소리가 들릴 때는 십자가 지시고 조롱당하시던 주님의 고난에 참여하게 하심을 생각하며 감사했다.
하나님께 영광,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첫머리에 두고 달려왔더니, 마침내 승리하고 여기까지 왔다. 작은 수고와 인내가 있었지만, 이마저도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이다. “나의 나 된 것이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오직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고전 15:10) 했던 바울의 고백이 지금의 내 고백이다.
또 하나는 성도들과 주변 동역자들의 협력과 사랑이었다. 그들의 기도와 격려, 그리고 사랑이 아니고서는 그토록 긴 세월을 이겨낼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말에는 하던 일을 내려놓고 한가롭게 지내는 것이 은퇴(隱退)다. 그러나 영어에서는 은퇴를 리 타이어(Retire) 라고 한다. 타이어를 갈아 끼우고 새로운 곳을 향해 달려가겠다는 뜻이다. 나의 은퇴가 리 타이어라면 좋겠다.
수국이 피면 장마가 온다는 옛말이 있는데 우선은 장마를 대비해야겠다. 바닥난 건강을 살피는 일 또한 시급하다. 두 곳의 신문사에서는 퇴임 후에도 글을 보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그리고 여력이 있을 때 개척교회 목회자들을 세우는 사역을 하려 한다. 70이 되었어도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고 할 일이 있음은 참으로 행복한 일 아닌가?
영암골을 찾는 모든 분들에게 리 타이어 소식을 전한다. 긴 세월 영암골을 지키도록 이끄신 하나님과 신문사에게 그리고 모든 성결인에게 감사드리며, 더 나은 글로 나오겠습니다.
淸水ehc3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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