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동 목사 [성결교신학대학원 원장]

“사람이 죽으면 어찌 다시 살리이까?”(욥14:14)라고 한 욥의 고백과 같이 모든 인간에게 죽음보다 더 심각한 질문은 없습니다. 그리고 역사 이래 아무도 이 질문에 대하여 소망이 담긴 답변을 책임 있게 제시해 준 사람은 없었습니다. 나인성 홀어머니의 외아들을 메고 나가는 애절한 장례 행렬(눅7:12)을 생각하며 상여를 멘 상두꾼들의 구성진 소리를 한번 상상해 보십시오.

“명년 4월 봄이 되면 꽃은 다시 피련마는, 인생 한 번 죽어지면 다시 오지 못하리라, 북망산이 멀다더니 건너 산이 북망일세.” 이런 애달픈 상두꾼들의 소리를 해로가라고 합니다. 마치 인생이 부추잎 끝에 이슬(露)같이 맺혔다가 떨어지듯 덧없음을 뜻하는 말입니다. 

인생을 호박잎 까지는 아니더라도 깻잎이기라도 했다면 좀 덜했을 텐데 바늘 끝 같은 부추 잎에 매달린 이슬 같다고 하니 얼마나 아슬아슬하고 절박합니까?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죽음을 두려워하고 슬퍼합니다. 그런데 이 절박하고 절망적인 죽음의 벽을 무너뜨린 분이 계십니다. 그분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 시며 예수님이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하신 사건이 그 증거입니다.  오늘날 교회의 부활절 메시지를 보면 두 부류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 부류는 부활사건의 사실여부 보다는 부활의 현대적 의의만을 강조하고 있고 또 한 부류는 부활의 의의를 무시한 채 그저 부활의 역사적 사실성에만 매달려 그것이 마치 정통신앙인양 고집하는 부류가 있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사건이 아무리 역사적 사실이어도 오늘 이 순간 그것이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으면 공허한 말에 지나지 않습니다. 또 부활이 제시하는 의미와 교훈이 아무리 논리적이라 하더라도 부활사건 그 자체에 회의적이라면 흐르는 세월 따라 변하는 사조(思潮)와 같을 뿐입니다.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들조차도 여자들이 전해 준 예수님의 부활소식을 듣고 허탄한 듯이 보여 믿지 아니하였다고 했습니다.(눅24:11) 예수님께서 평소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고난을 받으시고 죽으실 것과 부활에 대하여 예고하셨건만 귀 넘어로만 듣고 믿지 않았습니다. 어디 그것뿐입니까?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려 운명하신 후 율법을 좆아 안식일을 지키고(눅23:56) 안식 후 첫날 새벽 미명에 여인들이 무덤에 찾아갔던 것도(마28:1) 부활의 예수님을 만나러 간 것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의 시신에 향품을 넣어 드리기 위해서 간 것이었습니다.(막16:1) 

그날 새벽에 천사가 전해 준 예수님의 부활소식은 그야말로 뜻밖 이었습니다. 여인들은 빈 무덤을 확인했고(마28:6), 부활의 주님을 똑똑히 목격했습니다.(9) 그리고는 너무나 급한 마음에 구르다시피 달려가서 사도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을 때 베드로의 반응은 “일어나 무덤에 달려가서 구푸려 들여다”(본문) 보았다고 했습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꼭 갈 필요성이 없는 곳인 빈 무덤으로 그렇게 달려간 베드로의 성급한 성격이 참으로 딱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시던 대로 부활하셨다는 사실을 믿고 여인들을 통해 전해 주신 분부를 따라 갈릴리로 곧장 갔어야(마28:10) 했을 것이 아닙니까? 육중한 돌문이 열린 것을 보았을 뿐 아니라 구푸려 무덤 속을 들여다보고도(막16:4) “그 된 일을 기이히 여기며 집으로 돌아가니라.”(본문)고 한 것을 보면 “갈릴리로 가라”고 하신 분부는 아직도 생각하지 못했나 봅니다.

이들이 아직도 그럴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저희는 성경에 그가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야 하리라 하신 말씀을 아직 알지 못하였기”(요20:9)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이 미련하고 선지자들의 말한 모든 것을 마음에 더디 믿는 자들이여! 너희는 나를 본 고로 믿느냐?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 되도다.”(눅24:25, 요20:29)라고 하십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역사 속에 있었던 하나님의 초자연적 사건입니다. 그래서 세밀한 것에도 신경을 쓰는 직업을 가진 의사 누가가 기록한 복음서는 그 첫머리에 “우리 중에 이루어진 사실에 대하여”(눅1:1)라고 시작하고 있으며, 그렇게 비통과 실의, 공포와 절망에 빠졌던 제자들이 갑자기 용기와 담력을 얻고 능력의 사람들이 된 까닭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까? 그것은 바로 예수님의 부활이 그 해답이며 확실한 증거입니다.