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열리는 3월이다. 3월의 영어표기는 March인데, 이는 고대 로마의 전쟁과 농업의 신 마르스(Mars)에서 유래된 단어이다.
로마의 겨울은 혹독할 만큼 추웠다. 땅이 얼어붙고 지중해 연안도 얼어붙었다. 그러니 농사는 물론 뱃길도 열 수 없었다. 땅과 바다가 얼어붙는 겨울은 시간도 멈춘다고 여긴 듯하다.
이윽고 얼어붙었던 땅이 녹기 시작하고 바닷바람도 부드러워지면 새해가 시작되었다 여겼다. 그때 그들은 Mars의 신전을 찾아 그해의 풍년과 전쟁의 승리를 기원한 후 농장과 바다로 나갔다. 3월은 봄이 열리는 때이자 한 해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지난 겨우내 우리의 환경과 현실은 에스겔 골짜기의 마른 뼈와 같았다. 입춘 추위, 우수 추위라는 말이 나올 만큼 추웠을 뿐만 아니라, 온 나라도 탄핵으로 얼어붙었다. 다수당은 그들의 권력으로 29명의 탄핵을 행사했고, 국가 예산도 그들 입맛대로 주물렀다. 견디다 못한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했다. 이로인해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사람들은 아스팔트 위로 쏟아져 나와 피 튀기는 싸움을 해왔다.
그러나 이제 언 땅이 녹아내리고 새싹이 움트는 봄이 오고 있으니, 에스겔 골짜기의 마른 뼈에 힘줄과 살이 돋아오르고 가죽이 덮어지며 살아나듯(겔 37장), 소생과 부활의 창조적인 은총이 온 나라 위에 임했으면 한다.
금년은 광복 80주년이자 윤동주 순국(1945년 2월 16일) 80주년이기도 하다. 시인이요 독립운동가였던 윤동주는 28살 꽃다운 나이에 치안유지법 위반이라는 죄명으로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순국했다. 그가 다니던 도시샤 대학에서는 지난 2월 24일 순국 80주년을 맞아 그에게 문학박사 학위를 추서하며 그의 시를 낭송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의 많은 시 가운데 사순절을 앞두며 ‘십자가’ 시 일부를 소개한다.
“… / 괴로웠던 사나이 /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 처럼 /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 모가지를 드리우고 /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 어두워가는 하늘 밑에 /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윤동주-십자가)
마른 뼈 같은 우리가 큰 군대로 살아나는 봄이기를 꿈꾸면서.
淸水 ehc3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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