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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가 폭염 가운데 지나갔다. 1819년 학자 김매순이 열양 이라 별칭 되는 한양의 세시풍습을 월별로 구분해 놓은 책 열양세시기(列陽歲時記)에 보면 9월의 풍습으로 한가위(추석)가 나온다.

한가위 추석이 열대야로 지나면서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선선 하지만 한낮은 여전히 땡볕이다. 땡볕을 좋아할 사람은 없겠지만 땡볕은 은총이다. 땡볕 아래서 오곡백과가 익어가기 때문이다.

10월의 열매는 9월에 익어야 얻을 수 있다. 햇볕의 은총을 받는 대추는 대추나무에서 익고, 사과는 사과나무에서, 그리고 논에서는 벼들이 누렇게 익어가고 있다. 뿐만아니라 우리 사랑도 익어간다. 그래서 어느 시인은 “…가을이 아름다워지고/우리의 사랑도 강물처럼/익어가는 것”(안도현-9월이 오면)이라 했다. 한여름 열정을 속 깊이 안으로 받아 삭히고 있는 9월은 익어가는 계절이다.

유대력의 7월인 티슈레이월은 그레고리력의 9월과 10월에 해당된다. 이 즈음에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장 소중하게 지내고 있는 대속죄일(代贖罪日)인 ‘욤 키푸르’가 있다.

금년에는 그레고리력으로 10월 11일은 (유대력 7월 10일) 욤 키푸르(대속죄일)이다. 지금도 경건한 유대인들은 이때가 되면 하루 종일 곡기를 끊고 참회의 눈물을 쏟으며 엎드린다.(레 6장, 23장) 목숨 걸고 제 삶의 길을 돌이켜보며 참회하고 묵은 죄까지 씻어내며 하나님의 용서를 구하고 하나님과 화해한다. 연례행사와 같은 욤 키푸르를 지나면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과의 화해를 이루고 샬롬의 은총으로 충만하다.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들은 한 계단 더 성결해지고, 내적 성숙과 깊은 영성의 사람으로 세워져 가며 선택받은 백성의 자부심을 심화시켜간다.

세상에 오신 예수님의 첫 설교는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노라(마 3:2)였다. 스스로 욤 키푸르의 시간을 가지라는 것이다.

참회나 회개는 욤 키푸르를 지키는 땡볕 같은 고난일 수 있겠으나 그 과정을 통해 유대인들은 단단해지고 있듯이, 올가을 우리도 욤 키푸르를 지켜 성결성을 회복하고 단단하게 익어갔으면 좋겠다.

淸水 ehc3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