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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初伏) 지나고 중복(中伏) 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더울 때를 삼복(三伏)더위라 하는데, 서양에서는 무더운 날을 Dog Days라 하기도 한다.

시리우스(Sirius)는 태양을 제외한 가장 밝은 행성이다. 7월 중순 무렵부터 8월 중순 사이는 우리나라에서 삼복에 해당 되는 가장 무더운 때인데, 시리우스는 그때가 되면 가장 밝고 강력한 빛을 발한다. 이로 인해 고대 로마인들은 밝고 빛나는 시리우스가 더위를 몰고 온다 여겼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때가 되면 도시 로마를 떠나 시칠리아와 같은 한적한 시골이나 지중해 바다 부근으로 여행을 떠났다. 때로는 무더위를 찾아 아프리카 사막으로 들어가 더위에 맞서 여름을 지내기도 하였다.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쉽게 휴가 여행을 떠날 수 있는 환경이 되어 휴가에 대한 기대가 반감되고 말았지만, 그래도 휴가는 황홀한 가석방의 시간이다.

사람들은 쉼 없이 반복되는 크로노스(Kronos)의 시간 속에서 자기 삶의 뿌리내림과 영역확장을 위해 끊임없이 사랑하고 미워하고 싸운다. 그래서 생은 언제나 피곤하고, 때론 잔인한 진행형이다. 그러니 이 모든 것을 정지시키고 떠나는 휴가 여행은 가석방의 기간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과거 ‘먹고 마시고 노는’ 개념에서 ‘쉼과 재충전의 기간’으로 휴가 인식이 변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보다 격조있고 향기로운 휴가를 위해서는 사바스(안식)가 있어야 한다. 사바스는 순수한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으로 절대자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은총이다. 일주일도 채 되지 않는 짧은 휴가 여행 속에서 사바스 은총까지 생각하는 것은 과한 욕심인 듯 여겨질 수 있으나, 반복되다 보면 내 삶이 카이로스(Kairos)의 세계로 안내되는 사바스를 누리게 되는 때가 오는 것이다.

생의 아름다운 운동력 가운데 하나가 사바스가 있는 휴가일 것이다. 에릭프롬(Erich Fromm)은 ‘쉬는 방법에 따라 인간은 변한다.’ 라고 했다. 올여름 더위를 피해 떠나는 여름 휴가에서는 쉼과 재충전을 넘어 사바스(안식)가 있는 시간이 되기를 꿈꾼다. 휴가지로 떠나는 가방에 시집 한 권, 성경 한 권 담아가면 어떨까 싶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마 11:28)

淸水 ehc3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